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공소장] 그들은 합참의장의 부대를 강탈했다
12.3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다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날의 진상을 역사에 낱낱이 기록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관련자들에게 제대로 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12.3 비상계엄의 실체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계엄에 동조한 세력 중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뉴스타파는 수사기록 등 방대한 사건 기록을 통해 12.3 내란의 심층부 속, 아직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장면들을 포착했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써내려가는 그날의 범죄 기록. [편집자주]
뉴스타파는 12.3 내란 사건 수사 기록을 입수해 분석하면서, 아직까지 제대로 해명되지 않은 당시 우리 군 내부의 난맥상을 보도하고 있다. (관련 기사: 국민을 배신한 군대, ‘노상원의 반란군’) 취재팀은 수사 기록 안에서 당시 국방장관 김용현이 군 작전지휘권을 불법적으로 강탈한 정황을 새롭게 확인했다. 종합하면, 이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을 정점으로 육사 출신인 김용현과 특전·수방사령관 일당이 해군 대장인 합참의장 휘하의 작전부대를 강탈한, 반란의 성격이 짙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란을 넘은 군사반란…‘군 서열 1위’ 합참의장이 지휘권을 빼앗겼다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12월 3일 밤 10시 23분,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방장관 김용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우리 군 최고 군령기관, 합동참모본부의 전투통제실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합참의 수장, 군 서열 1위 합동참모의장은 퇴근해 자리를 비운 때였다.
김용현은 화상으로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연결하고, 엄포를 놓았다. “계엄령 선포에 따른 군사작전은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작전이고,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질테니 명령을 거부하는 사람은 항명죄로 다스린다.” 합참의 통제를 받는 전군 작전부대, 즉 전투부대 지휘권을 국방장관이 직접 장악하기 위한 시도였다.
화상회의에는 이진우 수방사령관과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김용현은 이들에게 이미 약속된 것처럼 명령을 내렸다.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은 제한사항을 확인하고, 기존에 하달했던 임무를 정상적으로 실시하라.”
‘기존에 하달했던 임무.’ 즉, 각본대로 내려진 명령이었다. 실제로 수방·특전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에 김용현으로부터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하라는 구체적인 임무를 받았고, 예하 정예부대를 소집한 상태였다.
“우리 통제 없이 국회에 부대 출동” 합참 참모들, 망연자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합참 전투통제실에 있던 합참 참모들은 김용현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아했던 게 … ‘저희(합참)가 모르는 임무가 있을 수 없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했습니다.”(서□□, 합참 소속, 검찰 진술조서) 국군조직법 및 대통령령에 따라 특전사와 수방사는 합참과 합참의장이 통제하는 부대이기 때문이다. 합참의장의 지휘와 승인이 없으면, 수방·특전사령관은 부대를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군 조직에서 용인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합참은 수방·특전사 병력이 출동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출동한 병력들이 노리는 목표가 국회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합참으로) 작전 상황들이 종합이 되는데 그날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특전사나 수방사 인원들이 국회로 이동하는 것들이 전혀 보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보니까 국회에 군인들이 나간 것을 보고서 ‘우리 통제 없이 국회에 나간 부대가 있구나’하고 그때부터 각 부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난 다음에야 특전사와 수방사가 국회에 나갔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느 부대가 몇 명이 출동했다는 것도 몰랐고, 선관위 등에 출동한 부대가 있는 줄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 -진◇◇, 합참 소속, 검찰 진술조서
김명수 합참의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사실을 알고, 뒤늦게 합참 작전통제실에 돌아왔다. 자신의 수중에 있어야 할 특전, 수방사는 김용현에게 빼앗긴 뒤였다. 합참의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더라도, 이들 부대의 작전지휘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용혜인 의원: 국군조직법 9조(합참의장의 권한), ‘합참의장은 국방부장관의 명을 받아서 전투를 주임무로 하는 각군의 작전부대를 작전지휘한다’, 여기에서 작전부대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있고 지작사, 수방사, 특전사 이런 곳들을 이야기하지요. 이런 법령들을 토대로 살펴보면 비상계엄 이전은 물론이고 계엄이 선포되었다 하더라도 합참의장님이 작전부대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 맞지요?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작전부대에 대해서는 작전지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 -2025.1.14, 국회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
결국 김명수 합참의장은 국회에 출석해 우회적으로 답변했지만, 그의 답변은 김용현이 합참의장의 작전지휘권을 탈취했다는 의미가 된다. 평소 계엄실무를 관장하는 부서인 합참 계엄과의 과장만큼은 이러한 맹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김용현의 위법한 작전지휘권 행사를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알렸다.
제가 계엄선포 이후부터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될 때까지 수시로 작전회의실을 오갔는데, … 몇 가지 조언을 드렸었습니다. … 셋째, 계엄임무수행군은 법적으로 군사경찰로 지정되어 있고, 군사경찰이 아닌 부대를 계엄임무수행군으로 운용하려면 (전국) 비상계엄시에는 계엄사령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병력이 국회에 투입된 것을 알고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 수방사와 특전사가 국회에 가 있다는 말을 듣고, 제가 세 번째 조언을 드렸던 것입니다.
- -권영환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 검찰 진술조서
계엄군이 아닌 ‘반란군’인 이유
합참 계엄과장의 진술대로, 계엄법시행령에 따라 계엄 지역 안에서 자동으로 계엄군으로 지정되어 계엄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부대는 군사경찰기관(옛 헌병대)뿐이다. 군사경찰이 아닌 다른 부대를 계엄군으로 지정해 운용할 필요가 있으면, 전국 비상계엄의 경우 계엄사령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당일, 특전·수방사는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계엄과가 편제된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김용현이 계엄군 지정·운용 절차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 합참 계엄과에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서도 이러한 절차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리하면, 12·3 내란 당시 군 지휘계통을 벗어나 헌법기관에 침입한 특전사와 수방사 부대는 정확한 의미로 ‘계엄군’이 아니었다. 절차에 따라 ‘계엄임무수행군’, 즉 계엄군으로 지정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반란군’이었던 셈이다.
내란의 주범인 군 최고 지휘관들에게 군형법상 반란죄를 동시에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 전공)는 “합참의장을 건너뛰고 비선 조직을 통해서 임의로 몇 개의 작전부대를 움직인 것”이라며 “이것은 굉장히 위법한 명령권을 행사한 것이고 이런 위법한 명령에 대해서는 군 지휘관들이 따를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참의장을 건너뛴 상태에서 작전부대를 움직였기 때문에 명백하게 군사반란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12·3 내란 일당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특전·수방사령관은 김용현의 지시에 따라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부터 예하 부대에 출동 준비 태세를 내렸다. 실제 출동하려면 합참의장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도, 사령관들은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 김 의장 본인도 사전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민병덕 의원: 하나만 더 물을게요.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자기 부대의 사람들한테 12월 1일, 2일 이럴 때 서울지역에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인 도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준비해라라고 얘기했는데 … 그때 그런 도발 위험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 직접적으로 도발이 있다, 그렇게 합참에서 직접적으로 평가한 것은 없습니다.
●민병덕 의원: 그러면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그렇게 얘기했다라는 것을 보고받은 적 있습니까, 없습니까?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보고받은 적 없습니다.
- -2025.1.14, 국회 12·3 비상계엄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
특전, 수방사령관은 자신의 상관이 김용현이 아니라 합참의장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일까. 아니라면, 알고도 무시한 것이었을까. 취재팀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검찰 진술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답은 [다시 쓰는 공소장] 다음 편(4월 17일)에서 계속 보도한다.
뉴스타파 홍우람 wooram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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