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고 통쾌한 마약범죄 뒷거래, '야당'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마약 범죄를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 정치인과 재벌과 연예인이 엮인다? 이런 유의 한국 범죄영화는 숱하게 봤기에 식상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대신 '야당'은 마약 브로커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워 신선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영화 제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당/야당'의 그 야당(野黨)이 아닌, 마약판에서 수사기관의 브로커 역할을 하며 이익을 취하는 이들을 일컫는 은어다. 흥미로운 건 분명 정치 영화가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데, 기가 막히게 한국 정치의 주요 장면들을 캐치해낸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마약을 파는 놈과 그들을 잡는 놈 사이를 엮어주는 놈인 이강수(강하늘)다. 대리기사로 일하던 강수는 함정에 걸려 마약 소지 및 투약 혐의로 교도소에 갇히는데, 앞날이 깜깜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인물이 출세욕에 가득한 검사 구관희(유해진)다. 구 검사는 감형을 조건으로 강수에게 마약 세계의 정보를 제공하는 야당을 제안하고, 이들의 연합은 성공적이었다. 끗발 없던 구관희는 강수의 정보 제공으로 승승장구하며 서울로 영전하고, 강수 역시 전국구 야당으로 이름을 날린다. 이 과정에서 서로 '형님, 동생' 트며 친근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유력 대선 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이 주최하는 마약 파티 판이 벌어진다. 거물을 잡고자 구관희와 이강수가 뛰어들고, 다른 한 편에선 이들 때문에 번번이 허탕을 치는 집념의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와 자신의 범죄를 덮어주겠다는 오상재의 말을 믿고 수사에 가담한 유명 연예인 엄수진(채원빈)이 얽힌다.
구관희-이강수가 조훈을 잡으며 두 사람의 연합이 더욱 끈끈해지나 싶었는데, 웬걸, 구 검사가 더 높은 곳을 향하고자 강수의 뒤통수를 거하게 친다. 그 여파로 강수와 엄수진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오상재 또한 뇌물 사건 누명을 쓰며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다. 구관희와 조훈이란 공공의 적을 잡으려 이강수-오상재-엄수진이 복수를 결심하며 연합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 도박판 레전드 영화 '타짜'의 명대사처럼, 이 바닥에도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나 보다.
'야당'은 각자의 욕망으로 이해관계를 맺던 이들의 관계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틀어지는지, 누구의 손을 잡고 누구와 박자를 잘 맞추는지를 속도감 있게 그린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과 마약 브로커 야당의 공생관계를 보여줬던 '사생결단', 검찰과 경찰이 재벌 등 유착관계와 얽혀 꼬이는 과정을 그린 '부당거래', 정치인-재벌-언론-조폭의 이합집산을 펼쳐낸 '내부자들' 등 기존의 여러 범죄물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거다. 초반, 경박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촐랑거리면서도 화끈한 액션 시퀀스로 눈길을 끄는 이강수의 모멘트에선 '검사외전'의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의 숨결도 느껴진다.

레퍼런스처럼 느껴지는 작품은 많지만,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는 건 '야당'의 장점이다. 분명 아는 맛이고 예측 가능한 서사인데도, 래프팅 보트가 굽이굽이 물살이 센 급류를 타듯 짜릿한 긴장을 느끼게 하는 스피디한 연출이 돋보인다. 묵직한 메시지를 툭툭 건드리지만 기본적으로 통쾌함에 깃댄 장르물인 만큼, 팝콘 무비의 경쾌함을 부담없이 즐기면 된다. 허명행 무술감독의 하드코어한 액션 또한 범죄액션영화라는 정체성을 톡톡히 돕는다.
몇 번의 변곡점을 거치면서 물고 물리는 캐릭터의 변주를 팔딱팔딱하게 완성해 낸 배우들을 즐기는 맛은 또 어떻고. 앞서 '스트리밍'으로 과감한 변신을 보인 강하늘과 어떤 장르도 찰떡같이 소화해 내는 유해진의 합이 기가 막힌 데, 능글맞은 유사 브로맨스부터 각자 '복수의 화신'과 '욕망의 화신'이 되는 과정을 짧은 찰나 안에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용식이' 강하늘에 이어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이'로 임상춘 작가의 순정남이 된 박해준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으며, 화를 불러일으키는 '국민 약쟁이' 조훈 역의 류경수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한다.

다만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아쉽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채원빈이 연예인에서 밑바닥 약쟁이로 굴러떨어지는 감정의 파고를 담담히 연기하는데, 역할 자체가 다분히 상투적이다. 오상재와 엮이며 쌓는 감정신은 신파처럼 여겨질 정도. 대신 '폭싹 속았수다'의 '제니 엄마' 김금순이 마약 유통계 큰손으로 짧고 굵게 등장해 시선을 강탈한다.
언론시사회 후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황병국 감독이 "정치영화는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했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이 탄핵되고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절묘하게 다가오는 포인트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어"처럼 대놓고 노골적인 대사와 황제 조사 논란을 패러디한 장면은 무릎을 '탁' 치는 동시에 씁쓸한 탄성을 내뱉게 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인 아들의 모발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최근 뉴스도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요소다.
'야당'은 영화감독이지만 대중에게 배우의 얼굴로 더 잘 알려진 황병국 감독이 '특수본' 이후로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기도 하다. '부당거래'에서 일당 30만원 받고 일한다며 툴툴거리던 국선 변호사로 존재감을 보였고, '검사외전'에서도 국선 변호사로 등장해 깨알 재미를 안긴 그가 본업으로 돌아와 대중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야당'의 러닝타임은 123분이며, 다소 수위 높은 장면들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4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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