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연속 경제성장률 깎아먹은 건설투자, 금융위기 이후 최장... 2026년 이후에나 반전 가능

조은임 기자 2025. 4. 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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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 건설투자 기여도 4개 분기 마이너스
24일 한은 GDP 속보치 발표… 최장 기록 세우나
경제 선진화·고비용 구조 고착화 원인
“올해도 역성장 전망, 2026년부터 3기신도시 물량 반영”

건설투자가 역대 최장기간 경제성장률을 깎아먹을 위기에 있다. 건설투자는 10년 전 만해도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다. 경제가 선진화되면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지만, 건설업계의 고비용 구조가 고착된 여파도 크다. 3기 신도시 착공물량이 반영되고 건설 수주, 기업 투자 등이 되살아나야 건설 투자의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계절조정·실질)는 -0.6%포인트(p)로, 지난해 2분기(-0.3%p), 3분기(-0.5%p)에 이어 3개 분기째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이는 금융위기가 왔던 2010년 1~3분기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2010년 1분기 건설투자 성장기여도는 -0.1%p, 2분기는 -0.8%p, 3분기는 -0.1%를 기록했다.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를 나타낸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손민균

건설투자 성장기여도가 올해 1분기까지 마이너스를 나타낸다면 이는 사상 최장기간이다. 건설투자 성장기여도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1분기~4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던 것이 최장 기록이기 때문이다. 1998년 1분기 건설투자 성장기여도는 -1.9%p, 2분기에는 -1.3%p, 3분기에는 -0.5%p, 4분기에는 -0.1%p 였다. 한은은 오는 24일 2025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건설투자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인 2015년 1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11개 분기 연속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2016년 1분기에는 성장률이 전기대비 0.4%였는데,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0.5%p였다. 건설투자의 기여도가 전체 성장률을 넘어섰다.

10년 만에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전락한 건 건설투자가 역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분기 건설투자 성장률은 전기대비 -1.7%였다. 이어 3분기 -3.6%, 4분기 -4.5%를 기록했다. 역성장의 폭이 커지며 흔한 기저효과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의 분기별 성장률(-4.5%)은 금융위기가 왔던 2010년 2분기(-5.1%) 이후 가장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이다.

건설투자의 성장률 하락은 선진화 된 국가의 공통된 특징이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대부분 구축됐고, 주거도 안정화되면서 건설업의 ‘먹을 거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1960~1980년대 국가 차원의 주거대책이 진행되면서 건설투자의 연간성장률은 오랜 기간 두 자릿 수를 기록했다. 1968년 건설투자의 성장률은 43.8%, 다음해에는 30.2%를 기록했다. 1973년부터 1978년까지는 단 한 해(1975년)를 제외하고 두 자릿 수 성장을 거듭했다.

젝트 파이낸싱(PF) 경색은 건설투자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공사비가 걷잡을 수 없이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부동산 PF위기가 본격화됐다. 자금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사업장이 여기에 건설업계의 고비용 구조와 프로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국내 중견 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1월 신동아건설(시공능력평가 58위)과 대저건설(103위), 2월에는 삼부토건(71위)과 안강건설(116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삼정기업(114위), 3월에는 벽산엔지니어링(180위), 이달 들어서는 이화공영(134위), 대흥건설(96위)이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늙고 선진화되면 건설투자의 성장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고비용 문제와 더불어 PF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겹치면서 건설투자가 역성장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 물량이 반영되는 2026년 하반기 쯤이면 건설투자가 반등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말 하남교산이 착공에 들어갔고, 이어 고양창릉, 남양주왕숙, 인천계양, 부천대장 등은 올 연말 토지보상 절차가 마무리 되면 착공을 할 예정이다. 3기 신도시의 주택 공급량은 17만4000가구다. 2021~2022년 부동산 호황기에 대거 사업을 확장한 시행사·건설사가 당분간은 신규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한은은 올해 건설투자가 1.3%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영무 대우건설 연구원은 “주택경기 침체로 역대 최대규모로 건설사 부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3기 신도시 물량이 후행해서 반영될 2026년 하반기가 돼야 건설투자가 반전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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