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멈추고 '화장품' 집중…안타까운 상황 속출하는 이유
[편집자주] 해마다 여러 바이오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사라진다. 매년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상폐) 사유가 발생하는 바이오가 한둘이 아니다. 상장폐지 우려는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대표적 과제 중 하나다. 미래성장산업이라는데, 왜 유독 투자자를 울리는 바이오가 많을까. 매년 반복되는 K-바이오의 상장폐지 리스크(위험)를 점검하고, 적절한 해법을 모색할 때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최근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경영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과 고통 분담에 나섰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 약 30명이 무급휴가에 동의했다. 일부 직원은 아예 퇴사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신약 임상도 사실상 중단했다. 반면 매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 고위 관계자는 "중등증-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임상 2상까지 완료했고 좋은 결과를 토대로 3상에 들어가야 하는데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매출액이나 법차손 등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약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신약, 더구나 중등증-중증 급성 췌장염 같은 치료제는 질병 특성상 임상 환자를 모집하는 데만 7~8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인구가 많은 중국이나 미국은 몰라도, 우리나라 의료 시장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면 신약 개발 기업이 기술특례상장 뒤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인) 5년 안에 그럴듯한 연구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비용이나 회계 문제로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중단한 바이오는 한둘이 아니다. 임상개발특화(NRDO, 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바이오를 표방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역시 법차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2023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BBT-176)와 안저질환 치료제(BBT-212) 임상을 중단했다. 최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BBT-877)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하며 시장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 현장에선 신약 개발이란 고유한 영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상장 유지 제도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신약 개발은 길면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고 성공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한 만큼 더 많은 바이오 기업이 자유롭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단 주장이다.
코스닥 신약 개발 기업의 한 임원은 "신약 개발 기업은 연구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상장 뒤 5년 안에 매출액이나 법차손 요건 등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며 "잠재력이 뛰어난 신약 파이프라인을 상장 유지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연구 초기 단계에서 싼값에 기술이전하는 바이오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또 "여러 바이오 기업이 상장 유지 조건을 맞추기 위해 본업과 무관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데, 바이오는 결국 돈을 써서 임상에 집중하고 좋은 신약을 개발해 산업적 가치를 키우고 환자에 희망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매년 매출액이나 법차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바이오가 많은데 혁신 기술 연구에 도움이 되는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무책임한 신약 개발 기업이 바이오 전반의 투자가치를 갉아먹는단 평가도 나온다. 기술특례 기업공개(IPO)로 상장한 뒤 좀처럼 기술이전 등 상업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바이오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단 지적이다. 자본시장에서 좀비기업을 적시에 걸러내지 못하고 투자자 쌈짓돈으로 버티다 결국 상장폐지로 이어진다면 소액주주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다른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임원은 "정말 좋은 신약 후보물질이라면 글로벌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거나 아니면 자본시장을 통해 어떻게든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며 "몇 년씩 주주들 돈으로 임직원 월급만 받아 가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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