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역대 어느 국무회의보다 활발했다”지만···한덕수조차 “흠결 있었다”[팩트체크]

이창준·김정화 기자 2025. 4. 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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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첫 형사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12·3 비상계엄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포됐고 작전 과정에서도 폭력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헌법재판소가 밝힌 증거와 진술들은 이런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이 대부분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다.

윤석열 “역대 가장 활발한 국무회의 거쳤다”…한덕수 “처음부터 국무회의 생각 안 했던 듯”

윤 전 대통령은 14일 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계엄 실시 판단은 대통령이 전권을 갖는다”면서 “전시와 사변이 아닌데 계엄을 선포하면 전부 내란인가”라고 반문했다. 야당의 잇따른 탄핵소추안 상정과 일방적인 입법권 행사가 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이미 헌재 탄핵심판에서 반박됐다. 헌재는 탄핵 인용 결정문에서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근거가 없었음에도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 판단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과정도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자신이 지목한 합동참모본부 계엄과 담당자의 말은 달랐다. 윤 전 대통령은 “합참에 계엄과가 있고 매뉴얼도 있다”며 “계엄을 전제로 한 훈련들을 정기적으로 한다. 계엄은 늘상 준비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영환 합참 계엄과장은 12·3 비상계엄이 통상 훈련에서 상정하는 계엄과는 달랐다고 봤다. 권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계엄이 선포된대도 계엄군 투입은 극히 제한되는 것으로 연습해왔다”며 “민간 경찰로 대처가 불가능할 경우 군사경찰을 보충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정치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조항을 두고도 “전시 계엄을 대비해 연습하면서 그런 문구를 넣어본 적이 없는데 무슨 근거로 넣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법정에서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도 제대로 거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당히 많은 국무위원 의견을 심도있게 들었기 때문에 역대 어느 국무회의보다 논의가 활발했던 회의”라고 했다. 반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국무위원들은 모두 그 자리를 국무회의로 여기지 않았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지난 2월20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건 하나의 팩트”라고 증언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에서는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무회의는 생각하시지 않았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국무위원도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이 국무회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분이 그런 생각을 할까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계엄군이 지난해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시민들이 서로 손을 잡고 저지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헌재가 인정한 곽종근·홍장원 증언에 또 “거짓말” 강변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에도 위법 지시나 폭력사태는 없었다고도 했다. 앞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각각 국회의원을 국회의사당에서 끌어내고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를 도우라고 지시받았다는 증언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역시 헌재에서 이미 인정되지 않은 주장이다. 헌재는 “당시 본회의장 안에는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존재했고 군인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을 고려하면 끄집어낼 대상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 전 차장 증언에 대해서도 “피청구인(윤석열)은 처음부터 홍장원에게 계엄 상황에서 방첩사에 부여된 임무와 관련된 특별한 용건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시 체포조 운용 지시 자체를 내리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지만 실제 체포조 운용 임무를 수행하려 한 군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해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법정에서 “방첩사령관이나 경찰청장에게 누구를 체포해달라는 게 아니라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위치를 파악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장관님(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명단을 불러주면서 ‘잡으라’고 했고, 제가 ‘어디있는 줄 알고 잡습니까’라고 물으니 장관님이 ‘경찰이랑 협조를 하든지’라고 말씀하셨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붙잡아 불법 수사를 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제2수사단’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도 부정했다. 그는 “수사단과 체포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시도 얘기만 나오는데, 실행이 안 됐으면 왜 안 됐는지 이유가 (공소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정보사령부 100여단에 계엄 당일 모였던 간부와 요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종합하면 이들은 ‘부정선거 범죄자를 수사한다’는 목표에 따라 선관위 직원 체포·수사 등 구체적인 임무를 하달받고 가상훈련까지 했다. 요원들은 검찰에서 작전이 시행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됐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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