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슬전 ㅣ 전공의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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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은 1년이 지나도록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의협은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정부가 약속한 의정 갈등 전인 3058명으로 확정하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추진 방식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면서 "의개특위 해체,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교육 불가능 의대의 입학정원 조정, 정부·국회·의료계 논의 테이블 마련" 등 기존 의협의 강경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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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1.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전공의(레지던트) A가 있다. A는 레지던트 2년 차이던 지난해 의정 갈등의 한복판에서 갈팡질팡했다. 그 힘든 코로나19 팬데믹도 거치고, 엔데믹 후에는 전문의 과정 중 가장 힘들다는 레지던트 1년 차 생활도 버텼는데 의정 갈등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병원에 사직서를 던졌다. 평소 같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의사가 환자를 내버려두고 병원을 떠나다니…. 그러나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동기생과 선·후배 전공의들에게 등을 돌릴 수는 없었다. 등을 돌린다면 그건 일종의 배반이고, 배신이었다.
의정 갈등은 1년이 지나도록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3일 대선기획본부를 출범시키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의정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작업에 착수했다. 의협은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정부가 약속한 의정 갈등 전인 3058명으로 확정하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추진 방식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면서 "의개특위 해체,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교육 불가능 의대의 입학정원 조정, 정부·국회·의료계 논의 테이블 마련" 등 기존 의협의 강경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학교의 자율적 합의에 맡기겠다고 했는데도 갈등의 골은 채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 내 강경파와 협상파 사이에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고, 전공의와 의대생의 물러서지 않는 태도는 많은 국민들에게 여전히 깊은 불신을 남기고 있다. 방황이 끝나지 않은 A는 군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2, 지난 12∼13일 tvN으로 방송된 드라마 시리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슬전생) 속의 전공의 오이영(고윤정), 표남경(신시아), 엄재일(강유석), 김사비(한예지)도 있다. 극중 종로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인 이들은 2회 방송 내내 좌충우돌하고 실수 연발이었다. 오이영은 출산이 임박한 산모 상태를 점검하다가 타이밍을 잘못 판단해 그만 병원 복도에서 아이를 받는 사고를 저지른다. 담당 교수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절망에 빠진다. 게다가 거짓말로 자신을 괴롭히는 선배 명은영(김혜인)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다. 표남경은 중증 암환자에 대한 말 실수로 곤욕을 치른다. 밥 한 끼, 커피 한잔 할 여유도 없이 넋이 나가 있다가 결국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을 무단 이탈한다. 김사비는 전교 1등 출신의 엘리트 전공의다. 공부 열심히 하고 판단이 빠르며 일을 곧잘 한다. 그런데 환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좀 부족해 보인다. 매몰찬 행동으로 환자에게 "저런 분이 의사해도 되나?"하는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린다. 엄재일은 의욕충만형이다. 뭐든 열심히 해보려 하지만 실력은 그만큼 뒤따라주지 않아 낙담한다. 무릇 전공의는 잠잘 시간도 없을 만큼 분주한 법인데 그를 찾는 선배는 없어 외롭다.
전공의들이 왜 그리 바쁜지, 허둥대는지, 힘들어하는지, 병원에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전공의들의 눈물 어린 병원 적응기다. 가만히 보면 푸른색 의사 가운만 입었을 뿐이지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회사 새내기들이 하는 시행착오, 절망·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것에 공감하다 보면 자연히 전공의에 대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들게 된다. 그들이 불쌍하고 가여워진다.

#3. 그러나 '슬전생'의 측은지심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1'에서 보이는 전공의와 의사 사회의 어지러운 현실이 먼저 생각나기 때문이다. 오이영과 표남경을 보면서 "전공의가 얼마나 고될까" "저들이 왜 힘들어서 저 난리일까"에 대해 수긍하다가도, 잠시 후 TV와 신문 뉴스를 통해 전달되는 의협과 전공의의 타협 없는 단체행동 소식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힘들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젠 어떻게든 협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환자와 생명을 중시한다는 그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쯤까지 생각이 미치면 '슬전생' 전공의들에 대한 애처로움이 사그라든다.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지 못하게 한다.
'슬전생'은 많은 시청자 팬을 낳았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1990년대 청춘들의 삶과 애환을 실감 나게 묘사하며 향수를 자극했던 '응답하라∼' 시리즈까지 버무린 '검증된' 작품이다. 그러나 첫회 시청률 3.7%, 2회는 4.0%에 머물렀다. '슬의생'이 6.3%로 시작해 14.1%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에 비하면 좀 저조한 성적이다. '슬전생'이 더욱 공감을 얻으려면 사회적인 분위기의 반전이 필요할 것 같다. 그것 역시 전공의들의 몫이다. 전공의를 바라보는 상반된 두 가지 시선을 얼마나 하나로 모으느냐가 관건이다. 이 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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