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속의 그녀는 '전혀 다른 그녀' [산지컬100]

서현우 2025. 4. 16. 07: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행 시작 1년 만에 지리태극 완주한 박송이씨

극한 산행은 단순히 체력만 좋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산을 대하는 올곧은 태도와 이념, 탄탄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춰야만 안전히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넷플릭스 인기 예능 <피지컬100>에서 피지컬이 뛰어난 이를 탐구했듯, 월간<山>은 '산지컬'이 뛰어난 이들을 만나본다. _ 편집자 주

"저 집순이예요. 책 읽는 것 좋아하고요. 평일에는 그냥 누워 있어요."

그렇게 보였다. 사뿐한 발걸음부터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까지 조용한 사람의 전형이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하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GPS가 보여 주는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무박 4일, 5일에 걸쳐서 수백km의 산길을 폭압적으로 주파한다. 끝없이 자기 자신을 한계까지 내몰면서 산의 능선을 따라 빼곡하게 빨간 GPS 궤적들을 한 땀 한 땀 찍어 기다란 선을 만들어냈다. 산에 쏟아 부었을 땀과 숨은 0km부터 200km까지 출렁거리면서 이어지는 페이스 그래프를 통해 미뤄 짐작해 본다.

책과 산. 어떻게 보면 가장 정적인 것과 가장 동적인 취미다. 그 양극단을 모두 오가는 수상한 이중생활을 하는데 그는 이것이 "너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산행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지리산 화대종주, 돌산종주, 백두대간, 지리태극 등 장거리 산행을 초단기 속성으로 해치웠다. 그의 이름은 박송이, 평일에는 충청 지방의 모 대학교 도서관 사서로 일하지만 주말이면 초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여성 산꾼이다.

2020년 백두대간 남진 완주.

첫 단추부터 20km 배태망설

박씨는 충청북도 청주가 고향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은 딱히 좋아하지 않았고, 집에 있는 것을 선호했다고 한다. 다만 운동신경은 꽤 있었다. 체력장에서 웬만하면 1등을 했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 육상부 선수들과 함께 팀을 꾸려 대표 계주선수도 했다.

하지만 운동엔 썩 흥미가 있지 않았다. 대신 책이 좋았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했다. 그런데 막상 전공 공부를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여기선 책 하나를 깊고 느리게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빠르게 파악해서 분류하고, 세대나 카테고리에 맞게 추천해 주는 것이 중요했다. 책을 깊게 탐독하는 시간을 가질 줄 알았는데 여러 권을 빨리, 기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뜻밖이었다. 그래서 국어국문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면접이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 돌고 돌아 다시 도서관 사서로 취직하게 됐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2021년 국공지리연산&지리태극 역방향 종주를 5일에 걸쳐 일시종주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이게 책만 대하면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사람도 대해야 했어요. 그런데 제가 사람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걸 좀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낯을 좀 가리거든요. 그래서 대인대면서비스를 먼저 맡았다가 우울증이 왔어요."

원래 자신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학창시절에는 분명 친구도 많고 밝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사회에선 친구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걸 도저히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섬세한 성격에 자꾸 생채기가 났다. 그래서 집 안으로 더더욱 몸을 숨겨 들어갔다. 소위 말하는 '집순이'가 됐다.

그런 그를 밖으로 끌어내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취미는 암벽등반. 그래서 가끔 주말이면 친구와 함께 산을 오르곤 했다. 그렇게 친구의 손에 이끌려 산에 갈 때마다 꽤 좋았다. 딱 그 정도였다. 그러다가 2015년 우연찮게 직장 근처에 있는 산을 엮어서 산행하는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배태망설'. 아산 지역의 배방산과 태화산, 망경산과 설화산을 잇는 약 20km의 길이다.

2024년 월악국공연산. 월악산과 소백산, 태백산을 잇는 약 180km 코스다.

"저는 종주라고 해도 한 번 능선에 오른 이후로는 쭉 고위평탄면을 걷는 그런 편한 길이 계속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바로 간 것도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서 고민하다가 '가볼까?'하고 점심쯤에 출발했죠. 김치볶음밥 하나만 달랑 들고요. 근데 그게 전혀 아니더라고요."

배태망설은 산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300~600m급의 자그마한 산들이라 부담이 없지만 이어 오르면 고저차가 꽤 있어 초보자한텐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 곳을 준비도 없이 갔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7시간 동안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완주하긴 했다. 평소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서 러닝머신을 열심히 뛰고 틈틈이 요가로 체력관리를 해둔 덕에 기초체력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완주하고 내려온 순간에 든 생각이 '아. 이게 도대체 무슨 기분일까?'란 것이었어요. 진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죠."

같은 교내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산 얘기를 나눴다. 그 동료도 등산을 좋아했다. 그는 마운틴월드산악회란 곳을 소개해 줬다. 거기서 두 번째 산행으로 돌산종주를 나갔다. 32km로 이 또한 초보자한테 버거운 곳이다. 그런데 또 그걸 나름 잘 해냈다. 헤드랜턴도 난생 처음 켜보고 첫 야간 산행을 했는데 꽤 잘 따라갔다. 그러자 뒤를 좇아오던 천안토요산악회 회원들이 그의 분투를 감명 깊게 보곤 "우리 산악회에 백두대간 팀이 있는데 한 번 시간 되면 오라"고 권해 왔다. 그때 박씨의 반문은 이랬다.

