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 칼럼] 공정의 깃발 아래 선 유승민 체육회장··· '난' 예외란 착각

유정우 선임기자 2025. 4. 1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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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된 유승민 당선인이 최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36회 윤곡 김운용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포츠의 가치는 공정성과 투명성입니다."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한 유승민 회장이 첫 기자회견에서 내세운 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출신의 상징성과 '젊은 개혁'이라는 기대를 업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그 깃발은 스스로의 과거에 걸려 휘청이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오늘(14일) 오후 유 회장이 탁구협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추진한 인센티브 제도가 협회 정관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협회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자신들이 유치한 외부 기금에 대해 수 천만 원대의 인센티브를 자의적으로 지급했다는 게 골자다. 당사자는 김택수 당시 실무 부회장과 유승민 회장 자신이다.

문제는 단순한 '규정 착오' 수준을 넘어선다. 후원 인센티브 즉, 돈의 문제(페이 백)이기 때문이다. 협회의 제정 과정 자체가 편법과 절차 무시에 기반해 있었다는 것이 스포츠윤리센터의 결론이다. 위원장 자격으로 제도를 승인한 이가 곧장 이사로서 이사회를 주재하며 제도를 통과시킨 것은 공정성과 감시 기능을 허무는 전형적 이해충돌 행위이자 이기흥 전 회장의 과오와 다름 없는 전횡이란 게 체육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논란의 더 큰 심각성은 이 사안이 대한체육회장 선거 국면에서 이미 공론화되었음에도 제대로 해명된 바 없다는 점 때문이다. 되려 당시 그가 보인 적반하장 식의 태도는 이번 논란의 본질적 심각성에 의문을 던진다. 진실은 외면 한 채 '눈감고 아웅' 정도의 태도에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선거 전 그 누구도 진실을 밝힐 수 없을 것이란 허술한 믿음이 낳은 비극인 셈이다.

제동을 걸고 나선건 스포츠윤리센터다. 유 회장과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는 공식 감시기구가 제동을 걸었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볼 때 유 회장이 공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체육행정 수장의 자격에 스스로 도덕적 흠결이 있다는 그림자를 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 시절 과오를 단순히 실무진의 착오로 돌리기엔 당시 협회장이란 조직의 수장이자 지금의 대한체육회장 자격이란 점은 실망감을 키운다.

유승민 회장 측은 지난 선거 당시 "더 많은 후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었지만 스스로 단 한 푼도 받지 않았고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감사를 매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대표 선수 바꿔치기 관련해서는 국제 순위와 선발전 성적 등을 고려하면 어떤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지 명확했기 때문에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재고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명료하고도 간단하다. "과연 대한체육회가 요구하는 공정과 책무는 누구에게 향하는가?" 그리고 "선수와 지도자, 종목 단체들에게 적용되는 윤리와 책임 등의 엄중한 잣대는 회장직에 오르면 모두 면죄부가 되는 것인가?" 등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체육회 새 인선과도 맞닿아 있다. 그가 회장직에 오르자마자 내린 첫 인선은 사무총장과 선수촌장 내정이었다. 체육회 최초 여성 사무총장 지명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논란의 중심이된 김택수 현 선수촌장의 임명은 또 다른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포섭이 아니었는지 의심을 살만한 오해의 소지가 분명하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유 회장의 오랜 스승인 김택수 선수촌장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하고 유 회장을 포함한 4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것이 단순한 '전직에 대한 조치'가 아닌 것으로 짐작되는 이유도 이 같은 선행 인사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돈 문제 뿐만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과 관련된 '선수 바꿔치기'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이미 정해진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선발 변경 역시 체육단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근간부터 흔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량 향상이라는 명목 아래 절차적 정의가 무너졌다면 그 피해는 결국 선수에게 되돌아간다. 협회에 대한 감시 기관의 경고는 이 같은 행정 시스템의 실패를 보여주는 일면이자 유 회장이 지방체육회 순회 간담회에서 자주 던진 화두란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유 회장 체제 하의 대한체육회는 불과 20여일 만에 위기를 맞았다. 더욱이 그 문제의 본질이 스포츠 공정과 투명성 등 도덕적 기반을 흔드는 절체절명의 사안이란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복수 이상의 체육계 전문가들은 "이번 유 회장 문제는 향후 그 어떤 체육계 개혁 드라이브도 작동 부진의 빌미를 제공 할 수 밖에 없을 만큼 그 본질과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뇌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회장의 정치적 상징성과 체육행정 개혁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했다. 국회도 정치권도 그에게 호의적이었던 이유다. 그러나 진정한 개혁의 시작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책임지는데서 시작된다. "나는 예외"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한, 체육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제 유 회장이 답해야 한다. 책임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체육계의 개혁을 이끌 것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거에 대한 부정과 불인정은 늘 미래의 발목을 잡는 화로 돌아왔다. 공정이라는 이름의 깃발은 자신을 향한 잣대부터 일관돼야 한다는 점을 새겨봐야 한다.

STN뉴스=유정우 선임기자 toyou@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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