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못 파스쿠찌'...홍준표 복당 '3자 회동' 카톡 공개

임선응 2025. 4. 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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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하 홍준표 후보)이 지난 2021년 6월, 자신의 복당을 청탁하기 위해 대구 '수성못'의 한 카페에서 명태균 씨와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이하 이준석 후보)를 함께 만난 정황이 처음 확인됐다. '명태균PC'에서 복원된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서다. 

카톡 대화를 뒷받침하는 명태균 씨의 통화 음성파일도 존재했다. 2021년 10월, 명 씨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복당 청탁이 이뤄진 3자(홍준표-명태균-이준석) 회동 장소로 대구 '수성못'을 언급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명태균PC'에서 복원한 '홍준표 측근 최○○-명태균 및 이준석 보좌진 박○○-명태균' 간의 카톡 대화를 통해 이들이 '수성못 3자 회동' 약속을 잡는 과정이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명 씨가 직접 이준석을 홍준표에게 데려가 함께 만났고 ▲홍 후보가 보는 앞에서 이준석에게 복당 청탁까지 해줬다는 명 씨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앞서 홍 후보는 '명태균 게이트' 연루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뉴스타파가 자신과 관련된 '명태균PC' 카카오톡을 보도한 뒤에는 "이재명부터 정계 은퇴하라"는 등 다소 엉뚱한 해명만을 내놓고 있다. 

이틀 전(14일) 뉴스타파 보도 직후 대구경찰청은 홍준표 후보 관련 고발 사건을 뒤늦게 수사하기 시작했다. 오늘 뉴스타파의 후속 보도로 '3자 회동'의 정확한 장소와 날짜가 특정됨에 따라, 경찰 수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측근-명태균 카톡 대화 복원..."복당이 어려운 분위기" 토로

21대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2020년 3월.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홍준표 후보를 컷오프(공천 배제)했다. 홍 후보는 이에 반발해 탈당했고,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무소속 의원 신분이 된 홍 후보는 이듬해 국민의힘 복당을 시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홍준표 복당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가 상당했던 탓이다. 이 같은 상황이었던 2021년 5월 6일. 홍 후보 아들의 친구이자 '홍준표 양아들'로도 불린다는 측근 최 모 씨가, 명태균 씨에게 카카오톡을 보낸다.

최 씨는 홍준표 관련 여론조사를 명 씨에게 의뢰하고, 조사 비용도 대신 지불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홍준표 측근 최○○-명태균 카카오톡 디지털포렌식 결과 원본(2021.5.6.)
▲홍준표 측근 최○○-명태균 카카오톡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재구성한 이미지  

"전대 전 복당이 어려운 분위기인 거 같네요. 김기현이 아직 아무 반응이 없어요"

당시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었는데,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이 홍 후보의 복당에 미온적이어서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이후에나 복당을 노려볼 수 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명 씨는 "이런...^^;;"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준석 당대표 취임 2주 뒤 '전격 복당'...통화녹음 속 명태균 "내 덕분"

얼마 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시작됐다. '이준석 돌풍'이 불었다. 그리고 2021년 6월 11일, 이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에 오른다.

당대표 취임 2주 만인 6월 24일. 이 후보가 홍 후보를 국민의힘에 복당시킨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정서를 고려하면, 그야말로 '전격적인' 복당이었다. 

홍준표 복당 4달 후인 2021년 10월 28일. 명 씨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홍준표 복당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홍준표한테) 이준석이 데리고 가니까 (홍준표가) 내보고 좀 나가 있으라 카대. 그래서 내가 “준석아 니 당 대표 되면 홍 대표님 니 복당 시킬끼가 안 시킬끼가. 최우선적으로 시킬끼가 안 시킬끼가?” (이준석이) “시켜야죠!”. “(홍준표) 대표님 됐죠?”
- 명태균-지인 통화 녹취록(2021.10.28.)

통화 내용을 정리하면 ▲명 씨가 직접 이준석을 홍준표에게 데려가 함께 만났고 ▲홍 후보가 보는 앞에서 이준석에게 복당 청탁까지 해줬다는 것이다. 

