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늙자”…저속노화의 비밀(7·끝)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인터뷰

박준하 기자 2025. 4.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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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거스를 수 없다.

농민신문은 '저속노화의 비밀'을 통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저속노화 실천법을 소개한다.

이번호에선 '저속노화' 열풍을 일으킨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천천히 늙는 법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속노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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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교수, 40만 유튜버이자 베스트셀러 저자
단순히 오래 살기보다 건강한 장수가 키워드
외모에 집착하기 보다는 신체 기능이 중요
단백질 풍부한 콩은 저속노화 식사 ‘숨은 보물’
우리 농산물 키우고 먹어야 저속노화 가능해
거창한 목표보단 작은 습관으로 인생 바꿔야
혈당 관리하고 운동으로 근테크 키우기 추천
나이를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천천히 늙어갈 수는 있다. 건강한 식사 한 끼, 가벼운 운동, 숙면,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 등.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왔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조금씩 실천하면 시간은 점점 천천히 흐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시작하는 것. 몸과 마음이 젊어야 건강하게 지낼 수 있으며, 인생의 이모작도 즐겁게 이어갈 수 있다. 농민신문은 ‘저속노화의 비밀’을 통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저속노화 실천법을 소개한다. 이번호에선 ‘저속노화’ 열풍을 일으킨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천천히 늙는 법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저속노화란 무엇인가. 최근 사람들이 저속노화에 주목하게 된 배경은.

▶‘저속노화’는 말 그대로 나이를 천천히 먹는 것, 즉 생물학적인 노화 속도를 늦추는 생활 철학이다. 느리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건강 수명을 최대한 늘려 젊은 사람 못지않은 인지와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정작 제도적 정비는 부족한 현실이라 개개인이 자기 돌봄을 통한 건강한 노년을 이뤄가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노화지만 우리의 노력에 따라 늦출 수 있다.

–연구자로서 노화에 관한 오랜 탐구를 한 계기는.

▶노인의학을 전공하면서 “노쇠 자체를 치료하거나 완화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병원을 찾는 많은 어르신이 겪는 고질적인 만성질환의 근원은 대부분 노화였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연구와 업무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 가속노화를 겪은 적이 있다. 하지만 생활 습관만 바꿔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에는 유튜브 ‘정희원의 저속노화’를 통해 많은 분에게 노화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있다. 노년층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저속노화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덕분에 의학자이자 임상의로서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건강 관리법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겠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다행히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셔서 40만 구독자가 함께하고 있다.

정희원의 저속노화 유튜브. 구독자가 40만명이 넘었다.

–최근 노화에 대해 감정적으로 깊이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마침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몇 달 전, 병원 당직으로 밤을 꼬박 새운 다음 날 아침에도 외래 진료를 하느라 24시간 넘게 쉬지 못했다. 아침, 점심도 거른 채 일하느라 저녁이 돼서 먹은 첫 끼가 돈가스였다. 이는 평소 추구하던 저속노화 식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녹초가 된 채 잠에 빠져 다음날에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하면서 아무리 좋은 식사법과 운동 루틴을 알고 있어도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선 생활 수칙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환자에게 매일 같이 스트레스 관리와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스트레스와 과로가 쌓이면 누구나 가속노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흔히 노화하면 외모를 떠올린다. 이 때문에 노화를 두려워하는데 새롭게 받아들이는 방법은.

▶정말 중요한 질문이다. 눈에 보이는 노화보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내재 역량이다. 흔히들 주름살, 흰머리 같은 겉모습을 생각하며 노화를 두려워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신체, 인지, 사회 기능이다. 노년내과 의사로서도 환자를 볼 때 외모보다는 신체 기능을 더 유심히 살핀다. 쉽게 말하면 저속노화의 목표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에게 크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하는 것이다. 거울을 보며 얼굴에 주름살이 몇 개인지 세는 것보다 내 다리로 걷고, 내 손으로 밥 먹는 것이 중요하다. 외모 중심의 인식을 벗어나려면 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 노화는 병이 아니라 삶의 과정이고, 주름은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훈장일 수 있다. 주름진 얼굴이어도 밝은 웃음과 여유를 함께 하는 게 행복한 노화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노화를 늦추는 데 식습관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

▶한마디로 “음식이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달고 기름진 음식, 정제 탄수화물 위주 식습관을 가진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몸에 염증이 쌓여 신체가 녹슨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과량의 혈당이 당화산물을 만들어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또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서 남은 당은 지방으로 전환돼 축척되기 쉽다. 당뇨병, 동맥경화, 고혈압, 심혈관질환, 심지어는 암 발생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젊은 나이에 생활 습관이 나쁘고 혈당 관리를 안하면 노년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65세에 이르면 건강한 사람 대비 사망 위험이 4.5배, 치매 위험은 3.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단 음료수, 과자, 흰 밀가루 음식을 멀리하고 식사는 천천히 하길 바란다. 식사는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먹는 게 좋다.

