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최상위권’ 한국에서도 쪽방촌 주민은 평균의 ‘3분의 1’

최원형 기자 2025. 4. 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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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탄소 배출량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도 쪽방촌 주민들의 배출량은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볼 때, 쪽방촌 주민의 연간 탄소 배출량 3.98t은 2020년 한국인 평균 배출량인 12.7t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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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온실가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이 살고 있는 여인숙 복도 모습. 고나린 기자 me@hani.co.kr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도 쪽방촌 주민들의 배출량은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는 궁극적으로 불평등 문제임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강준모 미국 캔자스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등이 최근 국제학술지 ‘윤리와 사회복지’에 발표한 논문 ‘기후정의와 탄소 배출 불평등: 소외집단에 대한 사회사업의 딜레마’를 보면,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벌인 결과 이들의 연간 탄소발자국은 3.98톤(t)으로 나타났다. 이중 가정 소비는 64%, 에너지 소비가 32%, 대중교통이 3.7%를 차지했다. 이들은 연간 평균 1698킬로와트시(㎾h)의 전기와 1984㎾h의 천연가스를 소비해 1.28t의 탄소발자국을 남겼는데, 이는 한국인 평균 전기 소비량 5135㎾h, 서울 거주자 평균 천연가스 소비량 5216㎾h에 견주면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들의 에너지 사용이 이토록 적은 이유는 압도적으로 작은 방, 곧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 논문은 “일반적인 쪽방의 면적은 6.61㎡로, 이는 국토해양부에서 권장하는 최소 면적인 1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쪽방촌 주민 누구도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에 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전혀 없었다. 이는 서울의 차량 소유자 한명이 연간 평균 1만8704㎞를 달리면서 3.26t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쪽방촌 주민들은 평균적으로 버스로 795㎞, 지하철로 2401㎞를 이동하면서 각각 0.08t과 0.07t을 배출했다. 설문조사 참가자 48명 가운데 2명만이 병원 방문을 위해 택시를 이용했고, 4명은 가족 방문을 위해 장거리 열차를 이용했을 뿐이다. 전반적으로 쪽방촌 주민과 평균 한국인 사이 교통수단으로 인한 배출량 차이는 29배에 달했으며, 자가용을 제외해도 쪽방촌 주민의 탄소발자국은 평균보다 5배가량 작았다.

쪽방촌 주민은 월 평균 41만7842원을 지출하며 2.55t의 탄소발자국을 남겼는데, 이는 도시 거주자의 월 평균 탄소발자국 4.13t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들의 소비에선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평균적인 도시 거주자가 22%만을 식비에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빈곤의 강력한 지표로, 쪽방촌 주민의 탄소 배출량이 사치보다는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 주로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볼 때, 쪽방촌 주민의 연간 탄소 배출량 3.98t은 2020년 한국인 평균 배출량인 12.7t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전세계적인 평균(4.55t)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중소득 국가의 배출량(3.7t)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논문은 “이는 쪽방촌 주민들의 배출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국가 평균보다 상당히 낮지만 여전히 전세계 수십억명의 사람들의 배출량을 초과하며,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 위한 파리협정의 목표(2030년까지 1인당 2.3t)를 초과한다”고 짚었다. 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단지 온실가스 감축만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기후정의’ 관점에서 불평등과 환경 파괴를 영속화하는 근본적인 구조 자체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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