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재판 지연시 국가배상…"우리도 입법 논의 필요"
'신속한 재판', 헌법엔 있지만 구제는 막막
독일은 법으로 보상…"유용한 시사점 제공"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헌법은 국민에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지만, 그 권리가 침해됐을 때 실질적인 구제수단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법원이 재판을 늦게 하더라도 국민은 이에 대해 손해배상도 청구하기 어렵고, 헌법소원도 제기할 수 없다. 재판지연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해도 ‘책임 없는 국가’를 만들어온 입법 공백이 그 배경이다.

공 교수는 독일이 재판지연에 대한 국가책임을 구체화한 입법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역시 실효적인 구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지연은 단순히 행정적 지연이 아니라 기본권 보장의 문제”라며 “헌법 제27조 제3항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의 필요성은 앞으로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겨도 소용없는 재판”…권리 보장의 허상
헌법 제27조 제3항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현재 ‘법적으로 다툴 수 없는 선언적 규정’에 머무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신속한 재판 청구권이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권리는 아니라고 해석해 왔다. 법관의 재판지연이 아무리 부당해도 헌법소원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고, 국가배상도 요건이 매우 엄격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
공 교수는 “현행 헌법 규범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분명히 보장하고 있지만, 이를 침해당했을 때의 구제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헌법 조항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어떻게…유럽인권재판소 판결이 불러온 변화
반면 독일은 유럽인권재판소(ECtHR)의 판결을 계기로 재판지연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재판지연보상법(UGRG)’을 2011년에 제정했다. 이 법은 일정 기준 이상의 재판지연이 발생한 경우 당사자가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유도하는 예방적 절차(지연이의신청)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특히 유럽인권재판소는 2006년 쥐르멜리 대 독일(Surmeli vs. Germany) 사건에서 “독일에는 재판지연을 시정하거나 구제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제도가 없다”며 “국가는 재판절차의 지연으로 인한 권리 침해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독일 입법당국이 ‘재판지연보상법’을 제정하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적절한 기간 내에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법 제2조 제1항과 법치국가원리(제20조 제3항)에서 도출된 ‘일반적 사법보장청구권’의 내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헌법적으로도 재판지연에 대한 입법책임을 뒷받침한 것이다.
“獨 입법례, 우리 입법자에 유용한 시사점 제공”
공 교수는 “우리 헌법의 규범적 구조상 적절한 기간 내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려면 구체적인 권리구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의 제도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요소로 △지연이의신청을 통한 예방적 효과 △1년당 1200유로의 금전보상 기준 등 보상규정의 실효성 △헌법재판 포함 전 재판절차 적용 등을 꼽았다.
특히 보상제도는 단순한 금전 배상이 아니라, 재판 지연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제도적 유인책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독일 역시 처음엔 법원 부담 증가와 사법개입 우려로 ‘부작위 항고제’ 도입에 실패했지만, 이후 입법 현실에 맞는 절충안을 마련해 실효성 있는 제도를 완성했다.
공 교수는 “재판이 지연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선 입법자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며 “유럽인권재판소 판례와 이를 적절히반영해 재판지연에 대한 국가책임을 구체화한 독일 입법례는, 우리 입법자가 주어진 입법현실에 부합하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을 할 때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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