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 떠오른 ‘승자의 독배’…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 “공공기여금·용적률 조정해야” [오상도의 경기유랑]

오상도 2025. 4. 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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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재건축 선도지구 사업성 문제 불거져…공공기여금·용적률 재조정 요구
성남시·의회 등에 대책 요청…이주주택 조율, 학교이전 공공기여 인정도 포함
선도지구 ‘과열경쟁’ 당시 거론된 공공기여 문제 가시화…“후속단지도 영향”
일부 단지에선 주민 대표성 놓고 벌써 ‘삐거덕’…“우려하던 일 현실로” 고민

경기 성남시의 분당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과정에서 우려를 자아냈던 ‘사업성 확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구 선정 단계부터 과도한 공공기여금을 두고 ‘승자의 독배’ 논란이 일었고, 최근 해당 지역 재건축준비위원회(재준위) 관계자들이 시와 시의회 등을 상대로 공공기여금과 용적률 재조정 등을 요구하면서 가시화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문제가 사전에 조율되지 않을 경우 향후 주민을 대상으로 과도한 분담금이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는 샛별마을(라이프·동성·우방·삼부아파트 및 현대빌라, 2843가구), 양지마을(금호·청구·한양아파트, 4392가구), 서현동 시범단지현대우성(현대·우성아파트 및 장안타운건영빌라, 3713가구), 목련마을(대원·성환·두원 등, 1107가구) 등 총 1만2055가구 규모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성남시 제공
◆ 순항하던 분당 선도지구…곳곳에서 ‘사업성 확보’ 과제

14일 성남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인 샛별마을·양지마을·시범단지현대우성·목련마을 재준위 관계자들은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와 시청 관계부서 간담회에서 이처럼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선도지구 공모가 과열되면서 과도한 배팅으로 인한 사업성 저하에 따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일괄적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준위 관계자들은 “선도지구가 잘 진행돼야 후속단지들의 재건축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향후 재건축이 예정된 후속단지들에만 완화된 기준이 적용될 경우, 선도지구 주민들 사이에서 지구 지정 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4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분당 선도지구 통합재건축은 신상진 성남시장의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이곳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도 주민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남 분당신도시 선도지구 배치도. 성남시 제공
해당 지역 재준위들은 사업성 보완을 위한 4개의 대안을 내놓았다. △제로에너지·장수명 주택 등에 대한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 △이주대책 지원 기준 완화 △학교 이전 및 신축에 대한 공공기여 인정 △공공기여금 재산정이다.

우선 선도지구들은 원도심 재개발·재건축에 적용되는 녹색건축·제로에너지건축물·장수명주택 인증 등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분당 재건축에도 부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성남시 정비기본계획 및 성남시 조례에 규정된 사항으로,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따라 용적률이 정해지는 선도지구 재건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현재 326%인 분당 재건축 기준 용적률은 340% 수준으로 올라간다. 늘어난 용적률만큼 불어날 일반 분양분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선도지구 재준위들은 또 이주대책 지원 항목에서 ‘전체 세대수’의 12%로 규정한 이주가구용 주택수를 ‘재건축으로 늘어난 세대수’(일반 분양분)의 12%로 수정할 것과 통합재건축으로 인한 학교이전 및 신축에 대한 공공기여 인정 등을 요구했다.

재준위 요구대로 이주가구용 주택수를 줄이면 그만큼 일반 분양분이 늘어나 주민들이 내야 할 분담금도 줄어든다. 아울러 샛별마을 등 재건축 선도지구에선 통합재건축 지구에 포함된 학교의 위치를 옮겨 교육시설의 일조권을 보장해야 신축 아파트의 높이를 올릴 수 있어 사업성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사업자 부담인 학교 이전에 공공기여분까지 인정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허용할 경우 특혜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선도지구 선정 경쟁이 시작된 2022년 성남시 분당구 샛별마을의 한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재건축 동의율 안내 현수막. 오상도 기자 
◆ 분당 아파트 분양가, ‘강남 3구’ 근접…“은마·쌍용 되풀이 안 돼”

재준위 측은 공공기여액이 지나치게 높게 산정된 만큼 국토교통부가 정한 가이드라인 수정에 시와 시의회가 힘을 보탤 것도 요구했다. 공공기여금은 재건축에 따른 기반시설 확충에 쓰이는 비용을 일컫는다.

앞서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지자체들의 상황에 맞게 공공기여액을 정한 바 있다. 재준위에 따르면 국토부와 시는 기반시설 확충에 8조4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는데, 공공기여금은 8조8000억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4곳의 분당 선도지구들이 분당신도시 전체의 40%가량에 해당하는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공공기여금을 부담하게 된다.

선도지구 재준위들은 조속한 정비기본계획 고시와 신속한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성남시에 전담부서 설치도 요구하고 있다. 재준위 관계자들은 “사업성 문제는 선도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분당재건축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며 “보완책 마련을 위해 국회와 국토부 등 각계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의 분당 선도지구 공모지침 주민설명회. 연합뉴스
성남시는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선도지구 지정 단계에서 내걸었던 조건을 크게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주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게 원칙인 학교 이전문제는 성남교육지원청 등 교육 당국과 협의가 필요하고, 공공기여금 부분은 국토부가 결정한 사안으로 (재논의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과열경쟁 끝에 선정된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의 일부 단지에선 최근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통합재건축을 전제로 사업 선정이 이뤄졌지만 유리한 주거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자리 재건축을 고수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고, 향후 수억원대의 분담금을 감수해야 한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내홍이 커진 상태다. 일부 단지에서는 주민대표단 구성을 두고 기존 재준위와 재건축정상화위원회가 대립하고 있다.

일각에선 주민 대표들과 상가 대표들의 이견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의 은마·쌍용아파트처럼 조합 구성 이후 10여년을 제자리걸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2년 8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성남시 분당구 샛별마을의 한 아파트 단지를 방문해 노후 시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오상도 기자
한편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느티마을 3단지 등 분당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가 3.3㎡당 6000만원에 육박하면서 추후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의 분양가는 7000만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공사비와 관리비용 상승 등을 고려한 수치다.

느티마을 3단지에서 국민주택형인 전용면적 84㎡의 일반 분양가는 2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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