"백두대간이 뭔데요?"

2023년 땅통종주. 해남 땅끝마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31구간으로 나눠 완주했다.

종주 열풍 휩쓸려 1년 만에 초장거리 입문

"그때까지만 해도 산을 전혀 몰랐어요. 아니 사람들이 산에 그렇게 많이 가는지조차 몰랐어요. 야간에 산행한다는 건 꿈에도 몰랐고요. 그런데 산에 와보니 사람들이 이 산 저 산 할 것 없이 가득가득 오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행렬에 그대로 휩쓸렸어요. 당시는 종주 열풍이 있었던 시기였고요."

이번엔 지리산 화대종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누구한테 같이 가자고 하고 싶은데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단독행이 됐다. 그리고 왠지 지리산은 혼자 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무모했다"고 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온라인에 남긴 후기들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잘 준비했다. 구간별로 시간 소요도 잘 계산해서 무박 종주에 성공했다. 16시간 정도 걸렸다. 첫 지리산 종주를 그렇게 무박으로 한 번에 끝냈다. 그리고 블로그에 후기를 남겼는데 산악회 동료회원이 이를 보곤 지리태극을 같이 걷자고 했다. 약 90km로 지리산권에서 태극 모양의 S자로 그려진 코스다.

그래서 했다. 48시간 정도 걸렸다. 이 모든 것이 산행에 입문하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해를 넘기면서 더욱 어려운 코스에 도전하게 됐다. 이번에는 지리국공연산이다. 지리산과 덕유산, 가야산을 한 번에 이어 걷는 200km의 초장거리다. 소위 말하는 '등산 구력'이 붙지 않았는데도 그냥 기어를 마구 올렸다. 이번에도 일시종주에 성공했다. 최근처럼 촘촘하게 중간 중간 다른 사람들이 보급 지원을 해주지도 않고 오롯이 혼자 해낸 것이라 만족감이 이전 산행에 비할 바가 못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이에요. 첫 초장거리라 굉장히 설렜고, 준비도 철저하게 했어요. 미리 보급품들도 직접 접속 구간마다 찾아가서 데포해 놓았고요. 그런 과정들, 준비하고 공부하는 과정들이 다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때 같이 출발한 사람들에 비해 꼬박 24시간을 더 걸었지만 어쨌든 성공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죠. 걷는 도중에는 엄청 졸렸던 기억으로 가득하네요."

천안 용곡공원에서 만난 박송이씨. 조용한 성격을 닮아 발걸음도 가볍고 차분했다.

당시만 해도 이 길을 완주한 사람이 많지 않은 터라 모두 지도를 보고, 몇 구간을 따로 걸어보고 어떻게 운행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지금은 정보가 많아 어디서 매식을 하거나 어디서 지원을 받으면 좋은지 모두 정립된 상황이지만 그땐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순수한 종주를 했다"고 평했다. 순수하게 자기 손으로 하나하나 다 쌓아 올렸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은 더 편한 방법을 알고 있으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종주하진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산행기는 전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블로그 필명은 '송송'이며 블로그 이름은 한자로 '호야 산·책虎野 山·冊'이다. 그는 "들판을 뛰어다니는 호랑이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서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첫 실패 맛본 호남국공연산, 7년 만에 완주

범은 무서운 줄 몰랐다. 그리고 호남국공연산에 도전했다. 260km, 월출산과 무등산, 내장산을 이어 걷는 또 하나의 초장거리 코스다. 지리국공연산에 비하면 길이도 더 긴데, 코스가 더 험하고 보급도 여의치 않아 훨씬 어렵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여기서 처음으로 꺾인다.

"130km 걷고 봉와직염에 걸려서 탈출했어요. 세상이 무너지는 듯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첫 여름 초장거리라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젠 훈련 삼아 다른 것들을 좀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45세 전에는 꼭 완주하자고 목표를 세웠어요."

그래서 이제 다음 산행 페이지들은 모두 한 맺힌 호남국공연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됐다. 백두대간이며 9정맥, 온갖 장거리 길들을 전부 해치웠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몸과 마음을 준비했다. 호남국공연산과 일부 겹치는 코스인 호남정맥도 4번 정도 완주했고, 해남 땅끝마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로 이어지는 땅통종주도 했다. 그렇게 7년을 준비했고, 2024년에 결국 완주에 성공했다. 그는 "너무 잘 준비한, 교과서적인 종주라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자평했다.

"초장거리 종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야생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호남국공연산을 위해 여러 산줄기를 걸은 것도, 어떤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야생성이 둔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첫 목표였어요. 야생성이란 자기 스스로의 치열함이자 끊임없는 동기부여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몰아붙일 수 있는 그런 독기 말이죠. 사회에서 편안함 속에 있으면 그런 치열한 감정은 생기지 않고, 열정도 떨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초장거리를 하면 가슴속에 어떤 의지나 열정이 생기죠."

