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린, 중국의 루비콘 [유레카]

길윤형 기자 2025. 4.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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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진정해, 모든 게 다 잘될 거야"라는 짤막한 글을 올린 것은 미국이 세계 57개국에 비상식적인 '상호 관세'(한국엔 25%)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 9시간 반쯤 지난 9일(현지시각) 오전 9시37분이었다.

미국인들이 왈왈 짖고, 겁을 먹은 것은 상호 관세의 영향으로 세계 최고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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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진정해, 모든 게 다 잘될 거야”라는 짤막한 글을 올린 것은 미국이 세계 57개국에 비상식적인 ‘상호 관세’(한국엔 25%)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 9시간 반쯤 지난 9일(현지시각) 오전 9시37분이었다. 그는 자신이 내린 결단에 자신이 있었는지 4분 뒤엔 “지금이 바로 (미국의 주식·채권을) 사들일 때”라는 추가 글을 올렸다.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말 그대로 ‘굴욕적’인 후퇴를 선택하게 된다. 정오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3인 회동을 한 뒤, 오후 2시18분께 10%의 보편 관세는 즉시 시행하되 “상호 관세는 90일 유예하기로 했다”(중국은 제외)는 취지의 글을 썼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왈왈 짖어대고(yippy) 조금 겁을 먹었다(a little bit afraid)”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왈왈 짖고, 겁을 먹은 것은 상호 관세의 영향으로 세계 최고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던 미 국채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했기 때문이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3.9%였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관세 부과 이후 무려 4.5%까지 뛰어올랐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정부의 이자 부담과 미국 은행들이 들고 있는 국채의 평가손이 폭증하게 된다. 그 결과는 “미국에 심각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는 것이다. 오만한 트럼프마저 깔끔하게 무릎을 꿇으며, 미국의 ‘급소’가 전세계에 노출됐다.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국과 퇴로 없는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동향이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올 1월 현재 7608억달러, 홍콩 것까지 합치면 무려 1조167억달러에 이른다. 일본(1조793억달러)에 이은 세계 2위다.

미국과 1995년 자동차 관세 문제로 치열한 협상을 벌였던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는 2년 뒤 미국 컬럼비아대 연설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는 몇번이고 미국 국채를 팔고 싶은 충동에 빠진 적이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30년 전 하시모토가 했던 생각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못 할 리 없다. 일본은 동맹인 미국을 상대로 차마 그런 선택을 할 순 없었지만, 중국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중국이 결단하면, 미국은 이를 중국판 ‘진주만 공습’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 국채 매각은 미국의 역린이자 중국엔 개전의 각오 없이 넘어선 안 될 진정한 루비콘이다.

길윤형 논설위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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