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법정관리 40일, 쿠폰·주차지원 불가 등 소비자 불만 봇물

김수연 2025. 4. 16. 16: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newsnews@dt.co.kr

"홈플러스 적립, 쿠폰 이용 안 됩니다. 주차는 1시간만 됩니다" 정현주(가명, 서울 강서구·37세)씨는 최근 홈플러스몰에서 지급받은 쿠폰을 이용하러 서울의 한 홈플러스를 찾았는데, 이곳에 입점한 에잇세컨즈 매장에서 이 같은 안내를 받았다. 고물가에 봄 옷을 좀 알뜰하게 장만하려고 모아둔 쿠폰이 무용지물이 됐다.

경기도의 한 홈플러스에 입점한 아가방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손녀딸 입을 옷을 대량 구매했다는 이미란(가명, 경기 의정부시·60세)씨는 홈플러스 포인트를 적립할 수 없었다. 아가방 본사의 방침이라고 점원은 안내했다.

또 다른 입점 매장에선 주차 문제를 놓고 손님과 점원 간 다툼이 벌어졌다. 주차장에서 영수증을 모아 정산하면 시간 걱정 없이 쇼핑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한시간만 주차가 지원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40여일이 지난 16일 현재 홈플러스 매장 곳곳에서는 이 같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었다. 이들 매장의 공통점은 최근 홈플러스 포스기를 해당 브랜드사의 자체 포스기로 전환(코드전환)한 곳들이다. 홈플러스의 미정산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따른 브랜드사들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아가방앤컴퍼니의 아가방, 이랜드가 전개하는 아동 브랜드 치크, 인동에프엔의 여성패션 브랜드 쉬즈미스, 신발 멀티숍 에스마켓, 문구 팬시 전문 브랜드 아트박스 등이 자체 포스기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형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현장에서는 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판매대금이 홈플러스를 거치지 않고 브랜드 본사로 곧바로 가게 되는 자체 포스기로 전환되면서 홈플러스 포인트 적립이나 몰쿠폰 사용, 주차지원 등을 이용할 수 없어서다.

원래는 브랜드사 입점 매장에서 물건을 팔면, 홈플러스 포스기에서 결제를 하게 되고 1차적으로 홈플러스로 판매대금이 들어가게 된다. 이 중 홈플러스가 수수료를 뗀 나머지를 브랜드사 본사로 입금하고, 본사는 점주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홈플러스 내 에잇세컨즈 매장 직원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로 인해 홈플러스 관련된 것은 우리 매장에서 전부 활용이 안 된다"며 "영수증에서 홈플러스 바코드 자체가 없어지면서, 주차 지원 정책도 바뀌었다. 제품 구매시 최대 1시간만 된다"고 설명했다.

아트박스 직원도 "4월 1일부터 홈플러스 관련 결제수단이나 적립이 불가능하다"라고 안내했다.

홈플러스 입점 아가방 매장의 점주도 "우리는 11일부터 포스기를 직영 포스기로 바꿨다"면서 "6월말까지는 이렇게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점주가 6월말을 언급한 것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가 결정나는 시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달 4일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이에 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지난 10일 홈플러스는 법원에 2조7000억원 규모의 채권자목록을 제출한 상태다.

내달 8일까지 채권 조사가 진행되고, 삼일회계법인이 같은 달 22일까지 조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6월 12일까지다. 홈플러스 측은 이날 제출할 회생계획안의 변제 계획에 반영할 채무 금액을 2조270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는 모든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의 지급여력은 없어 상거래 채권만 법원에 조기변제 신청을 받아 우선 변제 중이다.

실제로 찾아가 본 몇몇 홈플러스 매장은 이달초보다 더 한산해진 모습을 보였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으로 의류 쇼핑을 나온 한 소비자는 "이런식으로 홈플러스가 망가져가는구나 싶다"라며 "쇼핑이런게 한 번 나와서 옷도 사고 커피도 한잔 마셨다가, 여기저기 둘러보다 가는 건데, 주차 지원부터 제대로 안 되는 매장을 누가 오겠나"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내 액세서리 판매점 점주는 "코로나 때처럼 매장 운영시간을 단축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손님이 없어 걱정이다"라며 "오후 6시만 되면 손님이 뚝 끊긴다. 평일엔 일매출 50~60만원 나오던 게 홈플러스 기업회생 이후, 10만원대로 떨어졌다. 12시간 나와 일하는데 내가 실제로 챙겨가는 수수료 수익은 3만~4만원밖에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차라리 일찍 문닫고 투잡이라도 뛰고 싶다. 하루 3만원 벌어 어떻게 생활이 되겠나"라고 덧붙였다.글·사진=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