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과 초록색 사이 [달곰한 우리말]

2025. 4. 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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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내 눈에는 신호등 '파란불'이 초록색에 파란색을 한 방울 섞은 색이다.

산은 초록색이고, 바다는 파란색이라고 알고 있지만 모두 푸르다고 표현한다.

푸르다는 말은 파란색을 나타낼 때도 있고, 초록색을 나타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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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 가수가 라디오에 출연해서, 신호등 색깔을 헷갈리는 한국어 중 하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신호등은 초록색 불인데 왜 파란불이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언어나 색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의심해 봤을 일이다. 내 눈에는 신호등 '파란불'이 초록색에 파란색을 한 방울 섞은 색이다. 굳이 따지자면 초록색에 가깝겠다.

통행하여도 좋음을 표시하는 교통 신호에서 파생되어, 어떤 일이 앞으로 잘되어 나갈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청신호'를, 영어에서는 'green light'라고 하여 직역하면 녹색불이 된다. 영어에서는 녹색불이라 하고 우리는 왜 파란불이라 할까.

생각해 보면 물감에서 초록색으로 분류할 만한 것들을 우리말에서 파랗다거나 푸르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는 산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다고 한다. 산은 초록색이고, 바다는 파란색이라고 알고 있지만 모두 푸르다고 표현한다. 푸르다는 말은 파란색을 나타낼 때도 있고, 초록색을 나타낼 때도 있다. 파랗다는 말도 다르지 않다. 사전에서 푸른색은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맑고 선명한 색'으로 풀이되고, 파란색은 '맑은 가을 하늘과 같이 밝고 선명한 푸른색'으로 풀이된다. 우리는 푸르다거나 파랗다는 말을 풀과 같은 초록색에도 쓰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초록색이나 파랗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새싹이 파랗다거나 잎이 파랗게 돋아났다고는 해도 숲이 파랗다거나 산이 파랗다고는 하지 않는다. 신호등 불도 파란불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식물의 색과 같이 자연에서, 짙은 초록색이 아닌 연두색과 같이 연한 초록색일 때 파랗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영어처럼 파란색과 초록색을 구분하는 낱말이 분명히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언어에서 파란색과 초록색을 구분하는 낱말이 없고 둘을 하나로 일컫는 낱말만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파란색을 연한 파란색과 짙은 파란색을 구분하는 말이 따로 있는 언어도 있는 반면 유럽의 한 언어는 파란색을 나타내는 낱말이 초록색이나 회색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역사적으로 '푸르다'가 '풀'에서 온 것으로, 파란색보다는 초록색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한다. 언어와 인지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초록색'이라는 한자어가 들어와 파란색과 초록색의 구분이 더 분명히 생겼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윤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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