'대환장 기안장' 지예은, 기안84-BTS 진에도 꿇리지 않는 존재감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5. 4. 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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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예능 '대환장 기안장'이 기획됐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기안84가 거머쥘 또 하나의 예능이 탄생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웹툰 작가 출신으로 평소 기이한 행동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생활양식으로 화제가 된 기안84는 자신의 중심으로 모든 예능이 돌아가게 만들었지, 스스로가 어느 예능에 스며드는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주역이 되는 MBC '나 혼자 산다'는 오롯이 그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예능이고,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그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갖고 세계로 나아가 지구촌 사람들과 만나는 예능이었다. 비록 이시언이나 덱스, 빠니보틀 그리고 최근의 '음악일주' 유태오 등이 함께 했지만, 그들은 순전히 기안84의 모습을 보고 놀라운 '리액션 캐릭터'에 가까웠다. 게다가 기안84가 조력자로 나서는 ENA '기안이쎄오' 등의 프로그램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 기안84가 울릉도에서 자신의 설계로 지은 민박집을 운영한다고 하니, 그의 예능을 조금 봤다 싶은 사람들은 모두 '또 기안과 아이들이 어떤 일을 벌일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 본 '대환장 기안장'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대환장 기안장'은 기안84의 민박집이기도 하지만, 바꿔 말하면 '대환장 석진장'이 될 수도 있고, '대환장 예은장'이 될 수도 있었다. 의외로 정효민PD가 캐스팅한 방탄소년단의 진(김석진)과 배우 지예은이 각자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갖고, 기안84에게 눌리지 않고 자신의 서사를 펼치고 있었다.

울릉도 앞바다의 바지선 위에 이층집을 지은 기안84는 클라이밍 방식으로 2층으로 입주하는 체크인, 1층과 2층 사이의 봉 이동, 출입구가 없는 1층, 미끄럼틀을 타며 떠나는 방식 등 기이한  배경을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손님들이 불편해하자 조금씩 약해진다. 이 과정에서 진은 기안84를 오히려 다그치면서 "클라이밍이나 봉이 없는 곳은 '기안장'이 아니다. 이런 예능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다른 직원 지예은은 특유의 쇳소리로 "아~ 기안84, 왜 이렇게 설계를 해놨어"라고 소리치며 목소리를 낸다.

언뜻 기안84의 기이한 캐릭터에 눌릴 거라고 봤던 진과 지예은이 각자 자신의 캐릭터로 물러서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물론 '월드스타'로 기안84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진의 존재는 예상했던 결과다. 하지만 지예은의 경우는 의외다. 그는 프로그램에서 일찍부터 기안84가 "'SNL 코리아'를 재미있게 봤다"며 미리부터 찍어놓고 있던 '인재'였다.

예능인 지예은의 장점은, 지금의 MZ세대가 다 그렇듯, 어디에서나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안다는 데 있다. 물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연기에 있어서도 검증된 인재이지만, 그의 장점은 코믹한 연기를 할 때에 비해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리얼리티 예능에서 더욱 빛난다.

2022년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리부트 버전의 시즌 3부터 등장한 그는 먼저 등장한 주현영 그리고 함께 등장한 김아영, 윤가이와 함께 'SNL 코리아' 새바람의 선두주자였다. 적절한 연기력에 캐릭터, 생방송과 같은 촬영에 적응하는 순발력에 더해 지예은은 주로 맹한 캐릭터에 특화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그런 후 지난해 MBC '심야괴담회', SBS '물려줄 결심' 등을 중심으로 야금야금 분량을 늘려가던 그는 전소민의 후임을 애타게 찾던 SBS '런닝맨' 제작진의 눈에 들었다. 지난해 9월 하하와의 대결에서 진 후 이가 하나 빠진 무 분장에 나선 지예은은 지금까지 배우 출신 예능인이 하던 보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자신을 철저하게 내려놓은 이 분장 하나로 그는 '런닝맨' 고정을 꿰찼으며, 지난해에는 SBS '2024 연예대상'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받았다.

평상시에는 부끄러움도 많고 긴장도 많지만, 연기에서는 천연덕스럽게 자신을 내려놓고, 예능에서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눈길을 끈다. 사실 '대환장 기안장'에서도 기이한 기안84와 '월드스타급' 예능 카리스마를 가진 진만 도드라졌다면 조금 대중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대환장 기안장', 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기안장의 이상한 구조에 불편을 겪고,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어리바리 그 방식을 따라가려 애쓰는 지예은의 캐릭터가 있기에 시청자들은 그들의 고생을 대리체험할 수 있고, 조금도 공감대를 넓힌 상태로 기안장을 바라볼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지예은이 쌓아온, MZ세대의 당돌함과 당당함 그리고 그에 못 미치는 허당의 이미지, 그 안에 있는 귀여움 등이 있어 가능했다.

'SNL 코리아'로 주목을 받은 다른 신예들은,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배우로서의 꿈과 예능 사이에서 번민했다. 그래서 주현영을 시작으로 윤가이, 김아영을 순으로 하나씩 'SNL 코리아'를 떠났다. 하지만 지예은의 보법은 달랐다. 그는 희극을 연기하기 위해 배우가 됐으며, 예능에 출연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여느 배우보다 유재석을 우상으로 삼기도 했다.

배우의 호흡을 갖고 있지만 코믹에도 능하고, 그렇다고 개그우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딘가 우아하고 고상하기도 한 그의 이미지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한 모습이다. '대환장 기안장'은 넷플릭스의 화법을 통해 지예은의 가치를 더욱 북돋우는 계기가 됐다. 누가 그를 만년 '초롱이 여친' '대가리 꽃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환장 기안장'을 시작으로, 그도 역시 글로벌 스타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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