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몽니에 대선 정국에, 흐릿해지는 ESG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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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시행을 연기하면서 우리나라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관련 공시 의무화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15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해외 주요 국가의 ESG공시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ESG공시 의무화 관련 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사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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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로드맵 논의 더 필요"… 일각선 "정치권 눈치보기"

유럽연합(EU)이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시행을 연기하면서 우리나라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관련 공시 의무화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기업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해외 주요 국가의 ESG공시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ESG공시 의무화 관련 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심사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EU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는 CSRD를 연기하는 이행법을 최종 승인했다. CSRD는 비 EU 기업을 포함한 EU 역내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상장 기업이 환경과 사회적 영향 활동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서를 발행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당초 올해 1단계를 시행한 뒤 내년과 2028년 단계적으로 지침을 강화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내년 예정 단계가 2년 연기되며 2028년으로 통합됐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회원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부과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에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우즈룰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2기 행정부의 '기업 행정부담 경감' 공약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EU가 기업의 규제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ESG공시 의무화를 추진하던 우리나라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기업 측에서는 여전히 의무화가 아닌 자율공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가이드라인이나 로드맵 역시 EU 등 주요국의 기준이 먼저 나온 뒤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우리나라가 먼저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진출하려는 나라의 기준과 다르다면 다시 수정해야 한다"며 "공시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경제 상황과 주요국 동향을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 'ESG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 시기는 2026년 이후라고만 공지했을 뿐 명확한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로드맵이나 공시 기준 발표를 추진하겠다 밝혔지만,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면서 "다만 기업의 ESG공시 관련 주요 국가인 EU 상황을 먼저 살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기업 측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로드맵을 밝혀달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대선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정치권 눈치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집권 세력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대선 결과를 확인한 뒤 일정을 확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를 두고 ESG공시가 이념적 성향이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실천 능력을 기준으로 ESG공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EU보다 앞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ESG공시는 이념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ESG의 목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고, 기업이 있은 다음에야 ESG공시도 있는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발표 등으로 ESG공시를 시작은 하되,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향후 시행 방향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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