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당시 ‘상관 지시 거부’한 군 지휘관 “항명죄로 징역형 구형 박정훈 대령 떠올랐다”
윤 “정치적 의도 다분” 반발
12·3 비상계엄 당시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거부했던 군 지휘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떠올랐다고 했다. 박 대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항명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구형받은 일이 생각났다는 것이다.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사진)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차 공판에서 ‘의원을 끌어내라’는 이상현 제1공수여단장의 지시를 받고 “(계엄) 며칠 전에 군검사들이 박정훈 대령에게 항명죄로 징역 3년을 구형한 것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11월21일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조사 결과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는 것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김 대대장은 “(지시 수행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병력이 국회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끌어내라는) 임무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대장은 이 여단장이 “대통령님이 문 부숴서라도 끄집어내오래”라고 말한 게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김 대대장은 “이 여단장은 담을 넘고, 본청에 가서 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부여했다”며 “전화를 끊고 (제가) ‘국회의사당의 주인은 의원인데 뭔 X소리냐’고 말했고, 그때부터 이상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대대장은 시민들의 저항을 물리력으로 제압하라는 지시도 받았으나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대상인데 왜 때릴까 의심했다”며 “물리력을 사용해야 하는데, 시민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어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도 출석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 경비단장은 “사령관이 저한테 그런 임무를 줬고 저는 ‘일단 알겠다’고 답변한 뒤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이 역할에 대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되니 특전사령관과 소통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특전사가 국회의원을 데리고 나온다’는 표현을 들었다는 취지로 헌재에서 증언했는데 사실이냐”는 검찰 질문에 “사실이다. 제가 그것을 추정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과 직접 소통하지 않은 군인을 먼저 증인석에 세운 것에 반발했다. 그는 “(검찰이 증인신문 순서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서 나오게 한 것”이라며 “증인신문 순서에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성훈 경호처 차장 사직서 제출···한덕수, 거취 결단 전에 재가할까
- ‘민원 사주 의혹’ 류희림 방심위원장 사의···언론단체 “반드시 책임 물어야”
- 트럼프 “한국에 방위비로 수십억달러 지불”···과장된 인터뷰로 ‘간접 압박’?
- 한동훈 “장관 때 결정적 시점에 사형 집행 심각히 고려” 첫 공개
- 문재인 “지난 3년은 반동과 퇴행의 시간”···윤석열 정부 작심 비판
- [단독]매일 마시는 물인데···‘공업용수로도 못 쓸’ 오염된 지하수 어쩌나
- 1분기 ‘역성장 쇼크’, 올 성장률 0%대로 이어지나···‘기준금리 1%대’ 전망도
- ‘성학대 은폐’ 의혹 추기경, 교황 ‘장례식 주관 사제’로 임명한 교황청 [플랫]
- 김건희 혼자 빠져나간 도이치 사건, 검찰 재수사 나섰지만···
- ‘해킹 사고’ SK텔레콤 “전 고객 유심 무상 교체···2차 피해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