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보고 안들려도 세상과 소통하는 법 가르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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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시청각장애인 조현상 씨(33)가 같은 장애가 있는 김모 씨에게 보조기기 사용법을 설명했다.
시각과 청각 장애가 모두 있는 시청각장애인이면서 같은 장애인에게 보조기기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강사다.
20일 제45회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국내 1만 명가량인 시청각장애인 중 한 명인 조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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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때 시력 상실, 20대땐 난청 오며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립감 느껴
다른 장애인 돕는 강사일 하며 새삶
“자신을 믿고 조금씩 용기 냈으면…”

11일 서울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시청각장애인 조현상 씨(33)가 같은 장애가 있는 김모 씨에게 보조기기 사용법을 설명했다.
김 씨가 버튼을 몇 번 누르자 “오후 2시 46분 15초입니다”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잘하셨어요.” 조 씨가 박수를 쳤고 김 씨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조 씨는 이곳에서 특별한 직원이다. 시각과 청각 장애가 모두 있는 시청각장애인이면서 같은 장애인에게 보조기기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강사다. 20일 제45회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국내 1만 명가량인 시청각장애인 중 한 명인 조 씨를 만났다. 정부는 이틀 앞선 18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시청각장애는 장애 정도에 따라 저시력 난청, 전맹(全盲) 난청, 저시력 전농(全聾), 전맹 전농으로 구분된다. 조 씨는 앞을 전혀 볼 수 없고 조용한 공간에서 큰 소리만 들을 수 있어 ‘전맹 난청’에 해당한다.
그는 고2 때 망막질환 진단을 받은 뒤 시력을 잃었다. 20대 후반부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난청이 진행됐다. 시각과 청력을 모두 잃고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립감을 느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대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몸은 함께 있어도 마음은 혼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센터 강사를 하면서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장애인에게 보조기기 사용법을 알려줬고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타인과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쁨이자 보람이었다. 조 씨는 “이 일을 하면서 나 역시 사회 구성원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고 했다. 이창진 센터 팀장은 “일본 등 해외에서는 30∼40년 전부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5년 정도 됐다”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최근 가족 곁을 떠나 독립했다.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혼자 살아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식사 준비나 설거지도 혼자 거뜬히 해낸다.
조 씨는 다른 시청각장애인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잡는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저도 잘 알아요. ‘도움을 받았는데도 내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 저도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위에서 보면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도 배움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자신을 믿고 조금씩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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