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의 세종속살이] 대통령실 세종 이전, 이번엔 될까



野 대권주자들 "행정수도 옮기겠다" 홍준표 국힘 후보 "청와대 복귀해야" 경호집무실 완공시기 2027년 '난관'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부터 세종서"
지난 13일 '친노·친문'의 적자(嫡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세종시청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며 "대통령이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권 주자로는 처음으로 세종시에서 출사표를 던지며 대통령실 이전을 화두로 꺼냈다.
김 전 지사는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며 "내란의 상징인 용산을 더 이상 대통령실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을 역설했지만 방점은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에 찍혔다.
'태풍의 눈'이었던 '조기 대선·개헌 동시투표' 주장을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부하면서 이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 이슈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용산에서 물러났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 때 검토한 광화문 역시 경호 등의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지자 세종시 대통령실이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군불은 세종시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지피고 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세종시을)은 대통령의 세종시 집무는 차기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오는 11월에도 가능하다며 이전 필요성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이전 계획도 내놓았다. 우선 순위가 청와대 입주, 그 다음으로 세종시에서의 집무이고, 세종시를 선택할 경우 관저는 국무총리 공관에서 하면 된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 등 충대세민주포럼 소속 의원들이 검토를 해 '행정수도 완전 이전 방안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세종시갑)도 "다음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은 세종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를 위해 정당 간 합의를 할 준비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와 서울 두 곳에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세종 집무실은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건물에 두고, 서울에서는 청와대 영빈관·여민관, 그리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건물로 사용하던 금융연수원 건물을 활용하면 위헌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 2월 비공개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실 세종시 이전 및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논의와 관련해 진행 상황을 정리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수진영에서도 일부 동조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대전을 방문해 "청와대, 여의도 국회를 합친 명품 집무실을 구축해 세종시를 국민통합의 장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청와대 복귀를 주장했고, 안철수 의원은 "일단 용산에서 시작하되 청와대를 개조해 규모를 줄이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경호를 잘 하게 하면 된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세종이전론은 백가쟁명식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이장우 대전시장은 14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저는 대통령실이 대전하고 세종 경계선 쯤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국민의힘 중앙당)에 전달할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하균 세종시 행정부시장이 나서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르면 행정수도는 국회와 대통령실이 있는 곳이 행정수도이다. 행정수도는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인데, 다른 지자체가 이리 옮기자, 저리 옮기자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이를 놓고 일본 출장 중인 최민호 세종시장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사실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대선주자들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길 구미 당기는 카드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의 호남 10% 돌파(진보의 90% 지키기)와 함께 중원(충청) 공략에 성공하면 대권을 차지한다는 게 공식화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도, 이 전 대표도 최소한 세종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겠다고 공약하지 않았겠나.
하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실적인 걸림돌이 적지 않다. 먼저 21년 전인 2004년처럼 반대 쪽의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경우다. 당시 헌재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론에 따라 행정수도 대신 행정도시를 건설해야 했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헌재가 '행정수도 세종시'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다면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 동시 시행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 중 하나라고 밝혔다.
당선인의 이전 의지가 제 아무리 강한들, 취임 즉시 세종시 집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무엇보다 보안과 경호의 취약성이다. 정부세종청사에는 드론 공격을 24시간 자동으로 탐지하고 격추·요격할만한 장비가 전무하다. 또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지킬 방공 요격미사일 체계가 없다. 1000명이 훌쩍 넘는 직원과 경호요원들을 수용할 공간도 부족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를 2027년으로 잡고 있다. 사업비는 3846억원으로, 위치는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이 예정된 세종동 S-1생활권(15만㎡)이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국제적으로 설계를 공모할 계획이다. 그런 만큼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당분간 세종 집무실 입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의 세종 정례화가 한 방법이다. 행정수도 기능 강화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도 세종에서 국무회의를 네 차례가 연 게 전부다. 지난 2022년 윤석열 대선후보는 "세종을 진짜 수도로 만들겠다"며 국무회의 격주 개최와 제2 집무실 설치 등을 약속했지만 유야무야됐다. 대선 후보들이 이 퍼즐을 어떻게 풀어갈지 두고 볼 일이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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