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일가족 살해 가장은 분양업체 대표… 수십억 사기 고발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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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부모와 아내, 자녀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모 씨(56)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뒤 막대한 빚을 떠안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씨가 어린 10대 자녀까지 살해한 것과 관련해서는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국회에서 자녀 살해(비속살해)의 형량을 높이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소송과 수사의 압박에 시달리던 이 씨가 떠먹는 요구르트에 수면제를 타서 가족들에게 먹인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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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요구르트’ 먹인 뒤에 범행
“자녀 살해 때도 가중처벌 해야”
충격 범죄에 법 개정 목소리 커져

● 분양 실패에 소송-수사 닥치자 가족 살해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23년 광주 동구에 민간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부동산 사업의 업무대행사 대표로 참여했다. 이 씨 측은 아파트 분양을 한다고 홍보하며 고객들과 분양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사업 행정절차를 추진하지 않고, 아파트 부지도 구입하지 않았다. 광주 동구는 이 씨 측을 고발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이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이 씨의 광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범행 보름 전부터는 분양 피해자 60여 명이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 시작했다. 총 피해자 규모는 2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 씨 측이 피해자들에게 받은 분양 계약금이 인당 1000만∼3000만 원인 것으로 미뤄 볼 때 총 피해 금액은 수십억 원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소송과 수사의 압박에 시달리던 이 씨가 떠먹는 요구르트에 수면제를 타서 가족들에게 먹인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수면제를 광주의 한 병원에서 여러 번에 걸쳐 처방받아 약국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경찰은 이 씨가 수개월 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망자 사인이 “전형적인 목 졸림사”라고 구두 소견을 냈다. 경찰과 지인들에 따르면 평소 이 씨의 가정에 별다른 불화나 가정 폭력 신고 이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내가 죽으면 나머지 빚 부담이 가족들에게 갈 것 같다. 그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씨가 사채를 썼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 씨에 대해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자녀 살해도 부모 살해처럼 가중 처벌해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비속살해는 총 49건이었다. 21대 국회에선 자녀 살해를 가중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이 5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는 “존속살해죄에 관한 위헌 논쟁이 재연될 수 있고,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는 기본적으로 양형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자녀 살해를 가중해서 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자식이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폭력이고, 반대의 경우는 ‘가세가 기울었으니 부모가 가지고 간다’는 구시대적 가부장적 유교사상이 깔려 있는 것”이라며 “비속살해를 가중 처벌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경우 친권자나 직계존속이 15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살해하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가중 처벌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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