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웃긴 ‘억울한 김주임’…코미디언 김원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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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회사 디와이(DY) 기획에 배우 최지우가 찾아왔다. 이미지 컨설팅을 맡기기 위해서다. 직원들은 회의를 열어 ‘1세대 한류스타 지우히메’를 넘어설 이미지를 저마다 이야기한다. 김원훈 주임은 조사를 많이 해온 것인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문제는 최지우에 대해 아는 척을 할 때마다 그의 심기를 건든다는 점이다. 최지우의 어릴 적 사진을 보고 “1·4 후퇴 때”라고 말하는가 하면, “자녀분이 스무살이 되면 최지우씨는 85세가 된다”고 확신에 차 말한다. 최지우의 표정은 굳어가지만 김 주임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직장인들’ 4화 속 화제의 장면이다. 대본과 애드리브가 섞인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코미디언 김원훈의 활약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눈치 없이 말하는 캐릭터로, 실제로 김원훈은 수시로 게스트의 속을 긁는 애드리브를 던진다. 최지우 앞에서 본명 최미향을 거침없이 입에 올리고 혜리가 게스트로 나온 회차에서는 스캔들로 이어지며 암묵적인 금기어가 된 “재밌네”라는 말을 꺼낸다. 게스트는 당황하고 다른 출연자들은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쓴다. 사무실 먹이사슬의 최하층으로 눈치 없거나 소신 발언 뒤 신동엽 사장의 구박을 받을 때 나오는 세상 억울한 표정은 김원훈 주임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
신들린 애드리브로 ‘직장인들’의 흥행을 견인한 코미디언 김원훈과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직장인들’ 이후 쏟아진 관심에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숏박스’나 ‘에스엔엘’(SNL) 잘 봤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요즘은 ‘직장인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이 제작진에 이 크루들과 함께라면 재밌겠다 싶어 시작한 건데 반응이 크게 오니까 부담도 되고요.” 특히 시청자들의 호응이 컸던 것은 그가 남긴 애드리브들이다. “제작진들이 처음부터 ‘편집을 재밌게 하면 되니까 자유롭게 해보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던져봤는데, 오히려 그걸 재밌어하시더라고요. ”

짧은 애드리브 이전에 여러 작업이 선행된다. “우선 게스트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많이 해요. 이력이나 작품 활동을 보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을 미리 하죠. 최지우씨에게 (중도하차한 작품인) ‘귀천도 잘 봤다’고 한 것도 미리 공부하고 말한 거였어요.” 선을 넘을 듯 말듯 줄타기를 해야 하는 탓에 망설임도 많다. “불쾌하실지 모르니까 ‘이 정도면 괜찮을까?’ 하고 자체 필터링을 해요. 혼자 회로를 바쁘게 돌리다가 꺼내는 말이죠.” 게스트들의 반응도 예측하기 어렵다. “‘직장인들’ 보면 게스트가 사무실로 들어오고 저희 출연자들이랑 인사를 하잖아요. 그게 실제로도 첫 만남이에요. 그래서 그분들이 어떤 생각인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가 없죠. 그래도 ‘내가 이 톱스타들과 언제 또 인연을 맺겠나’ 하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질문을 다 해요.”

김원훈은 2022년 ‘에스엔엘 코리아’ 시즌2부터 지금까지 크루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직장인들’과 닮은듯 다른 ‘에스엔엘’은 상황극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데 큰 보탬이 됐다. “녹화 전에 3∼4시간 정도 제작진들과 대본 회의를 해요. ‘내 의견이 반려당해도 삐지지 말자’ 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요. 리허설 하면서도 또 바꾸고요.” 그는 ‘에스엔엘’에서 배우 정이랑과 틈만 나면 서로 노려보며 애증의 케미를 선보였는데, 이 또한 애드리브를 통해 탄생한 관계다. “‘사랑의 스튜디오’를 패러디한 회차였는데요. 당시 이랑 누나가 저를 험담하고 저도 받아치면서 주고받는 상황이었거든요. 잠시 말문이 막혀서 서로 쳐다봤는데 사람들이 그 모습에 웃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웃기구나? 그럼 계속 노려봐야겠다’ 하고 둘이서 계속 노려봤어요. 짠 건 전혀 없었고 이랑 누나랑 텔레파시가 통한 거죠.”
‘에스엔엘’과 ‘직장인들’로 더욱 주목받았지만 김원훈을 세상에 알린 건 유튜브 채널 ‘숏박스’에서 선보인 스케치 코미디다. 김원훈은 2015년 개그콘서트로 데뷔했지만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지 못한 상태에서 프로그램이 2020년 폐지됐다. 그는 코미디언 조진세와 이전에도 ‘우낌표’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었는데, 본격적으로 해보자며 ‘숏박스’를 개설했다. 대본, 촬영, 연기까지 직접 하며 여러 스케치 코미디 영상을 올렸지만 좀처럼 반응이 오지 않았다. “3개월 더 해보고 안 되면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2개월 정도 있다가 ‘장기연애’ 영상에 반응이 터진 거죠.” 14일 기준 1724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모텔이나 갈까?’라는 이 영상은 장기연애 커플의 현실적인 대화를 재치 있게 표현해 큰 인기를 끌었다. “장기연애 콘텐츠도 원래 계획되어 있던 건 아니었어요. 다른 야외 콘텐츠를 찍으려다가 추워서 못 찍고 ‘뭐라도 만들어보자’ 하고 만든 거거든요.” 개그콘서트 폐지 탓에 차린 유튜브 채널과 ‘뭐라도 해보자’며 촬영한 영상이 그에겐 전화위복이 됐다. 그런 만큼 ‘숏박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숏박스가 저에게 본가고 (숏박스를 함께한) 진세가 제 완전한 짝꿍이죠.”

스케치 코미디의 장인에서 애드리브 장인으로 또 다른 문을 열어젖힌 그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길에 관해 묻자 김원훈은 이렇게 말했다. “원래부터 신동엽 선배님을 좋아해서 저런 엠시(MC)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작게나마 가지고 있었어요. 허황한 꿈일 수도 있지만 우상처럼 품고 있습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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