박씨는 장거리 산행을 시작하면서 뾰족했던 성격이 둥글둥글해졌다고 말한다.

그렇게 호남국공연산을 향해 마음속의 불씨를 7년이나 활활 키운 것. 그는 "완주하고 나니 살짝 그 야생성이 식긴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그 잉걸불은 여전히 기세가 사납다. 지난 3월, '마창진탬버린 종주'라는 약 200km의 코스를 완주했다. 창원을 대표하는 장거리 코스인 마창진종주에 무학산 기준 내서환종주, 천주산 기준 북면환종주, 정병산 기준 진례환종주란 각각의 코스를 기워 붙여 마치 GPS 궤적이 탬버린처럼 보이는 길이다.

산은 '알게 모르게' 깨닫게 만든다

어떻게 책을 좋아하고 집 안에 있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산에 몰입될 수 있는 것일까? 그는 스스로도 "신기하다"고 했다. 원래 한 취미를 오래 갖고 있는 편이 아니었다고 했는데 산은 벌써 10년이나 다니고 있다. 심지어 "책과 산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산을 택할 것 같다"고도 했다.

"평소의 정적인 생활과 삶을 산이 보완해 주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되게 어두운 성격이에요. 살면서 사람한테 말 못할 상처를 받은 적도 있는데 산은 언제나 저를 받아주죠. 그래서 뭐랄까요. 깨닫는 것도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산을 다니면서 뾰족뾰족했던 성격이 둥글둥글해졌다. 그리고 치유됐고,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는 "산을 다니며 뭐랄까 '알게 모르게' 뭔가 깨닫는 것 같다"고도 했다. '알게 모르게'란 건, 자연스럽게 체득한 깨달음들이 몸에 흡수되어 순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란 뜻이다.

열심히 설명하는 그에게 "걷는 도중에 많이 행복한가요?"라고 물었다.

평소 추위에 약한 편이라 누빔치마를 망토처럼 두르고 산행하는 것이 자신만의 팁이라고 한다.

"글쎄요. 걷는 도중에는 행복할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어요. 근데 사실 저는 그런 감정이나 생각을 안 할 수 있어서 걷는 게 좋아요. 산행을 오래 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이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잡생각, 망상 이런 걸 많이 하고, 그런 생각 때문에 여러 실수도 하고 인간관계도 어렵게 되고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걸으면 그런 생각들을 아예 안 하거나 잘 정리해서 수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산이 좋아요."

그러면서도, 등산초보자들에게 본인처럼 장거리 산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고 한다. 장거리 산행은 누가 추천해 줘서 하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장거리는 자기가 선택해서 자기가 즐거워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장거리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지도를 딱 봤을 때 내켜지면서 뭔가 가슴 안에서 울컥하고 끓어 나오는 게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산은 다 받아 주는 친구이자 엄마"

한편 7년을 벼르고 별러 호남국공연산을 끝내면서 산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이전에는 산에 들면 '무조건 가야 된다, 이걸 해내야 한다'고 되뇌면서 전투적으로 산행에 임했다. 하지만 이젠 조금 산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목표는 1년에 수백km 급의 장거리 길 1~2개 정도만 하는 것. 걸을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 최대한 걷고 싶기에 세운 목표다.

"최종적으로는 지맥까지 완주하는 것이 목표예요. 버킷리스트를 전부 달성하고 싶기도 하고요. 제가 온라인이나 지인한테 들은 여럿 코스들을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놨거든요. 100개 정도 되는데 70%가량 달성했어요. 그런데 자꾸 늘어나서 달성률이 시간이 지나면 떨어질 수도 있어요. 갔던 곳도 정방향으로 갔으니 다음엔 역방향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천안과 아산에 걸쳐 조성된 용곡공원을 걷고 있는 박송이씨.

온갖 산을 다 올랐지만, 가장 좋아하는 산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천안 태조산이다. 그는 "산책을 겸해서 야간산행 13km를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처음 산행에 입문했을 땐 일주일에 3~4번씩 갔다가 지금은 1~2번으로 줄었다. 2016년부터 700번 정도 올랐다고 했다. 그는 "힘들 때도,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아무 일이 없어서도 가고. 말하자면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산"이라고 했다. 또 그렇기에 태조산은 "다 받아주는 친구이자 엄마 같은 존재"라고 했다.

"저는 스스로 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계속 가만히 있는 것이 저를 저답게 만드는, 항상성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죠. 일도 그런 상태의 연장선에서 차분하게 할 수 있고요.

그런데 정반대였어요. 오히려 산행이란 동적인 행동을 시작하고 나자 일할 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더 정적일 수 있게 됐다고 표현하면 이상할까요? 그리고 이건 다른 동적인 행동, 가령 러닝머신이 아니라 산에 빠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산은 빠질 깊이가 있지만 러닝머신은 그만한 깊이가 있진 않거든요."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