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세 골프 천재의 위대한 족적
[골프한국] 타이거 우즈(49), 로리 매킬로이(36), 저스틴 로즈(44)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신동'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며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찌감치 프로 세계로 뛰어들었다.
우즈는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했다가 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중퇴했고 매킬로이와 로즈는 아예 골프에 전념키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이들에겐 골프가 인생의 전부였다.
우즈는 두 살도 되기 전에 골프에서 비범함을 드러낸 것으로 유명하다. 월남 참전용사인 아버지 얼 우즈로부터 골프를 배운 우즈는 두 살 때 TV쇼에 출연해 유명한 코미디언인 밥 호프 앞에서 퍼팅 솜씨를 선보였고 세 살 때 사이프러스 네이비 코스에서 9홀을 48타로 홀 아웃 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후 우즈는 각종 어린이, 청소년 골프대회를 석권했고 세계 주니어 골프 챔피언십을 여섯 차례나 차지했다. 우즈는 11살 때 골프 스승인 아버지를 처음 이겼는데 이후 아버지는 한 번도 우즈를 이긴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고교에 재학 중인 15세 때 최연소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에 오른 이후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었고 1994년 최연소로 U.S.아마추어 챔피언까지 차지했다. 이 기록은 2008년 재미교포 대니 리에 의해 깨졌다.
1996년 나이키, 타이틀리스트 등 거대 스포츠 기업과 스폰서 계약 체결과 동시에 프로로 전향한 우즈는 이듬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우승을 시작으로 메이저대회 15승(잭 니클러스는 18승)를 비롯,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등 총 109승이라는 경이적인 대기록을 세웠다.
로이 매킬로이 역시 골프 신동이었다. 생후 1년 6개월이 되자 아버지 개리 매킬로이는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아버지는 당시 핸디캡 제로로 로이에게는 최고의 스승인 셈이었다. 2살 때 매킬로이는 드라이버를 휘둘려 40야드를 보냈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한편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골프의 길을 탐구했고 닉 팔도의 비디오를 보며 꿈을 키웠다.
그는 7세 때 고향 골프클럽의 정식 멤버가 되어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15세 때 주니어 라이더컵 팀에 선발되었고 2005년 대회에서는 최연소 승리자가 되는 등 유럽지역 아마추어 대회 우승 행진이 이어졌다.
그는 대학 골프선수로 참여한다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받고 미국 이스트 테네시 주립대학에 진학하기로 동의했으나 유럽에서의 골프를 위해 진학을 포기했다. 그는 2007년 커누스티에서 열린 디 오픈 대회에 출전, 아마추어 최고 성적을 올린 선수에게 수여되는 실버 메달을 받았다. 2007년 12월 프로로 전향한 매킬로이는 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등에서 7승을 올리면서 세계 골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지난 주 열린 89회 마스터스에서 저스틴 로즈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하며 여섯 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로 등극했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이은 시즌 3승, 통산 29승(메이저 5승)째다. 생애 통산 PGA투어 29승 유러피언투어 18승, 아시안투어 1승 호주투어 1승 기타 4승 등 총 53승의 기록을 남겼다.
우즈나 매킬로이 만큼은 화려하지 않지만 저스틴 로즈 역시 골프 신동이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스에서 태어난 로즈는 5세 때 부모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11세에 70대를 치고 14세 때 핸디캡이 3이었다고 한다. 15세 때 영국 소년 스트로크 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17세까지 5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챙겼다.
로즈는 1998년 17살의 아마추어로 디 오픈에 출전, 공동 4위에 오르며 아마추어 최고 성적을 냈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 러프에서 멋진 어프로치 샷을 작렬시켜 버디로 홀 아웃, 세계 골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각인시켰다. 당시 잠을 설치며 TV 중계로 경기 장면을 본 필자는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앳된 소년의 얼굴로 쟁쟁한 프로선수들 틈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는 로즈는 경이 그 자체였다.
로즈는 디 오픈의 열기가 식기도 전인 1주일 뒤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프로 전향 후의 성적은 처참했다. 21개 대회 연속 컷오프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로즈의 골프는 2002년 남아공에서 열린 던힐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이륙에 성공, 같은 해에 3승을 올리고 이듬해에 세계 골프 랭킹이 33위까지 올라갔다.
그는 내친김에 2004년부터 유러피언투어 맴버를 유지하면서 미국 PGA투어로 뛰어들었으나 기대에 못 미쳐 잊혀지는 듯했다. 2006년 호주 마스터스 대회에서 4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메이저대회인 2007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5위에 올랐으나 스타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PGA에 진출한 지 6년째인 2010년 드디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대회 우승으로 미국 땅에서 첫 승의 테이프를 끊은 로즈는 비로소 장미꽃을 피우기 시작, 2013년 메이저인 US오픈에서 우승하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2018년에는 세계랭킹 1위에까지 올랐다.
US오픈 우승 이후 메이저 우승 기회가 여러 번 찾아왔으나 2015·2017년에 이어 올해도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18·2024년 디 오픈에서도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PGA투어 4승(메이저 1승), 유러피언투어 11승, 션사인 투어 2승 등을 거두었다.
셋 중 가장 젊은 매킬로이와 메이저 우승이 간절한 저스틴 로즈의 골프 여정은 계속되겠지만 잭 니클라우스의 위대한 기록(메이저 18승)을 깰 유일한 선수로 지목되던 우즈는 여성 편력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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