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 왜 이렇게 난립하나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이 또 파면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4월4일 오전 11시22분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피청구인 윤석열 측의 주장은 아무것도 인정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반했고, 포고령 1호의 내용은 헌법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윤석열은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한 인물이다.
국민의힘은 발 빠르게 대선 준비에 돌입했다. “치유의 시간은 하루면 족하다(4월5일 홍준표 대구시장)”는 분위기다. 윤석열 파면 선고 사흘 뒤인 4월7일 황우여 전 비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근거를 도리어 윤석열 파면 결정문에서 찾았다. “의회 독재도, 비상계엄 선포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헌법재판소 판결문에 담긴 함의다. (···) 대통령은 법적 심판을 받았다. 이제는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을 차례다(4월8일 권성동 원내대표).” 하지만 실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설사 그렇더라도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라는 의미다.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윤석열 파면 직후 국민의힘이 내건 현수막은 ‘국민께 죄송합니다.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였다. 곧바로 ‘어떻게 책임을 다할 거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국민의힘과 윤석열의 관계는 무엇인가?’ ‘윤석열을 징계하고, 출당·제명할 것인가?’ 국민의힘 지도부는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 4월7일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관계는 물 흐르는 대로 가야 한다. 여론과 지지자 마음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보고 결단할 것이 있으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파면 당일인 4월4일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관저에서 만나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라고 이야기한 사실도 감추지 않았다.
4월13일 현재까지 국민의힘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예고한 후보는 10명에 육박한다.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윤석열 탄핵에 찬성했던 이들뿐만 아니라 탄핵에 반대했던 이들도 앞다퉈 도전에 나섰다. 단순히 이번 대선뿐만 아니라, 대선 후 치러질 당대표 선거와 내년 6월 열릴 지방선거 등 ‘대선 이후’를 고려한 행보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안철수 의원·유정복 인천시장·이철우 경북도지사·한동훈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가나다순) 등과 함께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도했던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이 준비를 마쳤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4월13일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 예고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 (···) 나의 비전과 함께하는 후보는 마음을 다해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라며 출마 예정 전날인 4월12일 갑작스레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4월13일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라며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예방주사’ 된 4·2 재보궐 선거
국민의힘 후보 중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는 김문수 전 장관이다. 그는 국무위원 가운데 이례적으로 선명하게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했다. 지난해 12월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다른 국무위원들이 12·3 쿠데타에 대해 고개 숙일 때에도, 홀로 사과하지 않았다. 자리에 앉은 채 다른 국무위원들의 사과를 지켜볼 뿐이었다. 4월9일 대선 출마 선언 때에는 기류가 달라졌다. 윤석열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대통합이든, 대연정이든 나라가 잘되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에 대한 출당·제명 조치는 “당 지도부에서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다”라며 답을 피했다.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일부 지지자들은 매일 집회를 열고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고 있다. 4월5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윤 어게인” “더욱 뭉쳐서 끝까지 싸우자”라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부추긴 뒤로, ‘윤 어게인’ 슬로건이 본격화됐다. 12·3 쿠데타를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던 역사 강사 전한길씨도 관저에서 윤석열을 만났다며 4월10일 “다가오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윤 대통령이 지키고자 했던 ‘자유민주주의 수호’ ‘법치와 공정과 상식이 살아 숨 쉬는 나라’를 완성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4월13일 현재까지 윤석열 지지 세력을 단일해 대표하는 국민의힘 후보는 없다.
4·2 재보궐 선거가 ‘예방주사’가 됐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이 있던 네 곳 중 경북 김천시 한 곳을 제외한 세 곳(서울 구로구·충남 아산시·경남 거제시)을 민주당에 내줬다. 거제시장 유세에 김기현 의원·나경원 의원·전한길씨를 동원한 박환기 국민의힘 후보는 18.7%포인트 차이로 변광용 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졌다. 정당 공천을 받진 않았지만, 부산교육감 재선거에서 ‘정의 승리 윤과 함께’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한 정승윤 후보도 40.2%(진보 진영 김석준 후보 51.1%, 보수 진영 최윤홍 후보 8.7%)를 얻는 데 그쳤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은 이번 대선을 파면된 윤석열과의 대결 구도로 치르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 한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계엄 세력을 찍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권영진 의원은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거나 우리 당 후보 중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거기 기대려는 유혹을 받는 순간 대선은 어려워진다”라고 주장했다(4월7일 KBS 라디오). 윤석열 탄핵을 찬성했던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이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서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지금이라도 정통 보수정당의 가치를 추구해가야 한다”라며 윤석열 출당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징계와 출당을 보류한 상태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탈당 논의가 시작되면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다. 분열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과 명확히 절연할 수도, 또 윤석열 지지 세력을 대표한다고 나설 수도 없는 형국이다. 21대 대선을 한 달 앞둔 5월3일,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국민의힘 후보자가 선출된다. 대통령 선거일 직전까지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을 것이다. ‘왜 윤석열의 쿠데타를 막지 못했나?’ ‘어떻게 책임을 다할 것인가?’ 현재까지 여기 명확한 답을 내놓는 후보는 없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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