콩과 잡곡은 저속노화 식사의 숨은 보물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저속노화와 관련해 콩을 비롯한 잡곡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콩과 잡곡은 저속노화 식사의 숨은 보물이다. 섬유질이 풍부해 식후 혈당이 서서히 오르게 해준다. 콩류는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물성 단백질의 보고다.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고 항산화 성분도 잔뜩 들어있다. 콩을 꾸준히 먹으면 근육을 유지하면서도 세포 노화를 막는 이점이 있다. 밥을 먹을 때도 흰쌀밥만 먹기보다 현미·귀리·보리 등에 검은콩·병아리콩·렌틸콩·강낭콩 등을 섞어 밥을 지어보자. 단백질 섭취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포만감이 생겨 과식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잡곡과 콩이 많이 생산되니 유행하는 수입 곡물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산 잡곡과 콩의 가치를 재발견했으면 좋겠다.

–농업은 지구 환경에 기여하는 산업이다. 저속노화 시대에 농업이 가지는 의미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환경을 지키며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제철 농산물은 가공식품보다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농산물은 수송 과정이 짧아 탄소발자국이 작고 신선도가 높아 영양 손실도 최소화된다. 건강에 좋고 온실가스도 줄여 저속노화에 기여한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받는 ‘지속가능한 식단’이라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건강한 농업이 건강한 식재료를 만들고, 건강한 사람이 환경을 지키며 소비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농업의 가치가 단순히 식량 생산을 넘어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농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면 좋겠다.

–농민들은 좋은 식재료를 생산하면서도 본인 건강관리엔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농민들은 평생 가족과 농작물을 돌보느라 정작 자기 몸 관리는 뒷전으로 미뤄두는 일이 많다. 농작물을 소중히 가꾸듯 이젠 자기 몸도 돌보길 바란다. 일단 휴식과 수면을 챙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농사는 고된 신체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과음과 흡연을 삼가고 가능한 담백한 식사와 꾸준한 운동을 생활화하길 바란다. 농기계 소음을 차단하는 귀마개와 햇빛을 막는 모자, 보호안경 등도 소홀하기 쉬운데 습관처럼 착용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살을 빼는 게 해롭다고 했는데, 고령층에 추천하는 건강관리법은.

▶지금이라도 근테크를 하자. 근테크는 돈을 은행에 저축하듯 근육량을 늘려 노후를 대비하자는 개념이다. 노년기 건강 자산은 곧 근육이라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자연 감소하는데 특히 30대 중반 이후부터 매년 1%씩 근 손실이 발생한다. 근육이 줄면 일상생활이 힘들고 낙상이나 골절 위험도 커진다. 근육량 부족을 겪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사망률이 5배 높다는 통계가 있듯 근육이야말로 장수를 결정짓는 열쇠다. 처음에는 하루 10분이라도 매일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내 몸에 맞게 강도를 높이면 된다. 참고로 달리기, 수영, 실내 로잉(노젓기) 운동 등 유산소와 웨이트 같은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가장 좋다. 한두 달만 꾸준히 해도 몸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할 것이다.

영양제에 의존하는 것보다 식탁 위 채소와 과일이 더 좋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요즘은 ‘영양제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영양제가 과연 답인지.

▶식탁 위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게 영양제보다 좋다. 의사라서 필요하면 환자에게 영양제를 처방하지만 알약보다는 자연식품으로 섭취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비타민C가 필요하면 귤이나 키위를 먹으면 된다. 영양제 몇 개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규칙적인 운동, 숙면 그리고 영양소가 균형을 맞추면서 복합적인 효과를 내는 것이다. 오히려 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과신하고 운동을 하지 않거나 흡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알약은 좋은 생활 습관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생활 습관은 무엇인지.

▶바쁜 일정 중에서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첫째, 매일 몸을 움직인다. 병원 계단을 오르거나 출퇴근길에 일부러 더 걷는다. 주말 아침에는 야외 달리기도 한다. 아침 또는 자기 전에 10분 정도를 마음챙김 호흡을 하며 명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둘째, 식습관 관리다. 섬유질과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지향하고, 탄산음료나 가당음료는 일절 마시지 않는다. 셋째는 충분한 수면이다. 하루 7시간30분 이상 자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쁜 날도 6시간은 잔다. 마지막으로 취미다. 호른 연주를 20년째 하고 있는데, 이는 뇌 운동도 돕고 무엇보다 마음에 활력을 준다. 이처럼 거창한 것보다는 자신만의 소소한 건강 루틴을 만들길 권하고 싶다. 

정희원 교수의 저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건강한 저속노화의 키워드가 있다면.

▶‘습관의 힘’이다. 노화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유전이나 운명보다 자신을 평소 돌보는 자기돌봄의 습관이다. 요즘 시대에는 정보도 많고 유혹도 많아서 한 가지를 꾸준히 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건강만큼은 꾸준해야 한다. 저서 제목을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라고 지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바로 결과를 보여주지 않더라도 시간이 만드는 수면, 식생활, 운동, 마음가짐 습관 등 습관의 마법을 믿었으면 한다. 오늘부터 하나의 작은 좋은 습관을 시작하면 그 하나가 나중에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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