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겪고도 “이승만·박정희 계승” 외치는 국힘 대선주자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계승 의지를 밝혔다. 두 전직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위헌적 12·3 비상계엄 사태로 치러지는 6·3 대선에서 이들을 내세우려는 행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두고 당 차원의 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에 있는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참배한 뒤 페이스북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이땅에서 5천 년의 가난을 몰아내고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룩했다”며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박정희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월19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람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승만 대통령이 해방 이후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채택하는 헌법 가치의 기초를 만들었다”며 이 전 대통령 계승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전날 이 전 대통령의 사저 이화장을 방문한 뒤 “이승만 정신을 이어 자유의 가치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보도자료에서 “지금은 새로운 박정희가 필요하다”며 “1960년대가 중화학공업으로 나라의 뼈대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문화와 에너지로 국민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9일 경북 구미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마선언을 하며 ‘새로운 박정희’를 자처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 10일 출마선언에서 “지금의 경제전쟁 상황에서는 과거 산업화 시기 박정희 대통령 같은 강력한 경제 대통령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장 임기 중 박정희 동상을 세웠던 홍준표 전 시장도 지난 10일 대구시민께 드리는 글에서 “박 전 대통령처럼 미래 성취와 풍요의 새역사를 써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대선이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국민의 대선주자들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추앙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이유는 있었겠지만 당시에 독재를 했던 사람들”이라며 “지금은 독재를 경계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켜가는 보수를 이야기해야 할 때라는 점에서 지극히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엄 이후 국민의힘이) 국민께 반성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공개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했다”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권 남용을 언급했다. 헌재는 1952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정치파동을 일으켜 계엄을 선포한 뒤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을 통과시킨 일, 박정희 정부가 1971년 12월6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신체제로 이행하고자 비상계엄을 선포한 일 등을 거론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계엄포고가 수반됐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1987년 9차 개헌에서 비상조치 권한을 폐지했고, 1993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이 발령된 외에는 이번 계엄 선포 전까지 국가긴급권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헌재는 “이는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국민의 헌법수호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지면서 나타난 당연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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