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에서 꿈틀대는 일상…워너 브롱크호스트 亞 첫 개인전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5. 4. 17. 09: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NS 달군 호주의 젊은 작가
서울 그라운드시소 서촌서
원화 35점 등 100여점 펼쳐
신작 6점은 온라인 특별 경매
워너 브롱크호스트 ‘A Day on the Green’(2025). 미디어앤아트
녹색으로 칠해진 캔버스 위에 살구색 붓질과 연두색 붓질이 굵고 거칠게 지나간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한 쪽엔 골프장에 난 길인 듯 카트가 지나가고, 다른 한 쪽엔 퍼팅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호주의 젊은 작가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A Day on the Green(그린 위에서의 하루)’(2025)다. 작품은 어느 날 초록빛 잔디 위를 거닐던 한가로운 오후의 햇살을 떠올리게 한다.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아시아 첫 개인전 ‘워너 브롱크호스트: 온 세상이 캔버스’가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오는 9월 14일까지 개최된다. 미디어앤아트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원화 35점을 비롯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진, 영상, 에디션(판화), 설치, 아카이브 자료 등 100여 점을 펼친다.

캔버스에 광활한 자연과 도시, 그리고 그 위에 사는 작은 인간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순간들을 그리는 브롱크호스트는 “세상은 하나의 캔버스이고, 우리는 그 안을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캔버스 위에서 꿈틀대는 작은 사람들은 때로는 푸른 빛 물결 위로 몸을 내던지고, 때로는 초현실적으로 물 위를 걷기도 한다. 이런 그의 작품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새삼 깨닫게 하면서도 엉뚱한 상상과 재치로 웃음 짓게 만든다. 그는 “회화 재료의 다양한 질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캔버스에 큰 붓으로 물감을 두텁게 칠해 움푹 들어간 공간을 만드는, 나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개발했다.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 안에 작은 사람들을 그려넣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워너 브롱크호스트 ‘Walk on Water’(2024). 미디어앤아트
호주 작가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의 ‘WET’(섹션 4) 전시장 전경. 미디어앤아트
브롱크호스트는 대자연이 펼쳐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그림에서 거칠고 큼직하게 칠해진 배경에 비해 인물이 극단적으로 작고 세밀하게 표현되는 것도 어려서부터 드넓은 대자연을 가까이서 본 영향이 크다. 또 야외 활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 그에게 스포츠 문화는 일상의 즐거움이자 영감의 원천이 됐다. 실제로 브롱크호스트의 작품에는 서핑이나 수영, 하이킹, 골프, 테니스,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전시는 5개의 테마별 섹션을 따라 펼쳐진다. 브롱크호스트의 작업실을 옮겨 놓은 듯한 ‘THE LAB’(섹션 1)을 시작으로 작가의 삶과 예술 철학을 소개하는 ‘LIFE ON CANVAS’(섹션 2), 녹색의 자연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연작을 선보이는 ‘FORBIDDEN GRASS’(섹션 3), 물과 함께하는 역동적인 사람들을 그린 연작을 펼치는 ‘WET’(섹션 4)을 거쳐 미공개 신작을 전시한 ‘EVERY MOMENT’(섹션 5)로 이어진다. 특히 각 섹션마다 작품의 서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을 달리한 점이 눈에 띈다. 예컨대 ‘FORBIDDEN GRASS’ 섹션은 골프장처럼 꾸며졌고 ‘WET’ 섹션은 수영장 일부를 옮겨온 듯 연출했다.

브롱크호스트의 작품은 SNS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작업 과정을 담은 숏폼 영상과 사진, 작가 노트 등을 콘텐츠 삼아 올렸는데 이것이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며 큰 화제를 모은 것이다. 이후 호주 시드니와 영국 런던 등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열면서 인지도를 넓혔고, ‘포르쉐’ ‘레드불’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MZ세대 인기 작가로 급부상했다.

워너 브롱크호스트 ‘Small Snowflakes’(2025). 미디어앤아트
워너 브롱크호스트 ‘Smile and Wave’(2024). 송경은 기자
브롱크호스트는 “내 작업 여정에서 SNS는 가장 큰 역할을 해왔다”며 “언제나 나는 창작의 순간들을 공유했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작은 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세상을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캔버스로 보는 즐거움을 함께 느껴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werner_bronkhost) 팔로워 수는 133만명에 달한다. 대작 ‘Big Blue’(2025)의 작업 과정을 촬영한 영상은 지난 2월 공개 후 두 달 여 만인 현재까지 조회수 1470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SNS에서처럼 그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 듯 써내려간 작가 노트를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예컨대 수영장의 각 레인마다 한 명씩 수영을 하고 있는 장면을 담은 ‘Stay in Your Lane(자기 레인을 지켜 주세요)’(2024) 작품 옆에 새겨진 작가 노트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매일 반복되는 회의와 사람들, 수많은 그림들로 가득한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수영장 레인을 공유하는 일은 아마도 제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전시작 대부분은 판매용이 아니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된 신작 원화 가운데 6점은 5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 김민영 미디어앤아트 사업본부장은 “이와 별개로 한정판 에디션도 여러 점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라운드시소 서촌 1층에 마련된 아트샵에서는 브롱크호스트의 작품을 테마로 제작된 엽서, 티셔츠, 마그넷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다.

호주 작가 워너 브롱크호스트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앤아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