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판’ 나경원, 패스트트랙 재판 5분 출석 뒤 향한 곳은?

“재판장님, 대선 경선 일정 참여로 오전 재판 (참여)하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허가해 주시면 이석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2020년 9월21일 첫 공판 이후 4년6개월 넘게 1심이 진행 중인 사건이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사건이다.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 사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4월14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했다. 그러나 나 의원이 법정에 앉아 있던 시간은 불과 5분 남짓이었다. 대선 일정을 이유로 재판관에게 이석 요청 후 퇴정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19년 4월25~26일 양일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건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만 27명(민주당은 10명)에 이른다.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째에 접어드는데도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은 배경에는 증인과 피고인의 잦은 불출석이 있다. 5분 남짓 출석한 나경원 의원뿐 아니다. 주요 피고인인 황교안 전 총리의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재판 기일을 착각했다. 오고 있다”라고 했지만 결국 황 전 총리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증인 2명 중 김종민 무소속 의원(세종갑)은 예고 없이 불출석했다. 이에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의 장찬 재판장은 “이렇게 되면 재판이 제대로 될 수 있겠나. 증인이 한 번만 안 나와도 재판이 지연되는 거다. 증인들도 채택돼서 법정에 나오는 게 불편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증인으로 채택되면 법정에 나오는 건 국민의 의무다”라고 말했다.
이날 나 의원은 도리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재판 지연을 지적했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9시40분경 재판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이재명 전 대표의 선거법 사건이 지연된 것에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계시다. 제도를 개선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공수처 폐지’ ‘영장 쇼핑 방지’ 등 자신의 ‘사법개혁 구상’을 밝히면서다. 나 의원은 곧이어 취재진을 향해 “저희 사건은 피고인이 27명인 데다 1명당 4개 사건씩 기소되다 보니 재판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한 번도 송달받지 않거나 고의로 법관 기피를 신청하지 않았다. 워낙 방대하다 보니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5년 가까이 미뤄진 재판에 5분 참석한 후 나 의원이 만난 사람은 다름아닌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5층에서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나 의원은 “우리 진영의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님도 당선되시자마자 소고기 촛불시위로 얼마나 괴로우셨나”라고 말했다. 뒤이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대통령님께서는 소고기 촛불시위로 그랬고, 그 다음에 박근혜 대통령님, 윤석열 대통령님까지 탄핵이 됐다”라며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한 박근혜·윤석열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비교했다.
나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의 기본소득이 “반시장적·반헌법적 정책”이라며 “이번에 저희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오롯이 제대로 세워야지 대한민국이 발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대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리 당 경선 보면 걱정이 많으실 텐데”라는 나 의원의 말에 “많다”라고 답하며, “후보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 지지율도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지만, “이번에도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그런 가치를 국민들이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나경원 의원이 헌법 가치에 주력할 만한 자격이 있다. 지식도 있고”라고 치켜세웠다. 나경원 캠프는 이후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경원 의원에게 “자유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킬 적임자다” “나라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응원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나 의원이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청탁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시사IN〉의 질문에 나 의원은 “패스트트랙 사건은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었다. 공수처가 얼마나 특정 진영의 편이고 무능한지 국민들이 모두 목격하셨다. 또한 그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민주당·정의당 등이) 국회법 절차에 따르지 않았기에 싸웠던 것이다. 그 사건은 재판에 갈 사건이 아니었다”라고 답변했다.
재판에 넘길 사건인지 아닌지는 사법체계의 절차에 따라 결정될 일이다. 다수 피고인과 증인의 불출석으로 빠르게 끝난 이번 재판은 5월12일 증인심리를 위해 재개될 예정이다.
권은혜 수습기자 kik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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