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에 군림하나”.. 한덕수의 ‘지명 강행’, 헌재가 멈췄다
“본안 인용 땐 극심한 혼란.. 차기 대통령이 지명해야 마땅”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시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는 자격과 절차상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으로, 재판관 전원 일치라는 이례적 결정이었습니다.
헌재는 ‘재판받을 권리 침해’ 가능성과 함께, 가처분 기각 시 헌법재판 전반의 혼란을 우려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이후 한동안의 공백은 불가피하지만, 무리한 지명이 불러올 헌정 질서의 파열은 그보다 더 컸다는 분석입니다.
■ ‘헌법의 선’ 넘은 지명.. 헌재, 만장일치로 제동
헌법재판소는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김정환 변호사가 낸 이번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은 인사 절차를 넘어, ‘누가 헌법을 해석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헌재는 만장일치 의견으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관 지명·임명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헌법 제27조가 보장한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핵심 사유로 들었습니다.
■ “본안 인용되면 재심도 어렵다”.. 헌재, 사전 차단 선택
헌재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해석’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절차적 정당성과 법적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사전 방어 조치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헌재는 한 대행의 지명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 해당 재판관들이 참여한 판결의 효력 자체가 도마에 오를 수 있으며, 재심도 불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임명이 강행된 후에는 적시에 관여를 막을 수 없고, 이후 재판의 효력은 회복할 수 없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헌재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해, 본안 판단 전까지 임명을 멈추는 것이 더 공익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헌법을 말하다 헌법을 거슬러”.. 정치권 반응도 격화
헌재 결정 직후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사필귀정’이라며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을 이야기하며 헌법을 뒤집는 이율배반을 보였다”라면서 “지명 행위를 부정하는 궤변으로 헌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시도는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종국 판단을 기다리겠다”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권한대행의 선을 넘은 행위’라는 비판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 차기 대통령 지명 가능성 커져.. ‘헌재 공백’은 감수
이번 결정으로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면 헌재는 7인 체제로 전환됩니다.
헌법상 6인 이상이면 재판은 가능하므로 즉각적인 기능 정지는 없지만, 중대 사안의 판단에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오는 6월 3일 이후, 당선인이 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지명·임명하게 될 가능성이 유력해졌습니다.
이는 헌재의 구성은 물론 향후 수많은 판결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칠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됩니다.
■ 통치 ‘비상 상황’?.. 헌법의 예외, 허락하지 않아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은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국무총리에게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부여하지만, 그 권한은 어디까지나 ‘행정 운영’이지 ‘헌법 해석’의 차원까지 위임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헌재라는 최종 해석 기관의 구성 문제에 있어 “‘임시 권한’이 ‘고유 권한’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결정을 통해 명확해졌다는 분석이 더해집니다.
또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인용은 단순히 절차 정지가 아니라, 헌법정신의 경계를 시험하려 한 권한대행의 무리한 시도에 헌재가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결정적 순간”이라며 “비상 상황이라는 명분조차 헌법의 경계를 넘을 수 없다는 점을, 헌재는 전원 일치라는 형식으로 분명히 확인시켰다”라고 진단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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