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보고 싶어"…세월호 슬픔에 잠긴 통곡의 바다(종합)

이수민 기자 2025. 4. 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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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1주기 유가족들 사고 해역서 눈물의 선상 추모식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앞에서 선언문 발표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서 2학년 9반 배향매 양의 아버지 배희춘 씨 등 유가족이 안산 단원고 앞에서 꺾어온 벚꽃 가지를 날리고 있다. 2025.4.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이해 전남 목포에서 생명존중과 안전사회를 강조하는 추모행사가 엄수됐다.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소속 참사 유가족들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 참석했다.

바다 한 가운데선 파도 소리 대신 유가족들의 흐느낌과 울부짖음만이 가득 찼다.

참사 이후 11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가족들의 시간은 예전 그날에 멈춰 있었다.

희생자 명단이 불릴 때 자녀 이름이 들리면 손수건으로 눈물을 연신 닦으며 '사랑해', '보고 싶어' 읊조렸고, 나눠준 국화꽃을 바다에 던질 때면 당장이라도 파도에 몸을 실을 것만 같았다.

2학년 3반 김빛나라 엄마 김정화 씨는 "지난 토요일 많은 비가 내렸는데 아이들의 눈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 온 뒤 날씨가 추웠는데 안 그래도 힘든 4월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해 달력에서 4월을 찢어버릴까 원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면 우리 아이의 죽음을 인지 못 하고 '내 아이가 아닐까' 하는 두근거림으로 눈길을 뗄 수 없었다"며 "지금도 여전히 장성한 청년들을 보면 '어떤 모습의 청년으로 성장했을까',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살아 있었다면 친구들과 함께 가장 멋지고 예쁜 모습으로 꿈을 향해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11년째 너무 보고 싶다"며 "아이들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서 가족들이 소원 띠를 걸고 있다. 2025.4.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2학년 9반 배향매 양 어머니 진복순 씨는 "꿈에서 딸을 볼 때마다 깨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후 한 달도 안 됐을 무렵 꿈을 꾼 적이 있다. 주방에서 밥하고 있었는데 향매가 캐리어를 끌고 돌아왔다. '사고 아니네. 이리 살아올 줄 알았다' 너무 반가워서 말하는데 결국 깨버렸다. 꿈이어서 너무 허무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최근에는 작년 4월에 향매가 꿈에 나왔다. 예쁜 옷을 차려입고 나타나 '조카 머리핀 사주려고 왔다. 백화점 가자'고 했다"며 "향매는 꿈에서도 너무 착했다. 이제는 흐릿해져서 자주 꿈에도 찾아오지 않는데 너무 그립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하선 후 오후 3시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열린 목포 기억식에 참석했다.

4·16세월호참사 11주기인 16일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앞에서 기억식이 엄수된 가운데 박현숙 세월호잊지않기 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상임 공동대표가 기억사 하고있다. 2025.4.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기억식에는 0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전남교육청, 목포시와 이태원·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등도 함께했다.

기억식은 △개회사 △추모묵념 △기억사 △기억영상 상영 △추모사 △음악 공연 △시 낭송 △선언문 낭독 △헌화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됐다.

2학년 8반 고(故) 이호진 군 어머니 김성하 씨는 아들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김성하 씨는 "호진아 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이 트이고 엄마라고 불러 줬을 때 엄마는 너무 마음 벅차고 감격스러웠는데 네가 우리 가족을 떠난 지도 열 번 하고도 또 한 해째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호진이를 보내고 나서 아빠는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인화했다. 많은 사진 중 벚꽃나무 곁에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어느 장소인지도 모르고 사진 한 장을 들고 집 근처를 그 많은 나무를 찾아서 헤매다 사진을 남겼다"고 전했다.

김 씨는 "엄마도 사람인지라 벚꽃이 예쁘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저려 우리 호진이 보내고 평택에 있는 추모공원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찾았다"면서 "어느새 우리 아들을 유학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버텨왔다. 언젠가 꼭 만나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11주기를 맞이해 '가만히 있으라 했으나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세월호의 노란 물결이 광장의 노란 불꽃이 되었다'는 이름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세월호 참사의 국가폭력 인정과 사과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을 골자로 한다.

선언문은 "수많은 국가기관의 수사와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침몰 원인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며 "국민들의 의구심을 마치 이념적 대립으로 호도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은 사회적 참사의 재연을 막기 위한 반면교사로 삼기 위함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구조 방기의 실체적 진실을 끝까지 요구하며 10·29이태원참사가족협의회, 12·29제주항공여객기참사유가족협의회 등 다른 재난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겠다"고 선언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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