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어려운 두경부암··· 초기 단계에서 잡을 단서 찾았다
국내 연구진이 두경부암 발생 전단계 병변을 구현한 ‘3차원 오가노이드 모델’을 개발해 암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치료 성과가 좋지 못했던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박영민 교수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두경부센터 데첸 린 교수 공동 연구팀은 두경부암의 한 유형인 편평상피세포암의 진행에 관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실험의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게재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진은 편평상피세포암 환자 72명에게서 여러 영역에 걸친 종양 샘플 323개를 추출해 암 전단계를 지나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의 역할을 관찰했다.
두경부암은 뇌와 안구를 제외한 얼굴, 목, 입안, 후두, 인두, 침샘, 갑상선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이 가운데 식도 주변에는 편평상피세포암이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이 암은 피부나 점막에 있는 편평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데, 주변 조직에 공격적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며 림프절을 통한 전이도 잘 일으킨다. 또 표준 치료법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아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음식 섭취와 언어 구사 등의 신체 기능이 떨어져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그래서 이 유형의 두경부암은 암으로 진행되기 전 병변을 초기부터 찾아내 예방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직 암 전단계 병변을 치료할 방법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진은 우선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종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편평상피가 악성·양성을 모두 포함한 종양(신생물)으로 변하는 과정에 ‘MLL3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어 해당 암종이 발생하는 초기의 기전을 알아내기 위해 줄기세포를 이용해 배양한 체외 세포 구조물인 3차원 오가노이드 모델을 제작했다. 이 조직은 인체의 장기가 수행하는 기능과 구조를 비슷하게 본떠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래의 인체 조직에서 발생하는 병변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쓸 수 있다.
양성인 편평상피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이형성 과정을 거쳐 편평상피세포암이 되고, 주변 조직까지 침범하는 진행 과정도 오가노이드 모델을 통해 재현했다. 완성된 오가노이드 모델에서도 MLL3 유전자 돌연변이가 종양 발생에 주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편평상피세포 종양이 형성되는 초기 과정에서 MLL3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전자 기능을 잃어 암 발생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유형의 두경부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박영민 교수는 “MLL3 유전자 돌연변이가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낮추는 기전을 규명했다”면서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새로운 면역기반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 연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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