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선물되도록”… 입양대기 아이들의 ‘키다리 아저씨’[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2015년 입양기관에 첫 나눔
‘삶의 교훈’ 강연 재능기부도
50만 가입 온라인 카페 운영
회원들과 무료 급식 등 봉사
입양 전 놀이동산서 추억 선물
“나눔, 그 자체가 사랑의 언어”
부모가 돼 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송희창(50) 씨의 눈에는 미혼모가 홀로 키워야 하는 TV 속 아이들이 그랬다. 미혼모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아이를 낳는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든, 입양되기 전이라도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악한 보호시설에서 자라야 하는 미혼모 가정의 아이들을 지켜보던 송 씨는 자연스럽게 나눔에 대한 열망을 키워갔다. 그때부터 그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2015년, 아동 입양을 담당하는 한 복지기관에서 송 씨는 그렇게 첫 나눔을 시작했다.
16일 초록우산에 따르면 교육 플랫폼 ‘행크에듀’ 대표인 송 씨가 지금까지 초록우산에 기부한 금액은 2억 원에 달한다. 후원금은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의 생계 및 학습 지원에 쓰였다. 올해는 보육시설에 스터디카페를 짓는 사업도 진행된다. 송 씨는 ‘사람은 자신이 그린 대로 삶을 살게 된다’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아이들 또한 현실에 부딪혀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다고 한다. 2023년에는 치료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인 환아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송 씨는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좌절하고 있는 아이뿐 아니라 몸이 아픈 아이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씨가 아이들에게 후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그의 ‘진심’이다. 금전적인 후원을 넘어 재능 기부에도 나섰다. 초록우산의 드림멘토클래스 프로그램에 참여해 ‘삶의 교훈’을 전하는 강연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강연을 마친 그는 “나 또한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고난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가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내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송 씨는 50만 회원이 가입한 온라인 카페 ‘행복재테크’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그는 “카페 회원들과 함께 미혼모 시설, 독거노인 무료급식소는 물론 각종 기부단체를 통해 다양한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며 “무료급식 봉사, 연탄 나눔 봉사, 아동 케어 등 오프라인 봉사활동 또한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고 말했다. 회원들과 함께하면서 나눔의 기쁨도 갈수록 커졌다고 한다. 송 씨는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 나눔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금액은 커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곳도 많아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송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나눔의 순간에도 카페 회원들이 함께했다. 송 씨는 “회원들과 함께 입양을 앞둔 아이들과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때가 가장 즐거웠다”며 “키즈카페나 놀이공원에 가본 적 없던 아이들에겐 얼마나 선물 같은 시간이었을까”라고 환히 웃어 보였다.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송 씨는 털어놨다.
후원자가 된 뒤 송 씨에게는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들이 눈에 밟혔다.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기를 원했던 송 씨의 바람은 이제 아이들이 ‘더 밝게 자랄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친구 사이는 물론 가정에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면서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 또한 많다”며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치와 함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씨는 나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첫걸음으로 ‘작은 것부터 나누기’를 꼽았다. 나의 작은 손길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씨가 운영하는 카페 회원들 또한 간단한 소액 후원부터 시작하는 이가 대다수다. 송 씨는 “나도 처음에는 나눔을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송 씨에게 나눔은 단순히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는 나눔을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이 세상을 따뜻하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힘’ 그 자체라고 말한다. 송 씨는 “나눔은 그 자체로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랑의 언어였다”며 “앞으로도 나눔을 통해 내 가족과 아이만을 바라보는 사회가 아닌, 타인에게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는 ‘우리’를 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스스로 무엇을 나눌 만한 처지일지 고민하거나, 작은 나눔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송 씨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무언가 바라고 나눔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나눔을 하면 할수록 자꾸만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우연인가 싶었지만, 계속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정말 나눔은 아무리 작아도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나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무엇’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빛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는 오늘도 작은 나눔을 이어갑니다. 여러분도 아주 작은 것부터 진정으로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이 어렵습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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