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손잡은 과학혁신, 좋기만 할까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5. 4.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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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시간에 2024년은 인공지능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특히 화학상은 수상 업적의 주역인 인공지능이 이제 과학 연구의 한복판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보고서는 현재 인공지능이 단백질 구조 분석, 약물 후보 탐색, 로봇공학 같은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수십년 안에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 연구 활동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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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활용해 모든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가 2016년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노벨상의 시간에 2024년은 인공지능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인공지능 기반 기술에 전환점을 마련한 제프리 힌턴과 존 홉필드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노벨 화학상 수상자에는 인공지능을 통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 존 점퍼 수석연구원과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가 선정됐다. 특히 화학상은 수상 업적의 주역인 인공지능이 이제 과학 연구의 한복판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 ‘미래 인공지능의 위험과 이익’은 첫번째 이익으로 인공지능이 과학 진보를 가속화한다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현재 인공지능이 단백질 구조 분석, 약물 후보 탐색, 로봇공학 같은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수십년 안에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 연구 활동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 연구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급증하면서, 근래에는 과학 지식 생산이 인공지능에 무분별하게 의지할 때 뜻하지 않게 인식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고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3월 ‘네이처’에 실린 “과학의 인공지능 활용과 이해의 착각” 제목의 논문을 보면, 인공지능은 점차 과학 연구의 전 과정에서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연구 초기에 인공지능은 선행 연구를 조사하고 요약하며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 일을 돕는다. 연구는 자연 세계와 인간 사회를 시뮬레이션한 인공지능 모델 안에서 이뤄지기도 하며, 또한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분류, 분석하고 해석해준다. 마지막 단계에서 인공지능은 논문 작성을 돕고, 심지어 논문 심사를 자동화하는 과정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생산적인 연구 파트너처럼 인식되는 인공지능은 잘못 쓰일 때 연구자를 오류와 곤경에 빠트린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 기반 연구가 점점 늘어나 과학 지식 생산을 지배하는 지경에 이르면, 지식의 방법과 도구가 다양성을 잃고 인공지능에 맞춤한 것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을 농업의 ‘단일재배’에 비유했다. 인공지능에 맞춰 질문과 과제를 우선해 찾고 인공지능의 답과 관점을 우선해 받아들일 때, 지식 생산에는 단일재배와 같은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농업의 단일재배가 해충과 질병에 취약하듯이, 과학의 단일재배는 오류와 기회 손실에 취약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자들이 ‘네이처’에 발표한 “인공지능 과잉 의존이 과학에 해로운 이유”라는 글은 인공지능 모델 안의 세상에 인식이 갇힐 때 과학 진보가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코페르니쿠스 혁명 이전의 천동설 천문학으로 훈련된 인공지능 모델이 있다면 어떨까? 인공지능은 중세 천문학의 패러다임 안에서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과연 열린 패러다임과 다른 세계의 발견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지적 권위에 그저 순응하지 않으며 열린 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혁신하는 게 과학 정신이라고들 말한다. 인공지능 기반 연구가 늘어나는 요즘에는 이런 과학 정신을 위해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묻는 물음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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