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 대출 원해요" 글 썼는데…불법 업체가 내 번호 알아낸 수법

김미루 기자 2025. 4. 15. 15: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0세 무직입니다. 50만원 빠른 대출 원해요."

허가 대부업체만 등록이 가능하다는 인터넷 대출 중개 사이트에 대출 문의 글을 올린 지 2분 만에 답글이 달렸다.

해당 대출 중개 사이트는 홈페이지 유의사항을 통해 "등록 대부업체에 대출 문의 후 '등록 대부업체 통합조회'에 등록되지 않은 전화번호로 연락이 오는 경우 받지 않거나 바로 끊는다"고 설명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등록 대부업체 통합조회'에 검색되지 않는 'A업체' 소속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이 대출을 받으려면 입력하라며 대출 신청서를 문자로 보내 왔다. 구체적인 신상은 물론이고 결혼 여부나 가족 관계도 포함돼 있다. /사진=문자 메시지 갈무리.

"30세 무직입니다. 50만원 빠른 대출 원해요."

허가 대부업체만 등록이 가능하다는 인터넷 대출 중개 사이트에 대출 문의 글을 올린 지 2분 만에 답글이 달렸다. 상담이 가능하다는 대부업체 15곳 이름이 나열됐다. 모두 지방자치단체 등록 대부업체로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등록 대부업체 통합조회 사이트에서 검색이 가능했다.

업체에 상담 전화를 걸었다. 'W대부' 'J대부' 'S대부' 'M대부' 'H대부'.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다던 업체들은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2번 걸어도 부재중이었다. 그러다 잠시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 남성은 말했다. "대출 구하시죠?"

그는 불법 사금융업자였다. 남성이 소속됐다는 'A대부'는 등록 대부업체로 검색되지 않았다. 같은 이름의 업체가 있긴 했지만 해당 업체는 대면 대출만 가능했다. 남성은 대출 플랫폼에 일정 비용을 내고 등록된 대부업체라고 자신의 회사를 소개했다. 거짓말이었다. 이어 무직자는 대출이 어렵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10분 뒤 다시금 같은 'A대부' 소속 직원이라는 다른 남성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무직자 전용 대출 상품이 있다며 안내해주겠다고 했다. 이름, 나이, 생년월일, 집 주소 등 신상을 재촉하듯 물어왔다. 변제는 어떻게 할 예정이냐고 묻더니 문자로 기본 신상과 결혼 여부, 직장 전화번호를 묻는 대출 신청서를 보내왔다. 대출을 받으려면 모두 입력해야 한다고 했다.

15일 대출 중개 사이트에 대출 문의 글을 올리고 등록 대부업체 여러 곳에 상담 전화를 걸어본 결과, 등록업체에 걸었던 전화번호가 미등록된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유출되는 정황이 파악됐다.

해당 대출 중개 사이트는 홈페이지 유의사항을 통해 "등록 대부업체에 대출 문의 후 '등록 대부업체 통합조회'에 등록되지 않은 전화번호로 연락이 오는 경우 받지 않거나 바로 끊는다"고 설명한다.

대학생 이씨가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살인적인 고금리와 추심에 시달린 모습. /사진=독자 제공

실제 대출이 진행되면 살인적인 고금리와 협박에 시달린다. 대학생 이모씨(21)는 지난해 대출 중개 사이트에 대출 문의 글을 올린 뒤 연락해온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10만원을 빌렸다가 한달 반 만에 1만5000%가 넘는 이율의 이자를 요구받으며 불법 추심에 시달렸다.

이씨가 처음 빌린 돈은 10만원이었다. 그러나 직원은 차용증에 변제금액으로 20만원을 적으라고 했다. 일주일쯤 뒤 추심이 시작됐고 직원은 돈을 빌려 갚으라며 또 다른 직원을 소개했다. 또 다른 직원에게 빌린 돈 20만원의 변제 금액은 4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런 식으로 대출 원금은 약 40일 만에 1742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요구한 변제 금액은 이자를 더해 3315만원이 됐다. 이자제한법·대부업법 시행령이 정한 법정 최고 금리 연 20%를 초과해도 한참 초과한다.

경기 포천경찰서는 지난해 5월 이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대부업법 위반 혐의 피의자를 총 19명으로 추렸다. 이들은 미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받으려고 하거나 불법으로 추심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19명 중 검거된 이는 2명으로 각각 다른 경찰서로 이송됐다. 남은 17명은 불상의 피의자거나 소재지가 불명이어서 지난 1월 수사가 중지된 상태다.

피의자 19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로 범죄 과정에서 대포통장(차명계좌), 대포폰(차명전화)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불법 사금융업체 자체가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점조직으로 이뤄져 총책이 잡히지 않는 한 수사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학생 이씨가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살인적인 고금리와 추심에 시달린 모습. /사진=독자 제공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