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섭 티플랙스 대표 “주주환원 위해 추가 자사주 매입 검토”

권오은 기자 2025. 4. 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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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갈수록 ‘행동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이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2460개 기업 중 41곳(2.4%)에서만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됐다. 주주제안 안건 수는 총 134건으로 이 가운데 15건(11.2%)만 가결됐다. 주주제안 안건을 제외한 상정 안건의 가결률이 96.7%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테인리스 철강 전문 기업 티플랙스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흔치 않은 사례다. 소액주주의 주주제안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 부쳤고, 상근감사 선임으로 이어졌다. 김태섭 티플랙스 대표이사 사장은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당연하다”며 임직원은 물론 주주와도 함께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티플랙스 창업자인 김영국 회장의 아들로, 2020년 티플랙스에 합류했다. 생산직과 영업직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취임했고, 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장이 된 첫해 티플랙스를 성장시키는 일과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무거운 숙제를 동시에 안았다.

지난 14일 경기 안산시 티플랙스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먼저 제2공장을 설립해 연 매출 2500억 대로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또 주주환원을 위해 올해 진행한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이어 추가 자사주 매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반기 배당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하 일문일답.

김태섭 티플랙스 대표이사 사장. /권오은 기자

─올해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가장 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올해 1분기(1~3월) 실적은 아직 결산 중이지만, 지난해 동기만큼의 성과를 낸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올해 내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내수 경기 침체로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티플랙스는 스테인리스 봉강(봉 형태의 철강) 제품부터 마봉강, 판재 등을 가공·유통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가전제품부터 건설, 반도체·액화천연가스(LNG) 산업 설비 등에 두루 쓰인다. 그만큼 전방산업 업황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생각으로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고객사들과 만나며 열심히 뛰고 있다. 그동안 성장에 힘쓰면서 돌아보지 못했던 회사 내실도 다져가려고 한다.”

─첨단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공장 옆 유휴부지 중 일부를 활용해 2000평 규모의 제2공장을 세우려고 한다. 재고와 출고 대기 제품을 둘 공간을 고려할 때 현재 공장의 공간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연 매출 2500억원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단기 목표다.

또 창사 50주년을 맞는 2031년에는 국내 첨단 소재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가공 전문 기업이라는 한길만 걸어왔는데, 철강 메이커와 고객사 사이에서 다양한 제품을 시험해 보는 일도 하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연계 신사업으로 진출까지 열어두고 있다.”

경기 안산시 티플랙스 공장의 슬리터가 냉연 제품을 자르고 있다. /티플랙스 제공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됐다.

“티플랙스는 소액주주운동은 주주들에게 부여된 권한이기에 소액주주 대표들이 제안한 상임감사 선임 및 현금 배당 1주당 100원, 임원보수 규정 신설 등의 3건의 주주제안을 모두 받아들여 주주총회를 공정하게 진행했다. 이 가운데 상임감사 선임 안건이 가결됐다.

물론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법인 대표자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주주제안을 두고 여러 이견도 있었다. 소액주주 운동을 주도한 에이원자산대부관리는 채권추심업무를 주업종으로 하는 자산관리회사로 티플랙스 지분 1.02%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원자산대부관리와 관계 회사들은 그동안 티플랙스 및 주요 주주들과 유무형의 거래 관계를 진행해 왔다. 그래도 대승적 차원에서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표 대결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소액주주운동 측에서 의결권을 모으는 과정에서 유언비어를 만들었던 점은 강한 유감이다. 마치 내부 거래를 통해 회사의 부(富)가 대주주에게 유출됐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명예훼손 혐의로 현재 법적 대응 중이다.

또 주주제안을 통해 선임된 구희찬 감사가 예전에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경영진의 횡포에 맞서다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이라는 것도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구희찬 후보를 감사로 의결한 결정은 주주들의 뜻이고 존중하지만, 사실과 다른 점은 바로 잡히길 바란다.”

─임원 보수 총액이 2023년 30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24억600만원으로 줄었다. 이것도 소액주주들을 의식한 것인가.

“지난 정기 주주총회 때 나온 이야기를 반영했다. 주주들이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배당 규모도 지난해 1주당 20원에서 올해 25원으로 올렸다. 그동안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방안이 무엇일지를 두고 회사도 고민해 왔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확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앞으로도 주주들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주주 권익을 위한 계획이 있나.

“주주환원을 위해 배당 확대와 함께 반기 배당 도입도 고민 중이다. 자사주도 올해 1월부터 오는 6월까지 20억원어치 매입하는데, 이어서 추가 매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적극적으로 기업설명회(IR) 등도 진행하겠다.

실적 개선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결국 핵심이다. 소재 사업 확장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창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임직원과 주주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를 통해 함께 성장해 나가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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