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성·난동에 팝콘 투척 광란…망할 거란 영화 초대박으로
업계 혹평 일색에도 매출액 8천억원 돌파
일명 '치킨 조키' 밈 흥행에 큰 역할 평가
특정 장면에서 10대 관객 광란 파티 즐겨
소셜미디어 타고 폭발적 밈 돼 문화 현상
극장 제재, 경찰 출동에도 북미 전역 퍼져
북미 언론 "Z세대 새 관람 문화" 평가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잭 블랙이 외친다. "치킨 조키(Chicken Jockey)!" 이 말이 나오자 절간처럼 조용하던 극장은 단번에 광란의 파티 현장이 된다. 관객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 건 물론이고 먹고 있던 팝콘 등 음식물을 죄다 하늘 위로 집어 던지며 방방 뛰기 시작한다. 코스프레를 한 관객이 난장판을 주도하고 모두가 미친듯이 환호하고 춤을 춘다.
뮤직비디오가 아니다. 영화·드라마 속 한 장면도 아니다. 예능프로그램 짤도 아니다. 실제 극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라는 영화가 있다. 북미 등에서 지난 4일 공개돼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2009년에 나온 비디오 게임이 원작. 이 게임을 너무 잘 아는 10대 관객이 이 미친 관람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게 틱톡·인스타그램·X·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나가면서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됐고, 이 영화의 폭발적 흥행을 이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일시적 현상을 넘어 Z세대가 만든 새로운 영화 관람 문화"라고 했다.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폭발적 흥행은 밈 덕분?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지난 14일까지 전 세계에서 5억5760만 달러(약 8000억원)를 벌어들였다. 제작비는 약 1억5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고 박스오피스 기록이고, 매출액 5억 달러를 넘긴 것도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유일하다.
개봉 전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흥행할 거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잭 블랙, 제이슨 모모아 등 스타 배우가 출연하긴 했어도 흥행 생각은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낮았다. 영미권 언론사 평점을 평균 낸 메타크리틱 점수는 46점, 상대적으로 점수가 후한 로튼토마토에서도 46%에 그쳤다. IMDB 일반 유저 평점 역시 10점 만점에 6점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치킨 조키 밈과 함께 대박을 터뜨렸다. 북미 언론은 "치킨 조키 밈만으로 이만큼 흥행한 건 아니지만 이 밈이 '마인크래프트 무비' 흥행에 큰 역할을 한 건 확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치킨 조키가 도대체 뭔데
치킨 조키는 마인크래프트 캐릭터 중 하나. 꼬마 좀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치킨 조키는 유저가 잡아야 하는 몹 중 하나인데, 매우 희귀해서 게임 내에서도 쉽게 보기 힘들다. 영화에선 잭 블랙이 연기한 '스티브'가 대결해야 하는 상대로 나온다. 스티브는 오픈월드(마인크래프트 세계관)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큐브를 찾아 나섰다가 적에게 들키고, 그 대가로 누군가와 싸워 승리해야 한다. 그 상대가 바로 치킨 조키다. 치킨 조키가 나타나자 잭 블랙은 특유의 찰진 발성으로 외친다. "치킨 조키!"
치킨 조키 밈은 진화하며 덩치를 불렸다. 처음엔 예고편에 나온 치킨 조키 부분을 잘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 유행이었다가 개봉 후엔 영화 관람 도중 치킨 조키 등장 부분을 촬영해 공유하는 게 일종의 챌린지가 됐다. 그러다가 마인크래프트 마니아가 집결한 상영관에서 처음 이 난장판이 벌어졌고, 이 영상이 틱톡을 타고 확산하면서 밈으로 폭발했다. 그렇게 치킨 조키 밈은 그들만의 관람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재러드 헤스 감독은 "관객이 영화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했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Z세대의 '록키 호러 픽쳐 쇼'
틱톡·인스타그램·X·유튜브 등에 'chicken jockey'를 검색하며 관련 영상 수 천 개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밈이 급속히 확산하자 미국 뉴저지 한 극장은 PG등급(부모 지도 하 전체관람가)인 이 영화를 성인을 동반해야 볼 수 있는 정책을 내놨고, 관객 난동이 심한 일부 극장엔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일부 극장은 치킨 조키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회차를 따로 마련해 통제를 시도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극장 질서를 해치고 다른 관람객을 방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치킨 조키 밈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긴 하지만 업계는 이 현상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본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영화 산업이 전 세계적인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밈이 극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이 밈의 저작권 침해를 사실상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극장도 이 상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잭 블랙은 관객을 향해 "자제해달라"고 하면서도 "이 영화를 충분히 즐겨달라"고 했다.
뉴욕포스트는 '마인크래프트 무비'를 "이 Z세대의 '록키 호러 픽쳐 쇼"로 평했다. 1998년 개봉한 이 작품은 특정 장면에서 관객이 동시에 약속된 행동을 하는 참여형 관람 문화로 주목 받았었다. 지난해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이라는 책을 내놓은 밈 연구가 김경수 영화평론가는 "어차피 엉망인 이 영화를 진지하게 즐길 관객은 없다는 게 이 밈의 도화선이 됐다"며 "밈과 챌린지에 익숙한 10대에게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영화라기보다는 축제의 현장과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치킨 조키 광풍 불까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오는 26일 국내 공개된다. 다만 치킨 조키 밈 광풍이 국내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다른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최대한 조용히 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관객 특성상 이런 일이 벌어지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흥미로운 관람 문화라는 생각은 들지만 웬만해선 환호나 박수도 나오지 않는 우리 극장 분위기를 볼 때 이런 일이 벌어지긴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김경수 평론가 역시 "싱어롱 상영회 등 정해진 이벤트를 해야 겨우 참여하는 게 한국 관객 특성이기고 하고, 영화 완성도가 낮다면 국내에선 이런 현상이 벌어지기 전에 관객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까지 이 문화가 전파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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