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휘의 시네필] 타인까지 치유하는 힐링의 여정

조재휘 영화평론가 2025. 4. 1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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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2025)를 보기 전엔 모종의 걱정이 있었다.

우리는 일을 마치고 공복을 느끼면 한시 바삐 괜찮은 식당을 찾아 헤매는 이노가시라 고로의 걸음을 따라가, 음식을 마주하고 맛을 음미하며 그가 느끼는 순간의 행복감에 동참해 온 바 있다.

표류한 고로를 돕는 조력자인 시호는 남편과 꾸리던 라멘가게가 코로나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생긴 부부간의 불화로 일본을 떠나 한국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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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더 무비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2025)를 보기 전엔 모종의 걱정이 있었다. 우리는 일을 마치고 공복을 느끼면 한시 바삐 괜찮은 식당을 찾아 헤매는 이노가시라 고로의 걸음을 따라가, 음식을 마주하고 맛을 음미하며 그가 느끼는 순간의 행복감에 동참해 온 바 있다. 매 회마다 빠지지 않는 대사 “배가 고파졌다(腹が、減った)”, 세 번의 효과음과 함께 컷으로 줌 아웃하는 연출은 장장 시즌 10까지 이어진 이 시리즈 특유의 시그니처로 뇌리에 각인되었을 지경. 문제는 인기 드라마의 극장판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영화 또한 한 회 분량의 단편으로 충분한 이야기를 억지로 잡아 늘린 안이한 팬서비스가 되지 않을까를 염려했던 것이다.

드라마를 영화화한 ‘고독한 미식가-더 무비’의 한 장면.


주연에 각본, 감독까지 도맡은 마츠시게 유타카가 이 데뷔작에 임하는 방식은 가히 드라마의 영화화에 대한 모범 답안이라 할만하다. 시리즈 본유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이야기의 외연을 확장하고 작품으로서의 완결성과 주제의식을 부여한다는 것. 한때 감독을 지망했지만 필름 값이 비싸서 포기하고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는 일화가 거짓은 아니었는지 ‘고독한 미식가-더 무비’는 의욕이 느껴지는 꽤 근사한 영화이고 성공적인 이식작이다.

프랑스 파리에 출장간 고로는 고향의 국물음식을 찾아달라는 또 다른 의뢰를 받고 의뢰인의 고향인 고토 열도로 향한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태풍에 휩쓸려 한국 남쪽의 외딴섬 남풍도로 표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국물의 정체를 밝혀내고, 도중 만나게 된 여러 사람들을 돕게 된다.

시리즈를 진득하게 보아온 오랜 팬이라면 시즌 1의 4화에서 고로가 한 때 파리에 살았던 과거가 슬쩍 드러난 부분이 프랑스 출장에 옛 연인 사유리의 딸 치아키가 등장하는 걸로 연결되고, 시즌 7, 8 이래 오랜만에 한국이 배경으로 나오며 시즌 1 첫 화에 나왔던 골목과 가게가 엔딩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데서 반색했을 것이다. 여기서 고로의 직업이 수입잡화상이라는 설정과 이동의 모티브는 영화의 주제를 완성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먼저 파리에 살고 있는 의뢰인의 고향은 나가사키의 고토 열도인데 이곳은 ‘복수는 나의 것’(1979)과 ‘사일런스’(2016)에서 묘사했듯 기독교인에 대한 차별과 박해의 역사가 깊었던 곳으로, 노인의 사연은 밝혀지지 않지만 교회의 존재는 드러난다. 표류한 고로를 돕는 조력자인 시호는 남편과 꾸리던 라멘가게가 코로나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생긴 부부간의 불화로 일본을 떠나 한국에 머물고 있다. 고로가 만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해 본래 살던 곳으로부터 단절된 국외자들, 망향(望鄕)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공통된다.


의뢰인인 노인이 고향 마을의 풍경을 그린 그림을 받고 기뻐하는 도입부는 영화 전체의 주제를 예고한다. 몸은 돌아가지 못해도 물건은 국경을 넘나들고 상대에게 전해져, 비록 만나진 못해도 서로의 존재와 마음을 확인시킨다. 이로써 음식을 찾는 고로의 여행은 자신을 힐링하는 식사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끊어진 인연의 끈을 다시 이어주고 회복시키는 치유의 여정이라는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 영화를 통해 마츠시게 유타카는 자신이 배우일 뿐만 아니라 의외로 재능 있는 연출가이자 사려 깊은 이야기꾼임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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