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한숨 그리고 행복… 그토록 빛나고 싶던 소녀의 마음[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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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지금 꽃물결. 세상천지가 다 꽃이다. 목련,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그리고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나무와 식물들. 그들끼리 축제를 벌이나 보다. 그러면 난 그들이 초대한 자연인. 한껏 그들이 내지르는 활기에 몸을 맡긴다. 청량하고 싱그럽다. 달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산골 소녀 시절, 난 이 계절을 견딜 수 없었다. 청초하고 싱싱한, 황홀하게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요동쳤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그때마다 나를 진정시켰던 건 일기장. 의지와 위로와 안식처 역할을 한 그 일기장은 지금의 나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지난해, 벼르고 별러 수십 년 만에 창고에서 곤히 잠자고 있던 일기장 박스를 깨웠다. 그동안 살면서 여러 번 그 박스를 생각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여유도 없었고 옛일을 추억하는 게 겁났다. 박스 안에는 중2 때부터 고3 때까지 40여 년 전부터 쓴 15권의 일기장이 들어 있었다. 세월의 더께로 찢기고 시커먼 먼지로 만신창이가 된 박스는 20년간 고향 집 광에서 굴러다니다, 집을 장만하고 가져와 쭉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자물쇠로 잠기거나 신문지로 꼭꼭 싸맨 일기장을 펼치니, 스스로 박제된 곤충들과 꽃잎, 나뭇잎들이 쏟아져 내렸다. 내 눈물과 한숨과 고민과 방황과 외로움도 쏟아졌다. 나는 어느새 그 시절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여러 날 일기장을 끌어안고 냄새 맡으며 내 풋풋한 젊음을 엿들었다. 뿌듯하고 행복했다. 차곡차곡 쓴 내 젊은 날이 자랑스러웠다.
일기장에는 시와 그림, 꿈과 비밀 이야기들이 즐비하게 적혀 있었다. 읽다 보니 책을 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일기장 박스를 봉인할 때, 먼 훗날 일기장을 엮어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그래도 난 빛나고 싶어’라는 책을 냈다. 표지와 속지 그림은 17살 때의 일기장에 그렸던 것들이다. 깜깜한 창고에서 수십 년간 꼭꼭 숨겨진 일기장 속 이야기를 세상에 내놔 빛나게 하고 싶었다. 마침 19살의 일기장에서 이 글을 발견한 까닭이기도 하다.
“나 지금 작고 수줍어 눈에 띄지 않지만, 언젠간 빛나고 싶어.
나 아직 가진 것 없고 잘난 것 없지만, 주눅 들지 않고 빛나고 싶어.
나 비록 산골에서 넓은 세상 모르지만, 꿈이 있기에 빛나고 싶어.
훗날 내 바람대로 살지 않더라도, 나로서 당당히 빛나고 싶어.
설령 내게 세상이 암흑일지라도, 그래도 난 빛나고 싶어.”(‘그래도 난 빛나고 싶어’ 전문)
여기저기 일기장 속엔 자연을 친구로 삼으며 외로움을 달래고, 진로를 고민하고,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수없이 고뇌하고 방황한 흔적들로 가득하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성숙의 아픔 탓일까. 그땐 왜 감정이 뒤죽박죽이었을까. 자주 신경질만 솟구치고. 오래전 사춘기를 겪었거나 겪는 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뀐 맞춤법과 약간의 문맥을 수정해 원문을 그대로 옮기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이 책 속 편지들은, 막연히 ‘미지의 사람에게’ 쓴 글로 독자가 주인공이다. 그때 밤새워 썼지만, 수신인이 없어 부치지 못한 한 소녀의 편지를 받아주시면 좋겠다.
박성희(경기 광주시평생학습관 수필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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