'대구 수성못 파스쿠찌'… 홍준표-명태균-이준석 '3자 회동' 유력 장소 확인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홍준표 복당 청탁 및 3자 회동 의혹의 실체는 통화 녹음파일과 관련 카카오톡 대화에서 교차로 확인된다. 우선 통화 녹음파일에서 명 씨는 '3자 회동' 장소를 말하고 있는데,  바로 대구 '수성못'이다.

준석이 당 대표 되면 (홍준표가) 가서 사진도 못 찍는다. '수성못'에서 준석이하고 사진 저 먼 곳을 같이 바라보면서 현재와 미래 카면서 사진 다 찍어놔라. 그리고 같이 대담하고 이야기하고 아버지와 아들처럼 사진 막 찍고 다 하고... 
- 명태균-지인 통화 녹취록(2021.10.28.)

아래는 2021년 5월 30일. 홍 후보의 측근 최 씨가 명 씨에게 보낸 카카오톡이다. '명태균PC' 디지털포렌식 결과 원문과 재구성한 이미지를 차례로 붙였다. 

▲홍준표 측근 최○○-명태균 카카오톡 디지털포렌식 결과 원본(2021.5.30.)
▲홍준표 측근 최○○-명태균 카카오톡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재구성한 이미지  

"명 사장님 이준석 후보 비는 시간이 언제인지 한 세 개 알려주시면 대표님 되는 시간이랑 맞춰볼게요. 장소는 대구 서울 상관없나요?"

여기서 '대표님'은 자유한국당 대표를 역임한 홍 후보를 언급할 때 측근들이 쓰는 호칭이다. 이날 카톡에서 최 씨는 '3자 회동' 약속 시간과 장소 조율을 요청했고, 명 씨는 "(이준석이) 대구에 내려오니깐 대구에서 뵙지요"라고 답했다. 

이튿날 카톡 대화에서 이들은 구체적인 만남 날짜와 장소를 논의했다.  

▲홍준표 측근 최○○-명태균 카카오톡 디지털포렌식 결과 원본(2021.5.31.)
▲홍준표 측근 최○○-명태균 카카오톡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재구성한 이미지  

2021년 5월 31일. 측근 최 씨는 명 씨에게 '3자 회동' 약속 날짜와 시간을 몇 개 보냈다. 그러나 만날 장소는 이미 정해진 듯했다. 최 씨가 적은 장소는 '수성못 파스쿠치'였다. 이후 명 씨는 장소를 바꾸자거나 하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명 씨는 곧바로 최 씨의 메시지를 복사해 당시 이준석 당대표 후보의 보좌진 박모 씨에게 전달했다. 이 또한 '명태균PC'에서 복원한 카톡 대화에서 확인된다. 

▲이준석 보좌진 박○○-명태균 카카오톡 디지털포렌식 결과 원본(2021.5.31.)
▲이준석 보좌진 박○○-명태균 카카오톡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재구성한 이미지 

취재를 종합하면 ▲명 씨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3자 회동' '수성못'을 언급했다. ▲그런데 '명태균PC'에서 복원한 카톡에서 홍준표 및 이준석 측근과 명태균 씨가 실제로 '대구 수성못'에서 만나기로 하는 약속을 잡았다. 통화 녹음과 카톡 대화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홍준표 측이 '3자 회동'을 먼저 제안한 정황 ▲실제로 명 씨가 '3자 회동'을 주선한 사실  ▲'3자 회동'이 이뤄진 장소가 정확하게 특정됐다. 회동 날짜는 대화 내용을 분석하면 6월 2일(수) 혹은 6월 4(금)~5일(토) 중이다. 이로써 명 씨가 주장해온 자신의 홍준표 '복당 청탁'과 '3자 회동' 주선 역할이 진실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뉴스타파는 이준석 후보의 보좌진 박 씨에게 "수성못에서 3자 회동이 있었는지, 명 씨와 관련 카톡을 주고받았는지" 물었지만, "대답할 게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홍준표 후보의 측근 최 씨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드릴 말씀 없다. 전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수성못 3자 회동' 및 '복당 청탁' 의혹의 당사자인 홍준표 후보와 이준석 후보에게도 여러 번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반론과 해명도 전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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