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칼럼] 한국 경제 최대 적은 트럼프 아닌 우리 정치다

한국 경제가 처한 현 상황은 차기 대통령에도 큰 부담이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10여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대권 잠룡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누가 당선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폭탄을 온 몸으로 막아내야 한다. 뚫리면 공멸이다.
관세 폭탄은 '발등의 불'이다. '90일 유예'로 한숨은 돌린 듯하나, 실제 여유는 한 달 남짓이다. 잘만 두면 비길 수도 있다고 하지만, 허약한 경제 체력 탓에 판세는 이미 기울었다. 묘수는 커녕 당장 다음 착수도 녹록지 않다. 협상이 아닌 타협으로 불계패라도 면해야 하는 판세다. '트럼프 변덕'에 바둑판 자체가 엎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차악'(次惡)을 목표로 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천수답 상황이다.
설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의 실마리를 푼다고 해도,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6월 4일 이후가 또 문제다. 트럼프는 방위비 등을 콕 집어 숙제로 내밀었다. 첨예한 이념의 장벽을 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난제다. 최악의 경우 벼랑 끝 재협상을 해야할 상황이다. 또 다른 차원의 관세전쟁도 배제할 수 없다. 혈맹이라고 믿었던 미국도 저럴진 데, 유럽연합(EU)와 중국, 일본은 어떻게 나올지 알수 없다.
외통수다. 미리 준비하는 것만이 답이다. 위기는 기회다.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물망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우선 대권 주자들부터 머리를 맞대자. 관세 전쟁을 국가적 재난으로 선포하고,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과정을 신뢰하고, 결과에 대해 '이행 보증'을 해줘야 할 것이다. '관세 국난'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보다 한국 경제에 훨씬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눈도 크게 뜨고 더 멀리 내다보자. 관세 국난은 미래에도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악재다.
중국은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 생사를 건 관세 전쟁을 경험했다. 촘촘히 준비해 왔다. 무역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체력도 높였다. 내수 지구력도 키웠다. 미국과 '휴전' 상황에서도 결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결과물은 이번 2차 미·중 관세 전쟁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재선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곧바로 맞대응하고 있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트럼프도 당혹해한다. 애플·테슬라의 읍소에 트럼프가 사실상의 후퇴전술인 '예외'를 만들고 있다.
'수출 다변화'·'기술·제품 경쟁력 강화'·'규제 완화'. 무역 위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 구호다. 그러나 말만 요란했다. 수출액 1위 국가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미·중 수출비중이 전체의 40%에 육박한다. 국가 대표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의 체력은 더 약해졌다. 기업들은 중국의 규제 완화 속도에 부러움을 표시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위기 속에서도 우리 수출이 버틴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도 관세 국난 극복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국회는 당장 14일 본회의를 열고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늉 뿐이다. 여전히 탄핵 정국에 갇혀 있다. 민주당은 '내란 종식'을 위한 특검법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리스크'에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초당적 대책 기구를 만들고, 밤샘 회의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력만 낭비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은 국민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고집만 부리다가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재집권에만 올인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여당 배지를 박탈당한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반성문조차 쓰지 않고 있다. 정치력의 출발점은 대화와 타협이지만, 그 기본조차 망각한 지 오래다.
벼랑 끝 한국 경제에 다행히 '90일간의 골든타임'이 주어졌다.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지난 밤, 비바람에 맥없이 떨어진 벚꽃처럼 우리 경제도 '지금 이순간'을 놓치면 회생 불능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출발 직전 지옥행 열차에 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선언했다. "따뜻한 봄날을 만들어 가자"고 했다. 국민의힘 대권 잠룡들도 '경제 올인'을 외치고 있다. 행동으로 보여달라. 그리고 실천으로 입증하라. 그러지 않으면 석고대죄를 해도, 그 죄를 용서받을 기회 조차 잃고 만다. 우리 아들·딸도 화려한 봄꽃을 오랫동안 즐길 권리를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김화균 국장대우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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