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막투석, 워라밸 가능한데 5%도 안 돼" 혈액투석에 쏠린 환자들, 왜
김용철 서울대병원 교수 "환자에게 선택권 줘야"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장기가 바로 '콩팥(신장)'이다. 콩팥은 체수분의 균형을 유지하고, 혈압을 조절하며, 피를 만드는(조혈) 호르몬을 분비해 빈혈도 막아준다. 콩팥의 이런 기능이 멈추면 1주일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데, 이처럼 콩팥 기능이 '셧다운' 된 말기 콩팥병 환자에게 남은 선택지가 바로 '투석'이다. 그런데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의사가 일방적으로 투석 치료 방식을 '통보'하는 게 아닌, 최적의 투석 방법을 환자가 직접 '선택'하는 의료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장기 치료 전문기업 밴티브코리아가 국내 출범을 기념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김용철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말기 콩팥병 환자는 투석 치료를 평생 받아야 하고, 이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면서 "환자들은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는 투석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의료진도 질환 치료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의 치료 접근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국내 말기 콩팥병 환자 수는 13만7705명으로 지난 13년간 2.3배 증가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말기 콩팥병 유병률 증가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고령화로 수명이 길어지고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면서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인원도 덩달아 많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투석 치료는 △혈액투석 △복막투석 등 2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을 인공 콩팥을 통해 정화하는 방식이다. 1분당 300㎖ 전후의 혈액을 끌어낼 수 있는 혈관 접근로인 동정맥루를 통해 혈액을 투석 기계에 돌려 노폐물과 과잉 축적된 수분을 제거하고 체내로 돌려준다. 혈액투석을 받으려면 병원·투석센터에 주 2~3회 가야 한다. 1회당 4시간가량 걸린다. 정확한 혈액 정화, 의료진의 응급 대처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지만 병원에 자주 가야 해, 여행도 하러 갈 수 없을 정도로 일상의 제약이 크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복막투석'은 복강 내 삽입한 관을 통해 투석액을 주입한 후, 일정 시간 저류시키고 다시 액체를 빼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수분·노폐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복막투석은 환자가 매번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스스로(또는 보호자가) 투석할 수 있다. 관리 차원에서 월 1회만 병원에 방문하기 때문에 직장·학업과 병행할 수 있다.
최근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미국에선 재택 치료가 가능한 복막치료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복막투석 비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김용철 교수는 "20년 전만 해도 전체 투석 환자의 25%가량이 복막투석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5%도 채 안 된다"면서 "복막투석의 장점이 많은데도 우리나라에선 제도적인 이유로 혈액투석 환자가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한다"고 아쉬워했다. 병원이 받을 수 있는 수가만 볼 때 혈액투석보다 복막투석이 크게 저렴하다는 게 큰 이유다.
주목할 점은 국내에선 혈액투석이든 복막투석이든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10% 선으로 비슷하며, 의학적으로 두 투석 유형 간 사망률도 같다는 것. 김 교수는 "둘 중 어떤 투석 치료를 받든, 환자가 내는 비용은 큰 차이 없지만, 혈액투석의 보험 재정 지출액이 복막투석보다 40% 더 많다"며 "복막투석은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국가 건보 재정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엔 의사가 투석법을 지정했다면 이젠 교육 동영상, 책자 프로그램 통해 환자가 투석 치료별 장단점을 파악한 후 자신의 가치관, 몸 상태 따라 혈액·복막 투석 중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막투석 치료법엔 휴대용 기기로 직접 하는 '손 투석'(지속성 외래 복막투석), 집에 자동 복막 투석기를 놓고 야간에 8~10시간 투석액을 교환하는 '기계 투석'(자동 복막투석)이 있다. 최근엔 기계 투석 방식에 디지털 모니터링 기술이 더해져 복막투석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기기에 입력된 환자의 체중·혈압·투석 결과를 해당 병원의 사이트에서 확인하며 이상 징후를 살펴볼 수 있다. 김 교수는 "기계로 복막투석 치료를 받으면서 재택 모니터링 솔루션을 사용하면 의료진이 환자들의 자가 투석 시 발생할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며 "이런 기술을 활용해 투석 시 '의료기관 중심'의 치료법에서 '환자 중심' 치료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밴티브코리아 임광혁 대표가 밴티브의 목표와 전략을 공유했다. 임광혁 대표는 "향후 밴티브는 복막투석 분야에서 자동복막투석(APD) 시스템과 디지털 환자 관리 플랫폼을 결합해 의료진이 자동 전송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의사 결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밴티브는 말기 콩팥병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복막투석을 위한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석액을 집까지 직접 배송하는 등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치료에 대한 부담을 덜어드릴 것"이라며 " 향후 패혈증, 폐·간 등의 장기 부전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밴티브는 지난 2월 박스터 신장사업부에서 분사해 독립 출범했다.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환자들이 매일 100만 회 이상 밴티브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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