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서는 상상도 못할 ‘한 지붕 두 가족’ 구장 공유…“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두산 케이브

두산의 ‘특급 외인’ 제이크 케이브(33)가 시원한 3점포로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시즌 초반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케이브는 회복 후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도, 우박이 쏟아지는 악천후도 케이브를 막지 못했다.
케이브는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시즌 1호 홈런을 터트렸다. 4회 2사 2·3루 이지강의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며 누상의 주자를 쓸어 담았다. 케이브는 이날 5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최악의 날씨 아래 펼쳐졌다. 우박과 비바람이 잠실을 뒤덮었고 체감 온도는 4.5˚C까지 떨어졌다. 악천후로 경기가 4번이나 중단됐다. 1회에 일찌감치 홈런으로 선취점을 낸 두산은 날씨 때문에 좋은 흐름이 끊길까 걱정이 컸다.
케이브는 “경기가 계속 중단되면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우박이 크게 몰아친) 6회에는 좀 중단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추운 날씨에 야구를 하는 건 어려웠지만 경기에서 이기고 잘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케이브는 지난달 31일 심한 감기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몸 상태를 끌어올린 뒤 지난 10일 경기에 복귀했다. 복귀 후 4경기에서 연속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 그는 “차라리 시즌 초반에 빠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팀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기 때문에 앞으로 팀이 잘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필라델피아, 콜로라도를 거쳐 온 베테랑 케이브는 올해 KBO리그에 첫발을 들였다. 케이브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열렬한 응원 문화였다. 그는 “야구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똑같은 종목이지만 내가 타석에 나섰을 때 응원가가 나오는 것은 처음 경험해 봐서 재미있다”라고 한국 야구에 대한 첫인상을 이야기했다.
두산과 LG가 잠실구장을 공유하는 ‘한 지붕 두 가족’ 풍경도 케이브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케이브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잠실에서 한화와 홈 경기를 치른 뒤 11일부터 13일까지 같은 구장에서 LG와 원정 경기를 치렀다. 케이브는 “홈구장을 공유하는 문화는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 본다. 더그아웃을 바꿔 홈과 원정을 구분하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라며 “모든 게 처음이라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케이브는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보는 투수들의 투구 스타일에 적응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그런 문제점은 곧 타개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오늘 홈런이 내게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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