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디지털 전환,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하자
[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신문사 취재기자는 보통 출입처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마감 시간에 맞춰서 편집국에 송고한다. 그럼 공식적인 일과는 끝난다. 편집국에서는 그 기사를 받아서 정치·사회·경제·문화면에 싣는다. 이 같은 출입처 시스템은 다양한 기사를 비교적 균질하게 매일 생산할 수 있다. 효율로만 따지면 이만한 게 없다. 철저히 분업화된 신문 제작 공정, 그 효율성의 중심에 출입처 제도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역신문사가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할 때는 이 제도가 큰 걸림돌이 된다. 물론 디지털 전환을 막는 모든 '원흉'이 출입처 제도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신문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논의할 때 출입처 제도의 문제점을 쉽게 간과한다.
대형신문사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이들은 별도의 디지털 부서를 운영한다. 디지털 부서 내에서도 SNS 전담 에디터, 영상 편집자, 모션그래퍼, 프로그래머 등 직무가 세분화돼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반면 지역신문사는 별도의 디지털 부서를 구성하기 어렵다. 결국 취재기자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한다. 지역신문사의 출입처 제도가 디지털 혁신을 저해하는 이유를 세 가지 측면으로 짚어본다.
첫째, 출입처 제도는 기자들의 사고 확장을 가로막는다. 이 제도의 핵심은 철저한 분업화다. 기자들은 주로 '무엇을 쓸 것인가'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은 매체 자체를 바꾸는 큰 변화다. '무엇을' 쓸지에만 몰두하게 하는 출입처 제도 안에서는 어떻게 독자에게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출입처를 기반으로 원고 매수를 맞춰서 편집국으로 기사를 송고하는 일'로 정의된 취재보도 행위 자체를 새롭게 점검해야하는데, 출입처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기자들이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편집국 리더가 '디지털 전환'을 외쳐도, 익숙한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 뻔하다.
둘째, 출입처 제도는 회사 내부의 결속력을 약화시킨다. 취재 기자들은 출입처에서 취재원이나 타사 기자들과 밀접하게 지낸다. 일부는 그 생활 자체를 기자 생활로 여긴다. 안정적인 루틴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디지털 전환은 '내 일'이 아니라 별도 부서가 할 일로 인식하곤 한다. 대형 언론사는 디지털 부서가 따로 있어 문제가 덜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언론사는 규모가 작아, 취재기자가 디지털 전략을 직접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셋째, 출입처 제도는 기자들의 이탈을 유발한다. 기자들은 출입처에서 쌓은 인맥으로 다른 언론사나 관련 기업으로 옮기는 사례가 흔하다. 이는 회사 처지에서는 혁신 동력을 얻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약간 과장을 보태서 이야기 하자면, 회사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을 기치로 내걸고 출입처 관행을 혁파하고, 가보지 않은 길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 취재기자는 익숙한 출입처 환경을 유지하는 곳으로 회사를 옮길지도 모른다. 불확실성이 없는 안정적인 환경으로 회귀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을 깨는 게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지역신문사가 디지털 전환 전략을 짤 때 출입처 제도의 한계를 외면해선 안 된다. 물론 다짜고짜 출입처 폐지를 선언하는 것은 무리다. 전통적인 신문 제작 공정에서 한 걸음 물러서, 디지털 보도 방식을 점진적으로 확장해나가는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출입처가 없는 디지털 부서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이 부서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취재기자들에게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 그것은 '보도'를 새롭게 정의하는 일이다. 기존의 제작 공정에서 한 걸음 떨어져 새로운 보도 방식을 실험해야 한다.
경남도민일보는 지금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신문기자들이 매주 한 차례 영상 콘텐츠에 출연하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촬영에 임하지만, 점차 효능감을 체감하고 있다. 기사로 썼을 때는 반응이 없던 주제가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영상에 직접 출연해 취재한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이제는 '보도'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요즘 들어 점점 더 확신이 든다. 지역신문사의 디지털 전환은 단지 기술이나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보도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는 일이다. 출입처 중심의 관성을 넘어서려는 실험, 그것이야말로 지역신문이 생존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첫걸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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