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시험비행 24시간 가동하는 유일 시설"... 진주 KAI 회전익비행센터 가보니
"군용헬기 개량, 시제기 시험 4년 내 가능"
블랙호크 개량사업 맞붙은 KAI·대한항공
방사청,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예고
15일 경남 진주시 가산일반산업단지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회전익비행센터에선 해병대에 납품할 상륙공격헬기의 시험비행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이 센터는 약 13만5,197㎡(4만1,000평) 부지에 지상 5층 규모의 관제탑과 헬기 격납고, 700m 길이의 활주로를 갖춘 헬기 전용 시험시설이다. 이곳 책임자인 김우종 회전익 시험평가실장은 “국내에서 헬기 시험비행을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가령 블랙호크(UH/HH-60) 시제기의 성능시험은 여기서 4년 안에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KAI는 회전익비행센터를 확보함으로써 헬기 연구개발(R&D) 과정에서 겪어온 큰 골칫거리를 해결했다. 그간 시제기 제작을 완료했더라도, 정작 공역에서 민간 항공기 노선과 군부대 훈련 등을 피하다 보면 시험비행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개발이 기약없이 지연되는 일이 빈번했다. 특히 민간 항공기 노선 부근에서 시험비행을 하는 건 자칫 충돌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컸다. 실제 지난 1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미 육군의 블랙호크 헬기와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가 충돌해 탑승한 67명이 모두 사망했다.
계기판 디지털화, 자동조종장비 장착
KAI는 약 9,613억 원 규모의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을 놓고 대한항공과 맞붙었다. 방사청은 1990년대 도입된 블랙호크의 성능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인데, 15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가 지난달 25일 입찰서를 제출했다. 블랙호크 144대 가운데 육군 특수작전용과 공군 전투탐색구조용 36대가 대상으로, 사업기간은 R&D와 시제기 제작, 양산을 합쳐 총 7년이다. 방사청은 이번주 양사의 기술 설명을 듣고 실사를 걸쳐 다음 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의 핵심은 △조종석의 항전 시스템 디지털화 △자동비행조종장비(AFCS) 장착을 비롯한 항법장치 개량이다. 1990년대에 제작된 블랙호크는 조종석 계기판이 아날로그 형식이라 조종사들이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고 조작도 불편했다. 이번 사업에선 이를 4개의 큰 디스플레이 안에 배치해 시인성을 높일 예정이다. 또 기존 블랙호크는 악천후나 야간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조종사가 계기판의 고도계와 속도계, 방위계 등만 보고 조종하며 비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헬기 조종사들이 가장 꺼려하는 게 이런 계기 비행”이라며 “AFCS가 장착되면 악천후 속에서도 문제없이 기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블랙호크 개량 누가... "군용헬기 산업 연속성 봐야"
KAI는 중형 다목적 군용헬기 '수리온'(KUH-1)과 소형 무장헬기 '미르온'(LAH) 같은 국산 헬기 2종을 바탕으로 상륙 기동헬기, 바닷속 폭탄(기뢰)을 제거하는 소해 헬기 같은 10여 개의 파생 헬기를 만들어오면서 높은 수준의 헬기 R&D와 제작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블랙호크에 대해선 원제작사(OEM)인 미국 방산업체 시콜스키와 협력하기로 한 점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조해영 KAI 회전익사업실 상무는 “성능 개량은 부품 조립을 넘어 통합적인 영향성까지 평가해야 하는 만큼 원제작사 협조가 중요하다”라며 “시콜스키 엔지니어들이 KAI에 직접 와서 기술 지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최첨단 헬기 기반기술을 내재화하면 국내 회전익 산업이 도약하는 발판이 될 거라고 KAI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블랙호크의 생산과 유지보〮수관〮리(MRO)를 맡아왔다. 시콜스키에서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1991년부터 블랙호크를 조립·생산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MRO도 담당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블랙호크 특수작전용 헬기(MH-60)의 성능 개량을 맡았던 미 방산기업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와 협업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호크 사업에 포함된 조종과 항법, 생존장치 등 전방위적인 성능 개량은 조립과 정비만으론 기술 축적이 불가능하다"라면서 "방사청으로선 국내 군용헬기 산업의 연속성 측면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주=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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