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중징계 쏟아냈던 권재홍, 시사프로 앵커 적절한가

박재령 기자 2025. 4. 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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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2대 총선 선방위원 활동했던 권재홍 앵커
30건의 법정제재 중 28건 참여, 정부 옹호성 발언 다수
'선방위 제재 취소' 판결 나왔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TV조선 '강적들'의 새 MC로 간 권재홍 전 MBC 앵커. 사진출처=TV조선.

정부 비판 보도에 중징계를 쏟아내며 방송사들을 괴롭혔던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이때 위원으로 활동했던 권재홍 전 MBC 부사장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돌아왔다.

권재홍 앵커는 지난달 15일부터 TV조선 '강적들' 진행자로 나서고 있다. 권 앵커는 과거 MBC 노동조합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2023년 10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는데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지난해 특별사면을 허용했고 앵커까지 됐다. 2013년 MBC 뉴스데스크 앵커 이후 약 12년 만이다.

특별사면이 이뤄진 2024년 2월, 권 앵커는 한창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추천 몫으로 얻은 자리였다. 권 전 부사장은 공언련 이사장 출신이다.

22대 총선 선방위는 방송사들 입장에선 '최악의 선방위'였다. 총 30건의 법정제재가 의결됐는데 이는 선방위 기준 역대 최다 중징계였다. MBC에만 20건의 법정제재(지역MBC 포함)가 몰렸고 CBS, YTN 등 정부 비판 보도에 중징계가 이어졌다. 채널A는 법정제재가 2건뿐이었으며 TV조선은 아무 제재를 받지 않았다.

▲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 위원별 법정제재 의결내역. 그래픽=이우림 기자

권 앵커는 총 30건의 법정제재 중 28건에 참여했다. 선방위 법정제재는 9인의 선방위원 중 5인 이상이 의견을 내면 확정되는데 권 앵커를 포함한 특정 5인(백선기·권재홍·손형기·최철호·김문환)이 고정적으로 중징계 의견을 냈다. 법정제재는 방통위의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심의 현장에서 나왔던 권 앵커의 발언들을 보면 정부·여당 옹호성 표현들이 다수 나온다. 특히 김건희 여사 모녀가 주가조작 의혹 관련 2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내용을 놓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굉장한 편파적인 보도”(2024년 2월2일), “실질적으로 23억 원이 어떤 팩트를 가지고 있는지 추가 취재했어야 한다”(2024년 4월11일), “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된 걸 알면서도 23억 원에 대해 기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방송이) 몰고 간다”(2024년 4월18일) 등의 강경한 발언을 했다.

'강적들'에 함께 출연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단순무식하고 과격한 분자들이 있다는 말까지 한다”(2024년 2월2일), “TV에 출연했을 때는 괜찮은데 라디오에 나와선 막말을 서슴치 않는다”, “대통령이 단순 무식하다는 등 발언을 인용하기도 부끄러운 말들을 한다. 어떤 진행자의 제재도 없다”(2024년 2월22일)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였다.

22대 총선 선방위가 의결한 법정제재 다수가 법원에서 뒤집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효력정지 가처분이 줄줄이 인용되고 있고 지난 10일 본안에서 첫 취소 판결도 나왔다. 법원은 선방위가 선거와 무관한 방송까지 선거방송으로 분류해 징계한 것이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선거 관련성이 모호한 방송을 선방위가 무리해서 심의한다는 비판은 활동 당시에도 불거졌는데 권재홍 당시 위원은 “마치 방심위에서 할 수 있는 안건을 선방위가 가져다가 심의하는 것처럼 뉘앙스를 까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인 행위가 아닌가 싶다”(2024년 4월11일)고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 권재홍 앵커. TV조선 '강적들' 갈무리

심의기구가 의결했던 행정처분이 법원에서 취소되는 일은 기구 입장에선 '수치스러운' 일이다. 법원에서 뒤집어질 실무를 맡았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직원들은 상흔을 가진 채 업무를 계속하고 있지만 실제 중징계를 남발했던 심의위원들은 훌훌 떠나 각자의 활동을 하고 있다. 무리한 심의를 이어간 탓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됐건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권 앵커 역시 책임질 생각은 없는 걸로 보인다.

선방위 심의 대상에 자주 올랐던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지난해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이분들이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다. 총선 패배에 2등 공신이 됐는데도 이분들이 영전된다면 지금 정권이 총선 민심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방위 활동 후 김준일 평론가의 예측대로 '영전'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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