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엘살바도르 추방 238명 갱단원 거의 없다"-NYT

문신 있다며 갱단 구성원 판정
정작 갱단은 문신 사용 안해
추방 이의 제기 기회조차 안 줘

[테콜루카=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엘살바도르 테콜루카 '테러범 수용소'(CECOT·세코트)에서 교도관들이 미국으로부터 추방된 이주자들을 압송하고 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갱단 조직원으로 지목해 추방한 이들 가운데 실제 조직원인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5.4.1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베네수엘라 갱단 조직원으로 지목해 엘살바도르로 추방한 238명 대부분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범죄 기록이 없으며 갱단과 연관성도 거의 없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특히 미 정부가 미 역사상 세 차례만 발동됐고 2차 대전 중 독일, 이탈리아,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적용된 것이 가장 최근 사례인 적성국민법을 적용해 추방하면서 추방 혐의에 대해 다툴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공개로 추방을 진행한 트럼프 정부는 조치가 공개된 뒤 추방된 사람들이 트란 데 아라과라는 베네수엘라 갱단의 일원이며 베네수엘라 정부와 연계돼 있어 미국을 침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 기록에 따르면, 정부는 3월15일 오후 3시53분에 적성국민법 발동을 공식 선언했다. 추방 대상자들은 이날 오후 7시36분 엘살바도르행 비행기에 탑승한 상태였다. 적성국민법 발동에서 비행기 탑승까지 불과 3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이의 제기를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적성국민법은 정부가 전시 사람을 구금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구금된 사람들은 이의 제기 권리를 지닌다.

이와 관련 지난달 패트리샤 밀렛 항소법원 판사가 트럼프 정부가 절차적 권리를 무시했다며 “나치조차도 적성국민법 아래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지난주, 연방 대법원 판사 9명 전원이 추방 대상자들에게 소명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정에서 정부는 추방된 사람들이 구금 상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미 엘살바도르에 있어 미국 사법 제도가 적용되지 않으며 변호사, 가족과 접촉도 할 수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주 “그들은 평생 거기 머물러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추방된 238명이 ‘트렌 데 아라과’ 갱단의 조직원들이라고 주장한다.

당국자들은 범죄 기록, 소셜 미디어, 감시 자료, 이민자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문신 같은 기타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이 갱단원임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NYT가 자체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범죄 이력은커녕 갱단과의 관련성도 명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극히 일부만이 갱단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엘살바도르로 보내진 사람들 중 최소 32명이 미국이나 해외에서 심각한 범죄 혐의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다른 20여 명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무단침입, 학교 구역 내 과속, 차량 등록 미비 등 경범죄에 해당하는 혐의로 기소되었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들은 불법 이민자라는 점 이외에 범죄 이력이 없었다.

적성국민법 적용을 둘러싸고 현재 정부와 미국시민자유연뱅(ACLU) 등 시민단체들 사이에 치열한 법적 공방이 진행중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해당 법 조항을 발동하는데 필요한 베네수엘라의 ‘전쟁 혹은 침략 상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가 이민자들이 갱 조직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추방대상자들이 반박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정에서, 전쟁이나 침략 상태에 대한 정의는 정부의 재량권이며 갱단 조직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정부 권한이라고 주장해왔다.

법원에 제출된 정부 문서에 따르면 문신이 트란 데 아라과 조직원 여부를 판정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적성국민 신원 확인 가이드”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이민 당국자들이 트란 데 아라과 조직원 여부를 판별하는 점수 체계를 담고 있다. 총 8점을 받으면 해당 인물은 ‘확인된’ 조직원으로 분류하도록 돼 있는 이 방식에서 문신이 차지하는 점수가 4점이다.

또 이 조직과 관련된 의복을 착용해도 4점을 받는다.

그러나 트렌 데 아라과를 연구해 온 전문가 5명이 트란 데 아라과는 문신을 조직원 징표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차 대전 당시, 미 법무부는 독일계, 이탈리아계, 일본계 등록 외국인들을 체포한 뒤 이들이 국가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도록 민간 심사위원회를 설치했고 이 위원회가 많은 사람들을 석방시켰다. 그러나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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