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30억 주고 박사급 모시는데…AI 인재들 해외 유출 어쩌나

정윤성 기자 2025. 4.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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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주도 AI 인재 양성으로 ‘딥시크’ 결실…美, 빅테크가 인재 확보 주도
정부, ‘AI 국가대표’ 선발 헛다리…“인재풀 넓힐 장기적 계획 필요”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우리는 특별한 마법사가 아니다. 팀원 대부분은 명문대 출신의 신입, 박사 과정 4~5년 차 학생들, 그리고 졸업한 지 몇 년 안 된 젊은 인재들이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지난해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등장만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저비용, 고효율 인공지능(AI) 모델이 소수 정예의 '젊은 천재'들 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충격을 줬다.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139명으로, 연구원만 1200명인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딥시크의 핵심 인력 대다수가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중국 '토종 인재'였던 것이다. R1의 가성비를 책임지는 핵심 기법 중 하나인 '전문가 혼합' 방식을 도입한 1995년생 대졸 신입 개발자인 뤄푸리가 대표적이다. 뤄푸리는 베이징사범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뒤 베이징대 컴퓨터언어학 연구소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알리바바 산하 AI 연구팀에서 일했다. 이 밖에도 연구 핵심 인력인 베이징대 물리학 학사 출신 가오화쭤와 베이징 우전대 AI 연구소 석사 과정을 밟은 쩡완딩은 물론 창업자인 량원펑 역시 순수 국내파다.

중국의 '토종 천재'들은 어디서 샘솟은 걸까. 그 비결은 중국 정부 주도로 수년간 진행된 AI 인재 양성 정책에 있다. 중국은 최고급 과학기술 인력들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판단 아래 2000년대 초반부터 인재 양성 정책을 본격화했다. 일단 의무교육 체계부터 바꿨다. 2001년 '종합실천활동'이라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코딩 교육을 포함한 정보기술 교육을 초중고에서 의무화했다. 국내에선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24년을 앞섰던 셈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

中 정부가 키운 '토종 천재'들의 반란

이후 인재 양성 정책은 매년 진화했다. 2002년 '인재육성 종합계획', 2006년 '국가 중장기과학기술발전규획', 2011년 '혁신2020 인재발전전략',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 등 중국 정부와 관련 기관의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정책 프로그램만 해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여기엔 교육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혜택과 지원도 포함돼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박사급 인재를 대상으로 300만~500만 위안(약 5억5000만~9억원)의 보너스 지급, 고액 연봉, 세제 혜택, 주택 지원, 의료 등 지원 방식도 다양하다.

이처럼 오랜 시간 AI 시대를 준비하며 인재 확보에 나선 결과, 중국에서는 국내파 인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세계 최고 수준(상위 20%) AI 연구원 중 절반에 가까운 47%를 배출했다. 미국(18%)을 크게 넘어선 데다 2019년(29%)에 비해서도 증가한 규모다.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박사 인력은 매년 약 8만 명으로 2023년 기준 국내 공학·자연계열 박사 학위 취득자(7300명)의 10배 수준이다.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한 데서도 이 같은 인재 양성 정책이 빛을 발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어떨까. 연방제인 미국 특성상 중국처럼 보편 교육을 통한 AI 인재 양성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빅테크 기업 중심의 인재 양성 모델을 채택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자체적으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들은 비영리 코딩교육 단체인 '코드닷오알지(Code.org)'를 지원하고, 각종 교재를 오픈소스로 공유하는 등 어떤 학교에서든 과학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오랜 기간 제공해 왔다.

정부는 이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확대해 나갔다. 교육 시스템은 주마다 다르지만, 최근 주정부들도 이런 흐름에 탑승하면서 미국 내 컴퓨팅 기술 의무교육 비중이 자연스레 늘어나는 추세다.

테크 기업들의 인재 영입전도 미국의 인재풀을 넓히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세계 각국에서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얻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메타의 경우 자사 AI 인재에게 기본 연봉에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포함해 1인당 최대 251만 달러(약 34억6000만원)를 지급한다. 업계 평균적으로는 숙련된 AI 인재에게 9억~10억원, 최저치로 3억원 안팎의 연봉이 제시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가 해외에 진출한 자국의 과학기술 인재를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천인계획'과 '만인계획'에 공을 들인 것도 미국 민간기업의 치열한 영입전 때문이다.

美는 민간 주도…한국은 '자원봉사'?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AI 분야는 특히 인재가 중요하다. 최첨단 GPU와 데이터센터 등을 갖추고 있더라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최고급 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내 AI 인재는 씨가 마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AI 관련 기업 235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AI 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AI 부족 인원은 8579명에 달했다. 3년 전(1609명)에 비해 5.3배 급증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허술한 교육 체계에 더해 산·학·관의 연계와 지원도 부족하다는 점이 주된 문제로 거론된다. 무엇보다도 공들여 키운 뛰어난 인재들이 더 나은 임금을 제공하는 해외로 떠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 251곳의 주요 엔지니어 가운데 80% 이상의 연봉이 6000만원을 밑돈다. 해외 기업과 비교하면 처우가 '자원봉사' 수준이라 고급 인력을 잡아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난은 악화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2027년까지 AI 분야에서 1만2800명의 신규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력 수급차를 보면, 초·중급 인력의 경우 3800명이 남지만, 고급 인력의 경우 1만66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AI 국가대표' 카드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AI 챌린지'를 개최해 AI 정예팀을 선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데이터 및 GPU 등 자원을 집중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IT 기업과 기관의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흑백요리사》 등 유명 챌린지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박진감 있는 평가 등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좀 더 근본적인 지원을 늘려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 IT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이 약속되는 정책에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하나의 이벤트 정도지, 근본적으로 인재풀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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