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대한민국 경제, 다시 한 번 혁신할 때

[이주의 MT문고] '혁신경제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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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울아카데미 제공

"2025년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될 것."(포브스)

한국경제의 펀더멘탈(기초)은 튼튼하다. 우리의 자찬에 이의를 제기하는 나라는 많지 않았다. '한강의 기적' '아시아의 4마리 용' 등 거창한 수식어는 우리의 자긍심이었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안 돼 상황은 180도 역전됐다. 소비와 경제성장률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으며 자동차와 반도체, 전자 등 기간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채기 한 번에 나라 전체가 긴장하게 됐다.

'혁신경제 4.0'을 쓴 8명의 경제 전문가들은 오래되고 구태의연한 것들이 우리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쁜 정치와 제도가 내수와 수출을 잡아먹었고 양극화는 단결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주도의 경제발전 전략처럼 70~80년대 번영을 이끈 '익숙한 성공신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또 한 번의 혁신이 필요해진 시기다.

혁신경제 4.0은 뜬구름 잡는 혁신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수많은 미디어와 단체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혁신은 이 책에 없다. 시장뿐만 아니라 정부와 교육, 노동을 아우르는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새겨져 있다. 법인세와 중소기업정책, 금융감독의 지배구조 개선 등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례를 하나하나 언급해 가며 어떤 혁신을 언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역설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저출산 문제로 인한 한국 경제의 조로화(일찍 늙음)다. 태어나는 인구가 적으니 자연스레 늙은 인구가 늘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며 경제는 굳어간다. 기존 성장모델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다. AI와 혁신조직 도입, 지역 최적화 등 여러 방면에서 바라본 우리나라의 미래가 궁금한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규제를 만드는 국회와 정부에 던지는 진단도 날카롭다. 규제를 평가하고 강력한 규제개혁 조직을 만드는 등 경제계의 오랜 숙원이 담긴 말은 기업과 경제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학교와 기업지배구조, 자본시장, 부동산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조언들은 '과연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는 근본적인 궁금증에 대한 해법이다.

알기 쉽고 일목요연하게 우리 경제를 진단하고 있지만, 일부 대목은 설명이 생략돼 있거나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연금·부동산 대책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가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한 거대담론을 제시하고 있어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자칫 압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큰 암초를 만난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은 분명 울림이 깊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체계적인 분석과 대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궁금한 독자에게 적합하다. 다시 한 번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는 우리나라에게 가장 훌륭한 처방전이 되어줄 것이다.

김동열 서울대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오태석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강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성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한상범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등 8명의 경제 전문가가 뜻을 모아 집필했다.

◇혁신경제 4.0, 한울아카데미, 2만 6000원.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