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해 낳은 아기, 내 아기 아니네?"…다른 사람 배아 이식돼 출산, 무슨 일?

정은지 2025. 4. 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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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IVF센터, '남의 아기' 출산 사고…클리닉 실수로 배아 뒤바뀌어
호주에서 한 여성이 인공수정(IVF) 클리닉의 배아 착오로 인해 다른 사람의 아기를 출산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과 직접적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호주에서 한 여성이 인공수정(IVF) 클리닉의 배아 착오로 인해 다른 사람의 아기를 출산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CNN, 영국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브리즈번의 유명 불임클리닉인 모나시 IVF(Monash IVF)에서 체외수정(IVF) 과정 중 전혀 다른 부부의 배아가 여성의 자궁에 착상되는 바람에 이 여성은 타인의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모나시 IVF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이 사고가 '인적 실수(human error)'로 발생했다고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건은 올해 2월, 아기를 출산한 부부가 남아있는 배아를 다른 불임클리닉으로 이송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부부가 보관 중이던 배아 수량을 확인한 결과, 예상과 맞지 않게 추가 배아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병원 측은 즉시 내부 조사를 진행했고, 전혀 다른 환자의 배아가 해동된 뒤 해당 여성에게 이식된 사실을 확인했다. 여성은 결국 타인의 배아로 임신해 출산에 이르렀다. 이 사실은 사고 발생 후 약 일주일 만에 친부모 측에 통보됐다.

모나시 IVF의 마이클 크냅 CEO는 "이번 사고로 모든 관계자들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추가적인 감사를 실시했으며, 해당 사고는 '매우 드문 단독 사례'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퀸즐랜드 주 생식보조기술 규제기관인 RTAC(Reproductive Technology Accreditation Committee)에도 공식 보고됐다.

이번 사건에서 당사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관련 부부 및 신생아의 이름과 구체적 출산 시점, 아동의 양육권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고가 IVF 시술 과정에서 발생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왕립 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인 알렉스 폴리아코프 교수는 "이런 사건은 통계적으로 계산조차 어려울 만큼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UNSW 시드니 및 City Fertility 센터의 여성 건강 전문가인 파브 호르타 박사도 "체외수정 과정은 엄격한 이중 확인 절차와 추적 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며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고도의 기술과 규제를 갖춘 시스템 안에서도 결국 인간이 개입된 모든 과정에서는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며,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자 심리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나시 IVF는 이번 사고 이전에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병원은 유전자 검사 오류로 정상 배아를 '이상'으로 잘못 진단해 폐기했다는 이유로 700여 명의 환자들에게 집단 소송에 휩싸였고, 이 과정에서 약 5600만 호주달러(한화 약 500억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IVF(체외수정), 여성의 나이에 따라 성공률도 차이

IVF(체외수정, In Vitro Fertilisation)는 여성의 난자를 체외에서 남성의 정자와 수정시킨 뒤, 수정란(배아)을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불임 치료법이다. 자신의 난자와 정자를 이용할 수도 있고, 기증자의 난자 또는 정자를 사용할 수도 있다. 영국의 보건의료임상우수연구소(NICE)는 만 43세 미만 여성이 2년간 자연 임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거나, 인공수정(IUI) 12회 중 최소 6회 이상이 실패했을 경우 IVF 시술을 권장하고 있다.

IVF 성공률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성의 나이가 어릴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NHS에 따르면 2019년 기준, IVF를 통한 출산 성공률은

△만 35세 미만: 32% △만 35~37세: 25% △만 38~39세: 19% △만 40~42세: 11% △만 43~44세: 5% △만 44세 초과: 4%

불임 치료를 위한 시술…사람의 실수로 인한 사고 가능성 높기에 철저한 관리 필수

일반적으로 부부가 1년간 피임 없이 정상적인 성관계를 지속해도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불임으로 진단한다. 여성의 나이가 36세 이상이거나, 이미 불임 위험 요인을 알고 있다면 1년을 기다리기 전에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불임은 크게 △원발성 불임(Primary infertility): 한 번도 임신한 적이 없는 경우 △속발성 불임(Secondary infertility): 과거 임신 경험이 있지만 다시 임신이 어려운 경우로 나뉜다.

불임 치료는 배란 유도 약물, 자궁내막이나 나팔관 치료, 자궁내 유착 제거 등 다양한 의료적 방법이 있으며, 필요 시 IVF와 같은 보조생식술이 적용된다.

이번 호주 IVF 배아 뒤바뀜 사고는 최첨단 기술과 철저한 규제 아래에서도 '사람'이 개입된 의료 현장에서는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생식 보조기술 분야에서는 한 번의 실수조차 개인과 가족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는 만큼, 의료기관의 책임 있는 관리 체계와 엄격한 감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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