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430만원 준다며" 되레 카드까지 뺏겼다…중국인 용병 폭로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러시아측 중국인 용병 2명이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전선에서 러시아 편에 서서 싸우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중국인 용병 2명이 러시아에 속았다고 주장하며 중국으로의 송환을 요청했다.

키이우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인 용병 왕모(34)씨와 장모(27)씨는 14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측에서 들은 건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중국인들의 참전을 만류했다.

왕씨는 중국에서 틱톡으로 모병 광고를 본 뒤 연락했고 참전 대가로 매월 20만~25만루블(346만~432만원)의 급여와 러시아 이동 경비, 필요한 서류 취득 등을 약속 받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은행 카드와 휴대폰도 빼앗겨 돈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어 왕씨는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의 훈련소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을 땐 수도와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고 식량은 매일 새벽에 지급되는 생쌀 한 줌이 전부였다면서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 경계가 삼엄해 탈영은 불가능했으며 한 외국인 용병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왕씨의 주장이다.

왕씨는 "동포들에게 이 전쟁에 참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와 상관없는 이 전쟁에 절대 참전하지 말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들의 참전은 중국 정부와 관련이 없으며 돈을 벌기 위해 개인적으로 참전한 것이라며 향후 모국으로 송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포로들을 심문해온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주관했다. 포로들의 주장은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8일 중국인 용병 2명을 생포했단 사실을 공개했다. 이튿날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중국인 용병이 155명에 달한다며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의 참전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중국 정부는 항상 국민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무력 충돌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분쟁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과 역할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