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11년 전 오늘을 기억한다 [세상&]
안산 단원고 4·16 기억교실 방문한 시민들
평택 포승중학교 1학년 학생들도 현장견학
[헤럴드경제(안산)=이용경 기자] 올해로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16일.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단원고 4·16기억교실’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를 위해 방문한 시민들을 맞았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이른 아침부터 이곳 기억교실을 찾았다. 이들은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학생들의 책상에 놓인 사진과 편지, 방명록 등을 살폈다.
이른 아침이라 방문객 수는 많지 않았지만, 유족으로 보이는 이들과 추모객들은 2학년 각 반을 돌면서 슬퍼했다. 몇몇은 소리 없이 흐느끼며 울었다. 경기도교육청 4·16생명안전교육원 소속 직원들도 기억교실을 찾았는데, 직원 중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가족도 있었다.
기억교실은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당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과 선생님 11명은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유족들과 전문가 등이 모인 비영리단체 ‘4·16기억저장소’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기록과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 보존 사업이 진행됐다. 그 결과 261명의 단원고 희생자의 흔적이 남아있는 학교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4·16기억교실’이 지난 2021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기억교실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이전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책상 위에는 희생된 학생들을 기리는 사진과 꽃, 인형 등이 올려져 있었는데, 편지와 방명록에는 학생들을 그리워하는 유족들과 시민들의 절절한 추모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칠판에도 떠나간 학생들의 이름과 ‘보고 싶다’라는 글귀로 가득했다. 10개 반 교실 중에서도 2학년 3반 교실 뒤편 게시판에는 김초원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학생들의 편지가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씨도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학생들과 함께 희생됐는데, 그는 사건 발생 당일에 생일이었다. 학생들의 편지에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김씨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교실을 둘러보던 시민들은 11년 전 시간에 멈춰있는 이곳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성남에서 온 강래형(29·대학생) 씨는 희생된 학생들과 나이가 같았다. 강씨는 “고2 때 방송 뉴스를 통해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했다”며 “또래 친구들이 희생됐다는 사실에 많은 충격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기억교실이 개관한 이후부터 매년 4월 16일마다 이곳을 찾는다”며 “앞으로도 많은 시민이 참사 피해 희생자 유족들과 마음을 나누고 연대하는 힘을 모아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에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방문한 전옥기(39) 씨도 “11년 전 오늘 집에서 세월호 참사 뉴스를 접하게 됐고, 그 이후에 매번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올해 들어서 육아휴직을 쓰게 됐고, 시간상으로 조금 여유가 생겨 오늘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대신 함께 기억교실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4·16기억저장소 양옥자(57) 사무국장은 이날 기억교실에서 방문객들에게 공간을 안내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7반 고(故) 허재강 학생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양씨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들이 침몰하는 과정을 TV 생중계 뉴스로 봤기 때문에 그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어떤 분들은 참사를 외면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기억하고 싶어 하지만, 적어도 ‘기억은 힘이 세다’라는 말처럼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많은 시민이 ‘기억의 힘’으로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포승중학교 1학년 학생들도 이날 오전 10시께 4·16기억교실을 찾았다. 학생들은 조용히 교실과 교무실 안을 둘러봤다. 책상에 남겨진 희생자들의 유품과 방명록, 사진 등을 살펴보며 기억교실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포승중 1학년 1반 장지훈(남) 학생은 “남겨진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됐다”며 “자녀들이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펐다. 답답하고 먹먹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1학년 2반 이은서(여) 학생은 교실을 둘러보다 눈물을 흘렸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솔직히 많이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라 초등학교 때까지도 잘 몰랐던 것 같다”며 “그런데 지금 이렇게 희생자들을 기리는 장소에 실제로 와보니 너무나 안타깝고 슬펐다”며 “세월호 참사를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인솔하던 포승중학교 신병철 교사는 “우리 학교에는 두 개의 반이 있는데, 학생들을 각각 26명 25명으로 나눠 이달 초에도 한 차례 방문했다”며 “현장 견학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효업 포승중학교 교감도 “학생들이 교과에서 배우는 안전에 관한 학습 기회를 확장한 것”이라며 “4·16기억교실과 같은 현장에서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2년 동안 지속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산에 있는 해양안전체험관에서 해양 관련 교육도 병행해 체험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이러한 일련의 교육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추모 행사가 열린다. 4·16 재단은 이날 오후 3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을 열고 기억 영상 상영 및 합창 공연 등을 진행한다.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오후 4시 16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시민 기억식을 열고 묵념과 추모 공연 등을 연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세월호 기억관에서도 이날 오후 1시부터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필라테스 여신 양정원 ‘가맹사업 사기’ 민사도 이겼다 [세상&]
- 뉴진스, 법원 독자활동 금지 즉시 항고…2심 간다
- “박나래 자체가 위험. 그렇게 방송하면 안돼” 경고한 프로파일러
- 샤이니 태민, 노제와 ‘백허그’ 데이트 사진 확산…소속사 “확인 중”
- “온몸으로 막아” 나영석PD, 비행기서 만취 승객 저지…뒤늦게 알려진 미담
- 엑소 백현, 악플러에 칼 빼들었다…“성희롱·모욕 등 혐의로 수사 요청”
- “‘벌거벗은 의자’도 아니고”…계속 노출하더니 ‘결국’
- “팬들 돈 3700만원 가로채”…티아라 前멤버 아름, 1심 징역형 집행유예
- 쯔양은 30분 만에 조사를 거부하고 떠났다 “공정한 수사 맞는지 의심” [세상&]
- “데오드란트 발라” 英 테니스 선수 비매너 발언 결국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